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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문 닫아?'…코인거래소 생존 '풍전등화'

박세아 기자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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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박세아 기자] 가상자산 시장 업황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실명계좌를 아직 발급받지 못하고 있는 코인거래소들의 생존 문제가 현실로 다가왔다.

16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코인거래소대표자협의체(VXA)는 최근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 실명확안 입출금계정을 제공하고 있는 5개 은행에 실명계좌 발급을 위한 실사 요청 공문을 전달했다.

VXA는 포블게이트, 지닥을 운영하고 있는 피어테크, 플랫타이엑스, 플라이빗, 후오브 등 국내 코인마켓 거래소 대표들이 상호협력을 위해 결성한 협의체다.

공문의 골자는 신한은행·전북은행·카카오뱅크·케이뱅크·NH은행 등 5개 은행에 기존 원화마켓 가상자산거래소와 동등한 기회를 제공해 달라는 것이다.

최근까지 개별로 생존을 위한 실명계좌 발급을 성토하는 목소리는 있어왔지만, 코인거래소들이 공동으로 의견을 모아 표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올해를 기점으로 실명계좌를 받지 못하면 더이상 영업이 불가능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마지막으로 원화거래소 합류에 성공한 고팍스 이후 은행권의 실명계좌 발급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국내 금융당국이 지난해 테라 사태 등으로 인해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은행권들도 거래소에 더 이상 실명계좌 발급은 위험부담이 크다고 여기는 분위기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시중은행과 실명계좌 발급을 논의해 온 코인거래소들이 있지만, 몇 년째 답보상태"라며 "공통된 실명계좌 발급 기준이 없고, 은행권 재량인 상황에서 은행권에서 때마다 바꾸는 준비사항도 더는 맞추기 어렵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규모가 큰 원화거래소들 영업이익이 2021년 대비 지난해 70% 이상 급감했다. 거래량이 거의 없는 코인거래소들은 마땅한 수익원이 현재 없다"라며 "엑시트를 원하는 거래소도 많지만, 매물 매력도가 과거보다 현저히 낮아 관심을 보이는 인수자가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거래소 매출은 대부분 코인 거래 수수료로부터 나온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국내 27개 거래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일평균 거래량은 3조원에 그치고 있다. 크립토 호황기였던 2021년 하반기 11조3000억원에 비해 급감한 수치다.

이에 최근 거래소에는 심상지 않은 분위기까지 감돌고 있다. 회사차원에서 인원감축과 함께 월급 또한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히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입사자는 없는데, 퇴사자만 늘고 있다"라며 "특히 대부분 총 직원이 60명도 안되는 코인거래소 인원 중에서 최근까지 두 자릿수대 퇴사자가 나오는 곳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몇몇 코인 거래소 대표들이 직원들을 모아두고, 회사 운영자금이 바닥났다고 밝히고 있다"라며 "이에 생업이 달린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퇴사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덧붙였다.

코인의 증권성 이슈 또한 코인거래소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미국이 증권법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사업자가 증권에 해당하는 코인을 중개해 돈을 벌었다는 이유로 잇달아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만일 다수 코인이 증권으로 편입되는 분위기가 커지면 국내 역시 영향을 받을 공산이 크다. 향후 증권업 라이선스를 받아 코인 거래 중개가 가능해진다 해도 당장 취득할 자본 등 여력이 없는 코인 거래소들이 대다수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공식적으로 코인에 대해 반감을 드러내는 등 냉소적인 시각을 강화하고 있다"라며 "이러한 이유로 솔라나 등 많은 코인 프로젝트도 증권으로 정립되는 분위기다. 코인을 증권 테두리 안으로 끌어오는 가이드라인이 국내에 영향을 미치면 코인거래소들은 더 이상 영업이 불가능하다"라고 우려했다.

박세아 기자
seea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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