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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사람은 이틀 걸릴 클래식 편곡, AI는 30초만에…지니뮤직서 누구나 작곡가 된다

이나연 기자
지니리라를 활용해 김형석 PD 히트곡 ‘아이 빌리브(I Believe)’를 클래식으로 편곡한 음원이 현악 4중주 라이브로 시연됐다
지니리라를 활용해 김형석 PD 히트곡 ‘아이 빌리브(I Believe)’를 클래식으로 편곡한 음원이 현악 4중주 라이브로 시연됐다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제가 대학생 때 이렇게 편곡하려면 이틀은 걸렸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AI로는 단 30초가 걸린다니 놀랍네요. 물론 단순히 작곡을 빨리한다는 것이 좋은 결과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AI 기술을 사용해 더 많은 아이디어나 영감을 얻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겼습니다.”

김형석 PD는 28일 서울 강남 지니뮤직 사옥에서 열린 ‘지니리라(genie.Re:La)’ 베타버전 출시 행사에서 자신의 히트곡 ‘아이 빌리브(I Believe)’가 모차르트 스타일로 편곡된 현악 4중주 라이브를 듣고 이러한 소감을 전했다.

지니리라는 지니뮤직과 AI 스타트업 주스가 AI 기술로 구현한 악보 기반 편곡 서비스다. MP3를 올리면 AI가 즉석에서 디지털 악보를 그려 주고, 이용자가 그 악보를 편집해 편곡까지 가능한 서비스다.

이날 박현진 지니뮤직 대표는 “아직 AI 법적 기반이 미비한 상황에서도 지니뮤직은 음원 유통 플랫폼으로서 AI를 어떻게 음악 산업에 접목할지 누구보다 고민을 많이 해온 당사자”라고 밝혔다. AI 리메이크로 이용자들에 만족을 주고, 투자권을 가진 이들에게도 추가적인 수익원과 투자권을 보호하는 방안을 생각해 본 결과가 바로 지니리라라는 설명이다.

지니리라는 지니뮤직 홈페이지에서 안내되는 서비스 페이지에서 이용할 수 있는데, 회원가입 후 ‘체험하기’ 버튼을 누르면 ‘MP3 업로드’와 ‘악보 생성하기’ 두 가지 항목이 나타난다. 여기서 자신이 보유한 MP3를 올리면 AI가 한 곡당 10초~40초 사이에서 피아노 악보로 만들어 준다. 각자 취향에 따라 모차르트, 바흐, 베토벤 등 스타일 변경도 가능하다. 화성 분석으로 세부적인 요소 조정을 통해 자유로운 편곡도 할 수 있다.

(왼쪽부터) 김준호 주스 대표, 박현진 지니뮤직 대표, 김형석 PD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준호 주스 대표, 박현진 지니뮤직 대표, 김형석 PD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콘텐츠업계서 AI 저작권 이슈 뜨거운데…음원은 괜찮을까=박현진 대표는 지니리라를 선보이기에 앞서 기술적인 측면보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저작권 이슈를 어떻게 풀 것인가가 더 고민이었다고 강조했다. 지니뮤직이 악보를 생산할 수 있게 허용한 음원에 대해서만 이 서비스를 적용하기로 한 것도 그래서다.

박 대표는 “지니뮤직이 현재 1900만여개 음원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그중 약 70%는 악보 생성 허가를 받았다”며 “해당 데이터베이스(DB)를 토대로 특정 이용자가 지니리라에서 MP3 업로드를 신청하면 저작권 서버에서 실시간 확인을 거쳐 서비스 지원 여부를 바로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악보 생성 허가를 받지 않은 MP3에 대해서는 ‘저작권자 요청에 의해 악보 인정을 할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다음 서비스 화면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악보 생성으로 넘어가 만들어진 작업물 역시 서버 내에만 저장할 수 있다.

김준호 주스 대표도 “앞서 시연한 I Believe 편곡 버전 경우에도 사실 주요 멜로디 외에는 원곡이라고 보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면서 “애초에 이런 것들은 사전 표기를 하고 있고, 새로 만든 음악이 아닌 ‘리메이크’라는 사실을 명시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최근 생성형 AI가 웹툰·웹소설뿐만 아니라 일러스트, 음악 등 다양한 콘텐츠 분야에서 활용되면서 저작권 논쟁에 대한 소비자 불신과 거부감이 커졌다는 점은 넘어서야 할 한계로 지목된다.

박 대표는 “개인적으로 아마추어가 만든 곡들이 당장 큰 수익화를 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이라며 “소비자가 느낄 거부감 문제는 결국 시장 이해관계자와 관련한 것이기에 그때마다 시장 환경을 반영하게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지니뮤직-주스, ‘지니리라’로 글로벌 시장 문 두드린다=시장분석업체 마켓닷어스에 따르면 세계 음악 생성 AI 시장 규모는 지난해 2억2900만달러(한화 약 2978억원)에서 10년 뒤인 2032년에는 26억6000만달러(한화 약 3조4593억원)로 11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향후 지니뮤직과 주스는 KT와 협력해 아시아권 등 글로벌 시장으로 AI 리메이크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박 대표는 “KT그룹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진행 중”이라며 “올 4분기 정도에는 정식 음원을 만들 수 있게 되고 글로벌 유통까지 가능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재 베타버전인 지니리라 서비스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지니뮤직은 연내 서비스 고도화 이후 수익 창출을 위해 무제한 편곡 때 월정액을 과금하는 등 방식을 검토 중이다. 이용자들이 편곡한 음원을 출시까지 할 수 있게 하는 한편, 수익 창출 때 원작자에게도 수익이 배분될 수 있게 2차 생산 저작물에 대한 정산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현재 AI 리메이크곡의 수수료 배분 방식은 정해진 게 없다”면서도 “원곡자와 편곡자 간의 수익 배분 사례는 많아 자체 음원 정산 유통 시스템에 따라 정산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플랫폼 가치는 이용자 체류 시간으로 측정된다”며 “(지니리라를 통해) 지니뮤직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이나연 기자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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