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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유율 1위’ 배민, 쿠팡·요기요 할인경쟁에 여전히 긴장

이안나 기자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배달주문 플랫폼 1위 배달의민족이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 고심이 깊다. 쿠팡이츠와 요기요 등 경쟁사들이 공격적으로 할인 경쟁에 나서자, 배민 역시 참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수익성을 강화하는 기조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은 모든 고객 대상으로 10% 할인 쿠폰을 지급 중이다. 다른 쿠폰에 더해 중복사용도 가능하며, 사용 후 재발급도 가능해 실상 횟수에 제한이 없다. “멤버십도 패스도 필요 없어요, 누구나 10% 추가 할인”이라는 배민 쿠폰 문구는 이번 프로모션이 쿠팡이츠(멤버십)과 요기요(패스)를 겨냥한 것으로 읽힌다.

배달의민족이 식당 자영업자들로부터 받는 배달주문 중개수수료가 건당 6.8%라는 점을 고려하면, 음식값 10% 할인은 결코 작지 않은 혜택이다. 소비자 부담은 줄지만 배민 비용 부담은 커질 수 있다. 배민이 공격적인 할인혜택을 내세운 건 쿠팡이츠가 촉발한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와우멤버십 회원들에 쿠팡이츠 음식값 10%를 횟수 제한 없이 할인해준다.

와우 멤버십 회원은 작년 기준 1100만명에 달하는데, 이들이 배달음식을 시킬 땐 자연스럽게 쿠팡이츠를 이용하게 된다. 쿠팡 측은 멤버십 혜택을 강화하는 차원일 뿐이며, 배달시장 경쟁 때문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여기에 업계 2위인 요기요도 고객 록인 효과를 위해 구독 서비스‘ 요기패스X’를 출시, 월 9900원을 내면 무제한으로 배달비를 받지 않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합리적 소비를 원하는 소비자들은 본인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충분히 파악 후, 어디가 더 싼지 비교를 하고서 배달 주문을 한다”며 “쿠팡이츠가 와우 멤버십 회원 대상으로 10% 할인을 하지 않았다면 배민 역시 10% 할인 혜택을 제공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달의민족 국내 시장 점유율은 약 70%로 파악된다. 명실상부한 시장 1위 사업자로 안착한 셈이지만 배민은 안도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실 배민과 경쟁하는 쿠팡이츠는 그 뒤에 한해 매출 27조원을 기록하는 쿠팡이 있다. 배민 지난해 매출이 2조원인 것과 비교하면 규모차가 상당하다. 배민과 쿠팡이츠가 마케팅 경쟁을 펼치게 된다면, 수익성 악화에 따른 타격은 배민이 훨씬 크게 가져갈 수 있다.

이미 배달주문 업계선 ‘치킨게임’이 벌어진 바 있다. 2년 전 쿠팡이츠가 ‘단건배달’ 서비스를 출시하며 급속도로 성장하자 배민 역시 ‘배민1’ 출시로 맞대응했다. 당시 점유율을 뺏으려는 쿠팡이츠와 이를 뺏기지 않으려는 배민이 식당 및 라이더들에 혜택을 주는 프로모션 경쟁으로 이어지면서 주문을 받을수록 손해를 보는 출혈경쟁이 벌어졌다.

코로나19 수혜에 더해 단건배달 출혈경쟁이 멈추고 나서야 배민 실적도 개선됐다. 지난해 배달의민족은 매출 2조9471억원으로 사상 최대 매출을, 영업이익은 4241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한 딜리버리히어로(DH)도 중남미·유럽에서 적자가 증가했지만 아시아 시장은 배민 덕에 실적을 개선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DH는 지난해 연간 보고서에서 “우아한형제들이 DH 조정 에비타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며 “DH그룹 전체 거래액 대비 조정 EBITDA 마진율도 2021년 -2.4%에서 2022년 -1.1%로 전년대비 1.4%포인트 개선됐는데, 이 역시 우아한형제들 긍정적 기여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또다시 배달업계 출혈경쟁이 지속된다면 배민이 전년 실적을 올해 경신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더군다나 엔데믹 전환 후 배달앱은 이용자 및 수요 감소가 진행되고 있다. 플랫폼 업계 전반이 수익성 강화 기조로 돌아선 가운데, 배민 역시 엔데믹 전환 후에도 탄탄한 재무구조를 보여줘야 하는 단계다.

업계 관계자는 “출혈경쟁은 사실 서비스간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며 “각 플랫폼사들은 차별화 지점을 만들어 꼭 이 서비스를 사용해야 이유를 소비자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안나 기자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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