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고객 또 뺏는다"…삼성, 토종 팹리스 연이어 포섭 [소부장반차장]
- LX세미콘 등 중견·중소 고객군 확장
- DSP 소속 디자인하우스, 연결다리 역할 톡톡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삼성전자가 국내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들과 협업을 확대한다.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를 매개로 개발부터 생산까지 동맹 범위를 넓혀가는 분위기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LX세미콘은 메인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협력사를 대만 TSMC에서 삼성전자로 바꾸는 것을 검토 중이다.
LX세미콘은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등을 공급하는 업체다. DDI는 디지털신호를 적색·녹색·청색(RGB) 아날로그 신호로 전환해 패널에 전달하는 반도체다.
그동안 LX세미콘 주요 거래처는 LG디스플레이였다. 전신이 LG그룹 계열사 실리콘웍스인 만큼 양사 간 관계가 밀접했다. 여전히 핵심 고객이지만 LX그룹 편입 이후 매출처 다각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초 삼성디스플레이와 차세대 DDI 공동 개발에 착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LX세미콘은 설계만 담당하기 때문에 파운드리 회사와 교류가 필수적인데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 TSMC 등과 주로 협력했다. LG디스플레이가 애플 비중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TSMC가 최대 파운드리 발주처로 거듭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달 초 LX세미콘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와 손잡는 것을 공식화했다. 고대협 LX세미콘 연구소장은 “삼성 파운드리와 8인치(200mm) 협력을 강화하고 향후 12인치(300mm)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거 LX세미콘은 삼성 파운드리에 일부 제품을 위탁하긴 했으나 물량이 많지는 않았다. 삼성디스플레이와 만들게 될 DDI를 기점으로 삼성 파운드리 비중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이외 제품까지 위탁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련의 과정에서 DSP 멤버인 코아시아가 교두보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DSP는 삼성전자가 설립한 조직으로 팹리스·파운드리 간 가교 임무를 수행하는 디자인하우스들이 속해있다.
파운드리 사업 특성상 다양한 고객을 상대하기 때문에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 운영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한 파운드리 회사에서 모든 고객을 응대할 수 없어 DSP와 같은 조직이 지원하는 구조를 가진다. TSMC의 경우 가치사슬협력사(VCA)라는 이름으로 관련 그룹을 운영 중이다.
현재 DSP에는 ▲에이디테크놀로지 ▲알파홀딩스 ▲코아시아세미 ▲가온칩스 ▲세미파이브 등 국내 업체와 ▲에이벤트 ▲패러데이 ▲베리실리콘 등 해외 기업 등이 포진하고 있다. 이들은 부수적인 서비스 외에도 자체적으로 수주 활동도 펼치고 있다. 궁극적으로 삼성 파운드리 고객을 데려오는 것이다. 미국 암바렐라, 일본 스쿠에아루토 등 TSMC 고객사를 삼성 쪽으로 끌고 오기도 했다.
최근에는 국산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들과 긴밀하게 움직이고 있다. 리벨리온, 딥엑스 등은 삼성 파운드리 5나노미터(nm) 공정 기반 AI 칩을 내놓고 있다. 퓨리오사AI도 내년 5나노 반도체를 삼성 파운드리 라인에서 찍어낸다. TSMC와 일해온 사피온도 삼성 쪽으로 넘어가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기존 삼성 파운드리 고객인 텔레칩스, 넥스트칩, 아나패스, 픽셀플러스 등에 대해서도 레거시(성숙)부터 첨단 노드까지 지원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이들과의 협력 역시 DSP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후공정(OSAT) 연계 및 운영 서비스, 공급망 관리 서비스 등을 통해 삼성 파운드리와의 프로젝트가 원활하도록 힘을 보탰다.
앞서 삼성전자는 오는 2027년에 2019년 대비 고객사를 5배 이상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드러냈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선 DSP와 시너지를 내는 것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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