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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몸으로 오세요"…삼성 파운드리, '반도체 호텔' 현실화 [소부장반차장]

김도현 기자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3'에서 발표하는 최시영 사장 [사진=삼성전자]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3'에서 발표하는 최시영 사장 [사진=삼성전자]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호텔에 갈 때 지어지기도 전에 돈 내고 가는 사람은 없다. 공간을 먼저 만들고 다양한 고객들에 맞춰 여러 서비스나 시설을 준비해야 한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은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사업을 여러 차례 호텔업에 비유한 바 있다. 이러한 기조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기조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4일 삼성전자는 미국에 이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올해 2번째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3’ 및 ‘SAFE(Samsung Advanced Foundry Ecosystem) 포럼 2023’을 개최했다. 이날 고객과 파트너 1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전략이 공유됐다.

이날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생태계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고객 서비스의 양과 질 모두 높이겠다는 차원이다.

우선 고객사의 설계 역량을 높이는 데 힘을 보탠다. 삼성전자는 공정 설계 지원 키트인 PDK(Process Design Kit) 사용 편의성을 강화한 ‘PDK 프라임’ 솔루션을 올해 하반기부터 2~3나노미터(nm) 공정을 활용하는 팹리스 기업에 제공할 예정이다. 향후 8인치(200mm)와 12인치(300mm) 성숙(레거시) 공정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전자설계자동화(EDA) 23개 ▲외주 패키징·테스트(OSAT) 10개 ▲디자인솔루션파트(DSP) 9개 ▲클라우드 9개 ▲지적재산(50개) 등 부문별 파트너를 보유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늘려가면서 사업 영역을 넓힐 방침이다.

같은 맥락에서 삼성전자는 최근 IP 에코시스템 파트너와 동맹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IP 분야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는 시높시스, 케이던스, 알파웨이브세미 등이 대상이다. 기존 주력인 모바일은 물론 인공지능(AI), 그래픽처리장치(GPU), 고성능 컴퓨팅(HPC), 오토모티브 등까지 경쟁력 향상에 나선다.

국내외 시스템반도체 연구개발(R&D) 지원도 강화한다.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 서비스 증대가 핵심이다. MPW는 한 장의 웨이퍼에서 여러 종류의 반도체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복수의 팹리스 고객이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설계 테스트를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AI, HPC, 모바일 제품 설계에 활용 가능한 4나노 공정 MPW 정책을 개시했다. 오는 8월, 12월에도 지원한다. 내년에는 4나노를 비롯한 MPW 서비스를 올해보다 10% 이상 확대할 예정이다.

평택 반도체 공장 클린룸 [사진=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클린룸 [사진=삼성전자]

가장 중요한 생산 역량도 지속 개선한다. 지난해 세계 최초 3나노 공정을 상용화한 삼성전자는 2나노 양산 계획을 구체화했다. 2025년 모바일, 2026년 HPC, 2027년 오토모티브용 2나노 공정을 연다. 1.4나노 반도체는 2027년부터 제작하기로 했다.

화합물 반도체 사업도 본격화한다. 삼성전자는 컨슈머, 데이터센터, 오토모티브 쪽으로 2025년 8인치 갈륨나이트라이드(GaN) 전력반도체 파운드리 서비스를 시작한다. GaN은 실리콘 반도체 한계를 극복해 시스템 고속 스위칭과 전력 절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제품이다.

6세대(6G) 이동통신 선행 기술 확보를 위해 5나노 무선주파수(RF) 공정도 개발해 2025년 상반기부터 지원한다. 5나노 RF는 기존 14나노 대비 전력효율 40% 높이고 면적은 50% 줄인다.

생산능력(캐파) 측면에서는 한국과 미국 내 증설을 이어간다. 삼성전자는 시장 수요에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평택과 테일러에 클린룸을 선제 건설하는 ‘쉘퍼스트’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오는 2027년 클린룸 규모는 2021년 대비 7.3배 확대된다.

평택 3라인은 올해 하반기, 테일러 1라인은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국가산업단지로 조성 중인 용인으로 생산거점을 확장한다. 지난달 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용인 내 삼성 파운드리 공장 구축을 예정보다 2년 앞당기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2028년 착공, 2030년 가동이 가능해진다.

최신 트렌드로 부상한 패키징 부문도 신경 쓴다. 삼성전자는 최첨단 패키지 협의체 ‘MDI(Multi Die Integration) 얼라이언스’를 출범하기로 했다. 이는 2.5차원(D)/3D 이종집적 패키지 기술 생태계 구축을 통한 적층 기술 혁신이 골자다. 이종집적 패키지란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진 반도체를 ‘원칩’으로 동작하게 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HPC, 오토모티브 등 응용처별 차별화된 패키지 솔루션을 마련해 다양한 고객 요구 사항을 만족시키겠다는 심산이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고객의 특색 있는 요구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다양한 파트너사와 장기 계약해서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히고 최적화된 반도체를 만들 수 있도록 에코시스템 확장은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도현 기자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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