[사파이어2023] 공급망·생태계 강조한 SAP··· 화두로 떠오른 ‘협력’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SW) 기업 SAP가 지난 16일부터 17일까지 이틀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연례행사 ‘사파이어2023’을 개최했다. 이틀간 진행되는 행사에는 전 세계 정보기술(IT) 관계자 1만여명이 참여했다.
행사에서 강조한 것은 ‘챗GPT’로 메가 트렌드가 된 생성형 인공지능(AI)이다. SAP는 17일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협력을 발표했다. MS의 생산성 애플리케이션(앱) AI 비서 ‘코파일럿’을 자사 인적자본관리(HCM) 솔루션 ‘석세스팩터스’와 결합한다는 내용이다.
SAP는 석세스팩터스를 시작으로 자사 솔루션 전 분야에 생성형 AI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에 “지난 3개월 내 공장 A에서 생산된 상품 상위 5개 리스트를 보여줘”라고 요청하면 답해주는 챗봇 기반의 디지털 비서가 그 예시다. SAP는 하반기 열릴 ‘테크에드(TechED) 콘퍼런스’서 추가 업데이트 내용을 소개하겠다고 밝혔다.
생성형 AI는 SAP의 솔루션의 효율성을 높이는 보조적인 역할일 뿐, 핵심이라고 할 수는 없다. SAP는 사파이어2023서 디지털 공급망의 중요성을 수차례 언급했다. 코로나19 대유행,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커진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기술로서 자사 디지털 공급망관리(Digital Supplychain Management) 솔루션을 소개하는 데 집중했다.
이를 상징하는 것이 ‘농장에서 소비자까지(From Farm to Consume)’라는 주제로 마련된 전시공간이다. 여기에는 ‘팜(Farm)’, ‘매뉴팩처링(Manufacturing)’, ‘딜리버리(Delivery)’, ‘컨슈머(Consumer)’ 등의 SAP 솔루션이 활용됐다. 아이스크림의 원재료가 되는 작물 재배·관리부터 생산과 공급망 관리, 배송과 최종 판매까지, 그야말로 농장에서 소비자까지 비즈니스 프로세스 전반을 디지털화하는 방법과 그 결과물들이 시연됐다.
일련의 흐름을 통해 특히 강조한 것은 ‘연결’이다. 제품 디자인부터 생산, 배송, 판매 등 요소별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연결함으로써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Data Driven)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크리스찬 클라인(Christian Clein)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스콧 러셀(Scoot Russell) 고객성공부문 총괄, 칼 카르바흐(Karl Fahrbach) 최고파트너책임자(CPO) 등 현지에서 만난 SAP 관계자 모두 연결과 협력, 생태계를 특히 힘주어 말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주목할 만한 점은 SAP가 제시하는 연결이라는 키워드가 자사의 솔루션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SAP는 막대한 공급망 관련 정보를 가진 기업이지만 스스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한계점을 인정했다.
사파이어2023서 공개한 MS와의 파트너십이 대표적이다. 칼 카르바흐 CPO는 아태지역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모든 혁신을 직접 주도할 수는 없다”며 MS나 구글클라우드, IBM, 컨플루언스, 데이터브릭스 등 기술 파트너와의 협력을 지속해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기술 협력과 함께 주목해야 할 것은 공급망 생태계를 가진 기업끼리의 협력이다. 카르바흐 CPO는 “SAP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의 80~90%는 파트너와 협력해 제공되는 것이다. 파트너와 함께함으로써 더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기업마다의 특화된 영역, 역할을 존중하면서 함께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SAP의 전략이라고 전했다.
대표적인 공급망 생태계 협력은 2021년 출범한 ‘카테나-X(Catena-X)’다. SAP는 자동차 분야 공급망 전반에서 단일한 표준으로 데이터를 공유하는 동맹 카테나-X를 출범했다. 메르세데스 벤츠, 폭스바겐, BMW, 독일포드 등 완성차 기업에 더해 자동차 부품기업 헨켈, 화학기업 바스프, 엔지니어링 SW 기업 지멘스 등은 카테나-X 활성화를 위한 합작법인 ‘코피니티-X(Cofinity-X)’를 설립하는 등 생태계 확장에 주력하는 중이다.
다만 넘어야 할 장벽은 있다. 오늘날 모든 기업은 스스로가 플랫폼을 갖춘 기업이 되고자 한다. 누군가의 생태계 속 일부로 남길 원하지 않는다. 카테나-X 역시 독일 기업을 위주로만 형성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도요타 등 아시아 핵심 자동차 기업들에게는 계속해서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협력체간의 협력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 기업이 카테나-X에 참여하는 것이 어렵다면 한국 자동차 분야 데이터 공유 협의체를 형성하고, 해당 협의체를 통해 카테나-X와 협력한다는 내용이다.
SAP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도 강조했다. ERP를 통해 기업이 관리하는 전통적인 자원(Resource)의 카테고리에 재무나 물류, 생산, 엽업, 마케팅 등에서 나아가 탄소(Carbon)까지 포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산업계 탄소배출을 규제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진 데 대응하는 조치다.
기업의 탄소 배출량 추정치에서 실제 데이터로 전환하는 친환경 장부를 통해 매출 및 수익만큼이나 높은 가시성, 정확성, 신뢰성을 바탕으로 친환경 부문 지표를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 SAP의 설명이다.
사파이어2023에서는 AI와 공급망관리, 기후대응 등 여러 메시지가 나왔지만 이 모든 키워드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협력’이다. SAP는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려면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사이버보안, 클라우드 등 여느 IT 영역에서 나오는 메시지와 일치한다.
클라인 CEO는 “높은 산을 오르려면 최적의 기술, 강한 팀과 함께해야 한다. SAP는 많은 경험을 통해 함께하면 어떤 일이든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기업들과의 협력은 SAP가 비즈니스를 더 깊이 이해하고 훌륭한 기술을 제공해 더 나은 비즈니스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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