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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장 TF] ② “日 벗어나자”…韓 소부장 육성 본격화

김문기 기자

전세계적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제조분야의 산업적 가치가 중요해졌고, 그에 따라 소재·부품·장비(소부장)산업에 대한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하지만 미중 패권경쟁에 따른 아시아 지역의 변화와 유럽연합(EU)의 적극적인 공세로 인해 우리나라는 제품만 생산해내는 위탁국가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해외 정세에도 흔들림 없는 K제조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물밑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소부장 강소기업 육성을 통한 경쟁력 제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부장 미래포럼>은 <소부장 TF>를 통해 이같은 현실을 직시하고 총체적 시각을 통해 우리나라 소부장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숙제를 되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문재인 전 대통령 [사진=청와대]
문재인 전 대통령 [사진=청와대]

[디지털데일리 김문기 기자] 2019년 8월 2일 일본 정부가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하자 우리나라 정부는 정당한 근거없이 취해진 무역보복 조치들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면서, 그에 따른 대응책 마련에 힘을 모았다. 당시 조치는 초당적인 국회 지원과 경제계에서 너나할 것 없이 중지를 모으면서 바람에 돛을 단 듯 앞으로 나아갔다.

우리나라 정부는 이날 ‘일본 정부의 백색국가 배제 등 수출규제 및 보복조치 관련 브리핑’을 통해 기업 피해 최소화 및 단기 대책 마련의 일환으로 일본 수출규제 관련 일일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애로신고센터 등을 가동시켰다. 대일 의존도 완화 및 경제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범부처 TF 운영, 협회와 단체 등 현장의견 수렴을 거쳐 정책과제를 발굴하기로 했다. 체계적 점검 및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일본 수출규제 대응 관계장관회의’를 신설해 주 2회 가동했다.

또한 국회 추경 심의과정에서 수출규제 대응 소요 2732억원을 반영해 추진했다. R&D 세액공제 확대와 피해기업 세제 부담 완화를 지원하는 한편, 대체국에서 해당물품 또는 원자재를 수입해야 하는 경우 할당관세를 적용했다.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게는 국세 납기연장과 징수유예, 부가가치세 환급금 조기지급, 세무조사 유예 등 세정 지원을 강화했다.

무엇보다도 이 기회를 빌어 소재, 부품, 장비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에 따라 100여개 전략 핵심품목을 중심으로 R&D 등 매년 1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수요와 공급기업간 또는 수요기업간 협력모델 정착을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 협력하는 국내 공급망 구축에 나섰다. 기술 개발이 실제 수요기업의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실증 및 양산 테스트, 신뢰성 보증 등 단계별 정책 연계지원도 강화했다.

8월 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 무역보복을 정부와 기업과 국민이 한마음으로 대응해주고 있는 것에 감사한다”라며 “이번 일을 냉정하게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대한민국을 새롭게 도약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정부는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100대 핵심 전략품목은 조기에 자립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20대 품목은 1년 이내 나머지 품목은 5년 이내가 목표다. 소재·부품·장비산업 전반 경쟁력 강화를 병행하기로 했다.

기업도 화답했다. 8울 7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공학한림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에 대한 과학기술계 대응방안’ 토론회를 개최한 자리에서 당시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세계 무역 환경이 자유무역에서 보호무역으로 변하고 있는 점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공급망 관리차원에서 업체별 다변화는 했지만 국가별 다변화를 하지 못한 것이 이번 위기의 원인”이라며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에 그치지 않고 세계 일류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한다. 국가별 다변화도 서둘러야한다”고 일갈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우측 세번째)와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중앙) [사진=청와대]
문재인 전 대통령(우측 세번째)와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중앙) [사진=청와대]

마침내 8월 28일 정부가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 대책’ 중 연구개발(R&D) 관련 내용을 확정했다.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강화가 계기지만 이번 일을 전화위복으로 삼겠다는 복안이었다.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일본 수출규제 대응 확대 관계장관회의 겸 제7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소재·부품·장비 R&D 투자전략 및 혁신대책’도 확정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총 5조원을 투자한다. 핵심품목 관련 사업 예산은 지출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했다. 일몰 관리도 면제했다.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소속으로 ‘소재·부품·장비기술특별위원회’를 신설하기도 했다. 이 위원회는 ▲핵심품목 목록화 ▲R&D 정책수립 지원 ▲핵심품목 사업 사전 검토 심의 등을 맡는다. 대기업 진입 장벽을 내리고 산학연 R&D 역량을 결집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0년 예산 중 소재·부품·장비 지원 산업부 예산을 2019년 6699억원에서 2020년 1조2716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렸다. 안정적 투자를 위해 ‘소재부품장비산업특별회계(가칭)’ 설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하반기 소재부품전문기업육성특별조치법 등 관련 법률 개정을 추진했다.

이같은 노력은 점차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앞서 일본이 수출규제에 나선 3개 품목에 대한 자립화를 단계적으로 실현시켯다. 불화수소의 경우 솔브레인이 충남 공주에 공장을 짓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남품을 시작했다. 램터크놀로지도 불산액 공급을 시작하는 한편 공장 신축에 나섰다. SK머티리얼즈도 기체 불화수소 공급에 주력했다.

다만, 첨단 공정에 쓰이는 포토레지스트의 경우 일본 기업이 독점하고 있다시피해 차선책을 선택했다. 미국의 유력 기업과 협력하는 방식이다. 해외 기업의 국내 공장 신설을 유도하는 한편, R&D에 공동협력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국내서는 동진쎄미컴이 ArF용 포토레스트를 개발해 공장 증설에 나섰다.

폴리이미드 역시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본격적으로 양산에 돌입했으며, SKC와 SK이노베이션도 투명PI 사업에 진출했다.

김문기 기자
moo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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