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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여야 정쟁에 P2E→메타버스로 불똥…숨죽인 산업계

오병훈 기자

[디지털데일리 오병훈 기자] ‘김남국 코인 사태’ 여파가 게임업계 플레이투언(Play-to-Earn) 산업을 덮친 데 이어 이번에는 메타버스 산업까지 번지는 중이다. 앞서 P2E 산업이 여당의 ‘김남국 코인 사태’ 정치 공세 희생양이 된 바 있다. 이번에는 반대 진영에서 메타버스 산업을 견제 명분으로 내세운 모습이다. 여야가 치열한 정치 공방을 벌이는 사이 산업계는 국회 손가락이 어디로 향할지 노심초사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앞서 김남국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가상자산 투자 차익 실현을 근거로 P2E 합법화 로비 의혹을 받았다면, 이번에는 허은아 의원(국민의힘)이 위메이드 관계자의 의원실 출입 이력 및 보좌진 가상자산 거래소 취업을 근거로 메타버스 진흥법 로비 의혹을 받게 됐다.

허 의원 의혹은 여당 진상 조사단이 김 의원의 P2E 입법 로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국회 출입 기록 명단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위메이드 관계자는 허 의원실에 세 차례 출입했다. 이후 2년 뒤 허 의원은 ‘메타버스 산업진흥법’을 대표 발의했는데, 법안 내용 중 “메타버스 사업자는 이용자가 자신의 아바타 및 보유 가상자산 등의 처분을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함”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 화근이었다.

P2E는 이용자가 게임 플레이를 통해 가상자산을 획득·현금화할 수 있는 게임을 말한다. 이에 일부 전문가와 노웅래 의원(더불어민주당) 등은 해당 법안 중 ‘가상자산 등의 처분’ 부분이 P2E 합법화를 전제한다고 주장하며, 허 의원에 대한 P2E 입법 로비 의혹을 제기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법·제도상 게임과 메타버스에 대한 정의가 제대로 내려지지 않은 상황인 만큼 “메타버스 내 가상자산을 처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P2E 합법화를 전제로 한다”는 주장을 과도하다고 보고 있다. 아직까지 법적으로 ‘메타버스’와 ‘게임’이 동일선상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일부 메타버스 내에 게임 콘텐츠가 포함된 경우도 있지만, 그렇다고 메타버스 플랫폼 자체를 게임으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렇지만, 여야 정쟁이 심화되면서 산업계는 국회 눈치를 보며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업계는 앞서 김남국 코인 사태로 인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빗썸을 비롯해 게임사 위메이드·넷마블 등이 국회 진상조사, 검찰 조사 등 홍역을 치른 것을 지켜본 바 있다. 이번에는 메타버스 사업을 활발히 이어가던 기업 입장에서 김남국 코인 사태 당시와 마찬가지로 언제 불똥이 튈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 놓이게 된 셈이다.

산업 진흥책을 마련 중이던 정부 부처도 이러한 정쟁이 지속됨에 따라 국민 여론과 국회 상황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현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관련 산업 진흥책을 추진하는 것은 긁어 부스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김남국 코인 사태 직후 이후 이용 의원(국민의힘)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앞서 발표한 P2E 지원 사업과 관련해 로비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국회의원 개인 비위 및 부정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진상 조사단 출범은 마땅한 절차다. 문제는 조사단 출범 과정에서 과도한 정쟁 행보는 산업계를 지속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는 것은 산업 진흥이 아닌 후퇴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진정으로 산업 발전을 바란다면, 무리한 해석을 통한 막무가내식 정쟁은 멈춰야 한다.

오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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