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소부장 TF] ⑲ 주성엔지니어링, “끊임없는 연구개발…30년 노하우 만발”

김문기 기자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제조분야의 산업적 가치가 중요해졌고, 그에 따라 소재·부품·장비(소부장)산업에 대한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하지만 미중 패권경쟁에 따른 아시아 지역의 변화와 유럽연합(EU)의 적극적인 공세로 인해 우리나라는 제품만 생산해내는 위탁국가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해외 정세에도 흔들림 없는 K제조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물밑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소부장 강소기업 육성을 통한 경쟁력 제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부장 미래포럼>은 <소부장 TF>를 통해 이같은 현실을 직시하고 총체적 시각을 통해 우리나라 소부장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숙제를 되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4월 1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주성엔지니어링 창립 30주년 기업설명회' 자리에서 무대에 올라 향후 비전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4월 1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주성엔지니어링 창립 30주년 기업설명회' 자리에서 무대에 올라 향후 비전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디지털데일리 김문기 기자] 주성엔지니어링은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했다. 한국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세계 무대에서 위상을 높이는 과정을 실제 똑똑히 지켜보고 참여한 국내 토종 기업이기도 하다.

주성엔지니어링은 1993년 황철주 회장이 창립했다. 황 회장은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에 입사한 이후 네덜란드 ASM에서 장비 기술을 익한 뒤 창업자로 변신했다. 맨손으로 일으킨 기업이었기에 시작조차 만만치 않았지만 반도체 업계 선배와 동료들의 신뢰를 얻어 2년만에 화학기상증착(CVD) 장비 개발에 성공했다. 2년 뒤 D램 커패시터 관련 제품 등을 수출하면서 국내 첫 반도체 전공정 설비를 해외 판매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1999년 세계 최초 원자층증착(ALD) 장비를 개발하면서 미국 법인인 ‘주성 아메리카’를 설립하는 등 코스닥 시장 상장까지 탄탄대로를 걸었으나 2000년대초 시련을 겪으면서 존폐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하지만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에 액정표시장치(LCD) CVD 장비 납품과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에 ALD 설비를 공급하면서 재기의 꿈을 키웠다.

또한 2000년대 중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는 물론 태양전지 쪽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했으나 2000년대말 발생한 리먼 사태 후폭풍에 2011년 태양광 산업마저 무너지면서 또 다시 시련을 맞이했다.

이 과정에서 주성엔지니어링은 ‘기술 혁신만이 살길’이라는 철학을 다시금 반복할 수 있게 해줬다. 매출의 약 20%를 매년 연구개발(R&D)에 투자하면서 기술 역량을 키웠다. 마침내 2015년에 이르러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또한 2021년 산업통상자원부는 반도체 증착 부품 장비 제조기술 핵심전략기술 부문에서 ‘소부장 으뜸기업’으로 선정됐다. 업계 최초로 개발한 시공간분할(TSD) ALD 장비 성과를 인정받은 결과다.

2022년에는 연간으로 매출 4739억원, 영업이익 1239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은 10년 만에 4000억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은 창사 이래 최대로 나타났다.

올해는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인해 또 다시 고난의 행군을 계속해야 하지만 이같은 혁신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 선언했다.

지난 4월 13일 창립기념 기업설명회에서 황 회장은 “그동안 13개의 건물을 지었고 지난해까지 누적 R&D 투자비용이 1조3000억원이다. 30년간 확보한 특허는 3000건”이라며 “앞으로 30년도 혁신과 신뢰가 합쳐져 더 큰 성장을 이루는 주성엔지니어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미래 비전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태양광 등 3대 핵심 패밀리 산업의 융합을 통해 성장동력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기초기술이 동일한 3대 사업군에 대한 주성엔지니어링의 뚝심있는 연구개발이 뒷받침된다.

기술측면에서는 원자층증착(ALD)을 밀고 있다. 트랜지스터의 복잡성이 증대됨에 따라 보다 심플한 회로 구성이 가능한 차세대 증착 방식이 필요하다. 즉 첨단 공정을 통해 보다 미세화되는 반도체 트렌드에 부합할 수 있는 방식이 ALD라는 설명이다.

이같은 ALD 기술은 디스플레이에도 통용된다. 앞으로 미래 기술은 ALD로 만들어질 것이며, 거의 개발 완성 단계에 와 있는 상태로 장비군 역시 3.5세대부터 8.5세대까지 다 개발됐다고 자신했다.

태양관 사업 역시 낙관적이다. 태양광 발전의 경우 35%의 발전전환 효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29%까지 올라왔다는 것. ALD 기술을 통해 효율성을 더 높일 수 있으며, 올해 내 양상 가능한 수준까지 끌어 올리는게 목표다.

황 회장은 우리나라 소부장 기업들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었던 데는 상부 산업 기업들이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린 바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스타트업 등 시장에 뛰어든 여러 기업들에 대해서도 기술 차별화는 경쟁력을 통해 만들 수 있지만 신뢰에 대한 차별화는 눈에 안보이고 천천히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신뢰를 쌓기 위한 ‘공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문기 기자
moo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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