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V 전환 강조하는 현대차그룹, 포티투닷·현대오토에버 수혜 입을까
[디지털데일리 서정윤 기자]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에서 라이프스타일의 영역으로 들어오며 모빌리티 업계의 패러다임도 변하고 있다. 과거 자동차 개발은 주행 성능을 끌어올리고 엔진 효율을 개선하는 데 집중돼 있었다. 최근 모빌리티 업계는 더 나아가 '똑똑한' 이동수단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업계 관심사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옮겨가는 것도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SDV로 전환할 예정인 가운데, 업계에서는 포티투닷과 현대오토에버가 현대차그룹의 SDV 전환을 이끌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차량용 소프트웨어는 여러 레이어가 결합한 스택 구조로 이뤄져 있다. 소프트웨어 스택은 하드웨어와 긴밀하게 소통해야 하는 운영체제(OS)와 서비스를 구현하는 응용 프로그램, 그 사이에 위치한 미들웨어 등으로 나눌 수 있다. 프로그램이 여러 OS에서 매끄럽게 구동되도록 돕는 게 바로 미들웨어이기 때문에, OS와 미들웨어는 SDV 전환에 특히 중요하게 여겨진다.
현대차그룹은 OS는 포티투닷이 맡고, 미들웨어는 현대오토에버가 개발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각 계열사가 긴밀하게 협업하면 그룹사 전체의 SDV 전환도 가속화될 거라는 구상이다.
◆ SDV 두뇌 역할 담당할 포티투닷
자율주행 등 차량의 성능이 높아지며 차량용 OS도 고도화되는 추세다. 기존 자동차들은 각 부품이 서로 긴밀하게 소통할 필요가 적었기 때문에 비교적 단순한 임베디드OS가 주로 사용됐다. 차량의 통합제어와 소통이 중요해지며 요구되는 임베디드OS의 성능도 높아지고 있다.
OS의 중요성이 커지며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도 자체 OS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조707억원을 들여 포티투닷의 지분 93.2%를 인수했다. 현대차그룹이 포티투닷 창립 초기에 투자한 금액을 포함하면 투자금은 1조5057억원까지 늘어난다. 현대차그룹은 포티투닷이 그룹사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고 판단,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 계열사와 포티투닷의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달 연구개발(R&D) 조직도 개편했다. 기존 연구개발 조직이 중앙집중형으로 구성돼 있었다면 개편된 조직은 연합체방식(ATO)을 취한다. 최고기술경영자(CTO) 산하에 독자적인 개발 체계를 갖춘 차량용 소프트웨어 사업부를 두는 식이다. 소프트웨어 사업부는 본사 SDV 본부 및 포티투닷과 긴밀하게 협조해 그룹사 SDV 전환을 돕는다.
포티투닷은 최근 차량관제시스템(FMS) 기업인 유비퍼스트대원을 인수하기도 했다. FMS는 실시간 차량 위치나 운전자의 운전 습관 등을 파악해 차량을 관리해주는 걸 뜻한다. 차량 고장도 미리 감지할 수 있어 차량 유지 비용이나 관리 비용을 줄여준다. 업계는 포티투닷이 유비퍼스트대원이 그동안 FMS를 통해 쌓아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OS 개발을 고도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FMS는 차량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데이터를 통합하고 분석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유비퍼스트대원이 10여년간 FMS 솔루션 사업을 진행하며 쌓아온 데이터를 토대로 OS를 고도화할 수 있을 거라는 설명이다.포티투닷은 자사가 보유한 소프트웨어 기술력과 유비퍼스트대원이 갖춘 운영 노하우를 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포티투닷은 인력 강화를 통해 SDV 전환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포티투닷 관계자는 "현재 임직원의 70%가 개발자"라며 "완성차, 전기차 스타트업은 물론 글로벌 빅테크 기업까지 산업 분야를 가리지 않고 국내외 핵심 인재 모시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 SDV 전환에 중요해지는 '미들웨어'
차량용 소프트웨어에서 미들웨어는 프로그램이 여러 OS에서 매끄럽게 구동되도록 돕는다. 때문에 SDV 전환을 위해 미들웨어 내재화와 고도화는 필수적이다. 현대오토에버는 미들웨어 역할을 하는 '모빌진'을 토대로 SDV 전환을 돕는다는 계획이다. 모빌진은 차량용 소프트웨어 표준인 '오토사'를 현대차그룹에 맞게 개량한 소프트웨어다.
현대오토에버는 SDV의 개발단계부터 양산까지 전 프로세스를 표준화해 자동차 소프트웨어 개발 밸류체인 전반의 검증 연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환경 플랫폼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SDV의 소프트웨어 품질 향상에 기여한다는 설명이다.
현대오토에버는 올해 하반기 기아 EV9을 시작으로 레벨3 자율주행 차량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인 모빌진AD도 선보인다. 현대오토에버는 오는 2026년까지 현대차그룹의 20~30개 자율주행 차량에 모빌진AD를 납품할 예정인 가운데, 그룹사의 SDV 전환을 토대로 모빌진 사업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현대오토에버는 모빌진 활용처를 모빌리티에서 다른 영역으로도 확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스마트팩토리나 현대차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첨단항공모빌리티(AAM) 등에도 모빌진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오토에버 관계자는 "차량에서 검증된 안정성으로 인해 다른 도메인에도 확대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며 "선박 등에 적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그룹의 SDV 전환으로 현대오토에버가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오토에버는 소프트웨어 개발과 운영 역량을 바탕으로 고속 성장을 이뤄내고 있으며, 소프트웨어 전환기 역할이 불투명하다는 우려와 달리 SDV 도입 과정에서 대체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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