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보민 기자] 북미 지역에서 테슬라 전기차 충전 규격인 'NACS'(North American Charging System)을 도입하는 완성차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포드•제너럴모터스(GM)•리비안•볼보가 테슬라와 충전 제휴를 맺은 데 이어, 독일 폭스바겐까지 합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것.

테슬라 충전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현대자동차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현재 현대차는 기존 표준 규격인 'CCS'(Combined Charging System)을 적용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NACS 채택 여부를 두고 테슬라 측과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세부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앞서 테슬라와 충전 협력을 맺은 기업들과 비슷한 형태의 파트너십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포드•GM 등은 내년부터 자사 전기차가 북미 지역에 있는 테슬라 충전 네트워크 '슈퍼차저'를 이용할 수 있게 하고, 2025년부터 NACS 규격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약 2년 뒤부터 별도의 어댑터 없이 테슬라의 충전 인프라를 자유롭게 사용하겠다는 구상이다.

볼보의 전기차 전문 자회사 폴스타도 이날 테슬라 충전에 올라탔다는 소식을 알렸다.

테슬라는 북미 지역에 1만2000여개의 슈퍼차저 네트워크 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미 급속충전 시장에서 테슬라 슈퍼차저가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한다.

자사 충전 시설에 비용을 투입하는 대신 테슬라와 인프라 제휴를 맺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북미 지역에서 NACS가 표준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 현대차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테슬라식 충전을 도입해 전기차 운전자들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겠지만, 충전 효율 고려할 사항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최근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우리는 800V 초고속 충전으로 설계돼 있는데, 500V인 테슬라 슈퍼차저에 당사 차량을 연결해 보면 오히려 충전 속도가 늦어진다"라고 말했다.

장 사장은 "(NACS 도입은) 궁극적으로 고객 관점에서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고도 강조했다.

성장세가 거센 북미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도 경계할 부분이다. 전기차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 테슬라가 충전 분야에서도 주도권을 쥐게 된다면, 그만큼 경쟁 기업들의 사업 전략에도 영향이 끼칠 수 밖에 없다.

한편 스텔란티스 등 주요 기업들도 테슬라 충전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