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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기반 제4이통 성공할까…“능력 없는 사업자 진출시 더 난감”

권하영 기자
5G 28㎓ 신규사업자 주파수 할당계획(안) 공개토론회 [ⓒ 디지털데일리]
5G 28㎓ 신규사업자 주파수 할당계획(안) 공개토론회 [ⓒ 디지털데일리]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신규 사업자가 충분한 가입자 기반을 확보하기 어렵다면 현재 알뜰폰 수준에도 못 미칠 것이다. 만약 기반 없고 능력 없는 사업자가 시장에 진출해 정책적 지원만 계속 요구하면 정부는 오히려 더 난감해질 것이다.”

김범준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11일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열린 ‘5G 28㎓ 신규사업자 주파수 할당계획(안) 공개토론회’에서 28㎓ 신규 할당을 통한 제4 이동통신 사업자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이같이 제언했다.

현재 정부는 통신3사의 투자 미이행으로 회수한 5G 28㎓ 주파수 대역 일부를 신규 사업자에 할당해 제4 이통 진입을 유도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제4 이통의 시장 진출로 고착화된 통신3사 시장구도를 개선하고 경쟁을 활성화 하겠다는 복안이다.

김 교수는 “통신시장에선 망과 가입자, 두가지 경쟁이 필요한데 사실 망 투자에 관해선 정부가 정책적 지원으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만 정부가 가입자 모집까지 해줄 순 없다”면서 “충분한 가입자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신규 사업자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신규 사업자도 스스로 자기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 혁신적인 아이디어 실험을 하고 고객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며 자신들의 ARPU(가입자당평균매출)를 높여야 한다”며 “그럼에도 28㎓로는 눈에 띄는 비즈니스모델이 안 보인다”고 우려했다.

초고주파 대역인 28㎓ 주파수는 직진성이 강하고 장애물을 피하는 회절성이 약한 특성상 전국망 용도의 3.5㎓ 주파수 대비 훨씬 꼼꼼하게 기지국을 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막대한 투자 대비 28㎓를 활용한 사업모델은 핫스팟 등 일부 도심 지역에 한한 특화 서비스 그리고 산업용(B2B) 서비스 정도로 국한돼 있다.

신민수 녹색소비자연대 대표도 “신규 사업자가 들어와 실제 소비자 후생이 증가하려면 어마어마한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그러려면 사업자의 재무 상황과 투자 능력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신규 사업자가 일정 지역에 투자하고 전국 단위는 로밍으로 해결한다고 한다면 실제로 요금 경쟁은 논의가 더 필요하고 품질 경쟁도 과연 가능할지 미지수”라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28㎓ 신규 할당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이날 5G 28㎓ 신규사업자 주파수 할당계획(안)을 발표하면서 “어떻게서든 정부는 시장 생태계를 살리고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의지로서 최대한 열심히 정책 방향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된 안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신규 사업자에 28㎓ 대역 전용주파수(3년)와 앵커주파수(700㎒ 또는 1.8㎓ 대역)를 할당할 계획이다. 사업자는 전국 또는 원하는 권역을 선택해 사업을 할 수 있다.

전국 단위 기준 주파수 할당 최저경쟁가격은 740억원으로 산정했다. 망 구축 의무는 6000대다. 2018년 5G 주파수 할당 당시 2072억원의 최저경쟁가격과 사업자당 1만5000대의 망 구축 의무를 부과한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조건이다. 권역별 최저경쟁가격은 전국 단위 대비 2~45%, 권역별 의무 구축 기지국 수는 148~2726대다.

또한 납부 금액도 사업자의 초기 부담 완화를 위해 사업 성숙 이후 납부 금액이 점차 증가하도록 바꿨다. 원래는 할당받은 1년차에 50%지만, 이번엔 1차 납부금을 할당대가의 10% 수준으로 낮추고, 2차 15%, 3차 20%, 4차 25%, 5차 30%로 늘어나게 했다.

이승훈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 본부장은 “밀리미터웨이브(mmWave) 대역(28㎓)의 해외 할당 사례가 늘고 있고 이를 통해 도심 특화 서비스를 수행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28㎓ 신규 할당 통해 새로운 서비스와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신규사업자의 진입문턱을 낮추는 방법으로 ‘지역(권역) 할당’이라는 제도가 등장했는데, 할당대가 및 망 구축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제주도 같은 경우 구축 부담이 제일 낮은데, 여기서 특화 서비스를 개발해서 사업모델을 확산하고 이를 통해 전국 확산도 할 수 있는 제도로 보여진다”고 평했다.

김동구 연세대 교수는 “밀리미터웨이브 대역은 굉장히 많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어 5G에서 6G까지 연계되는 기술 확보 측면에서 필요하며, 초광대역으로 기술 혁신 가능성이 커 국내 생태계 확보 및 비즈니스 개발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28㎓ 주파수의 상대적으로 낮은 커버리지 문제에 대해서도 “커버리지 확장을 위한 릴리즈17 기술 표준 및 IMT-2030으로 계속 진화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제4 이통으로 시장 진출 도전장을 낸 미래모바일 관계자도 참석했다. 이 관계자는 현장 질의에서 “정부가 중저대역 공급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그 시점이 신규 사업자 선정 이후인지” 물으며 “원활한 사업을 위해서는 선정 작업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실제 미래모바일은 28㎓ 주파수와 더불어 전국망 용도로 중저대역인 2.3㎓ 주파수 할당을 정부에 요청할 방침이다.

하준홍 과기정통부 주파수정책과장은 이에 대해 “신규 사업자가 우선 28㎓에 대해 투자를 함으로써 경쟁을 촉발하고 이후 상황을 봐 가면서 신규 사업자가 단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춰 나간다는 게 보이면 그때 주파수 공급을 순차 검토할 계획”이라며 “지금은 28㎓ 생태계 중요성에 의미를 두고 있다”고 답했다.

권하영 기자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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