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소부장 TF] ④ 4년 만에 끝난 수출규제…韓日 반도체 향방은

김도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전세계적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제조분야의 산업적 가치가 중요해졌고, 그에 따라 소재·부품·장비(소부장)산업에 대한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하지만 미중 패권경쟁에 따른 아시아 지역의 변화와 유럽연합(EU)의 적극적인 공세로 인해 우리나라는 제품만 생산해내는 위탁국가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해외 정세에도 흔들림 없는 K제조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물밑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소부장 강소기업 육성을 통한 경쟁력 제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부장 미래포럼>은 <소부장 TF>를 통해 이같은 현실을 직시하고 총체적 시각을 통해 우리나라 소부장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숙제를 되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윤석열 정부 들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한 결과 약 4년 만에 일본 수출규제 조치가 사실상 종료됐다. 표면적으로 긍정적인 성과지만 업계에서는 ‘큰 의미 없다’ ‘국내 소부장 기업에 위협이 될 수 있다’ 등 부정적인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 일본 경제산업성은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로 재지정할 예정이다.

앞서 일본은 대한(對韓) 수출규제를 단행하면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했다. 일본의 경우 무기개발 등 목적에 쓰일 수 있는 전략물자 교역에서 우방국을 백색국가로 지정해 심사 절차를 간소화해준다. 한국 역시 맞대응 차원에서 일본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고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했다.

2019년 7월부터 이어진 이러한 분위기는 올해 3월 반전의 계기를 맞이했다. 윤석열 대통령 방일 기간 ‘제9차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가 열렸고 이 자리에서 일본은 3개 품목(불화수소·불화 폴리이미드·포토레지스트) 관련 수출규제를 해제하기로 했다. 한국은 WTO 제소를 취하했다.

지난달에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방한하면서 양국은 사실상 화이트리스트 복원을 선언했다. 우리나라는 일본을 재지정하는 절차를 끝냈고 일본도 한국 복귀 과정을 밟고 있다. 백색국가로 포함되면 수출입 시 2~3개월 소요되는 절차가 1주일 내외로 줄어드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같은 소식에 반도체 업계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일본 수출규제 이후 우리나라는 소부장 육성을 본격화하면서 동진쎄미켐, 솔브레인, 램테크놀러지 등이 소재 국산화를 이뤄냈다. 세메스, 원익IPS, 한미반도체 등도 내재화에 성공한 바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일본 기업들은 한국에 생산거점을 마련하는 등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붙잡기에 나선 상태다.

[사진=SK하이닉스]
[사진=SK하이닉스]

각 성과의 크고 작음을 떠나서 토종 소부장 업계에서는 “일본의 조치가 한국 반도체 생태계 강화로 이어진 건 사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지난 4년간 핵심 소재를 수급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대신 공급망 강화에 대한 경각심이 생겼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관건은 반도체 관련 정책이다. 일각에서는 양국 화해 무드가 소부장 국산화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부 자체 조달이 가능해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초고순도 또는 고부가 제품에서는 일본 의존도가 높다. 아직 진행해야 할 국산화 작업이 많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소부장 지원 정책을 더욱 강화해서 반도체 자립 가속화를 촉구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장비업체 대표는 “일본이 아니더라도 중국, 미국, 유럽 등 어느 나라와 어떤 갈등이 생길지 모른다. 최대한 내재화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국산 소부장 육성 작업을 멈춰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긍정적인 관점도 있다. 한일 반도체가 시너지를 내면 국내 기업에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사안에 대해 한국무역협회는 “향후 한일 교역이 상호 규모에 걸맞게 회복되면 교역 증진뿐 아니라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의 투자, 기술협력이 늘어나 양국경제는 물론 세계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도현 기자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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