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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견만 확인한 ‘콘텐츠 대가산정 가이드라인…“정부 결단 필요”

강소현 기자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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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정부가 방송재원의 합리적 배분을 위한 이른바 ‘콘텐츠 대가산정 가이드라인’과 관련해 사업자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는 유료방송사가 자신들의 채널 덕에 가입자를 확보했으니 프로그램 사용료를 더 줘야한다는 입장인 반면, 인터넷TV(IPTV)·케이블TV(SO) 등 유료방송사는 TV 시청률이 계속 떨어지는 현 상황을 지적하며 오히려 플랫폼이 가입자 확보에 기여한 부분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 가운데 전문가들은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함에 있어 사업자 의견을 모두 수용할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최근 연구반을 통해 콘텐츠 대가산정 가이드라인의 3차 초안을 마련하고 관련 사업자를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콘텐츠 대가산정 가이드라인’은 공정한 콘텐츠 거래 환경 조성하기 위한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마련됐다. PP가 콘텐츠를 먼저 공급한 뒤 계약을 체결하는 ‘선공급-후계약’ 관행에선 유료방송사를 상대로 협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2021년 1월부터 유료방송 시장 내 ‘선계약-후공급’ 원칙을 도입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고, 계약의 기준이 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왔다.

3차 초안은 유료방송 사업자가 1년 동안 PP에 지급할 수 있는 프로그램 사용료의 ‘지급 가능 총액’을 스스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PP업계에선 이번 가이드라인이 사업자들의 입장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유료방송사가 PP에 지급하고 있는 프로그램 사용료의 규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스스로 지급 총액을 정할 수 있는 권한까지 주는 것은 가이드라인 마련의 취지와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유료방송사는 채널을 제공한 PP에 시청자로부터 받은 수신료의 일부를 프로그램 사용료 명목으로 배분해 왔는데 업계에선 그 비율을 지적해왔다.

2021년 기준 배분비율을 살펴보면 SO의 기본채널 수신료 매출액은 5105억원으로 이 중 66.04%에 해당하는 3371억원을, IPTV는 기본채널 수신료 매출액(2조994억원) 가운데 26.17%인 5493억원을 기본채널 프로그램 사용료로 종편을 포함한 PP에 지급하고 있다. 올해도 비율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PP의 경우 200여개의 사업자가 받는 프로그램 사용료의 총합이 8864억원인 것으로, 200여개의 PP 중에서도 종편PP·대형PP등이 가져가는 프로그램 사용료의 비중이 큰 점을 고려하면 중소 PP가 가져가는 콘텐츠 사용료는 매우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유료방송업계는 방송재원이 결국 한정됐다는 점에서, PP가 요구하는 만큼 주다보면 유료방송사의 곳간도 언제 비어질지 모른다고 토로한다.

SO의 상황만 봐도 그렇다. SO의 방송사업매출은 2017년 2조1307억원을 기록한 뒤, ▲2018년 2조898억원 ▲ 2019년 2조227억원 ▲2020년 1조9328억원 ▲ 2021년 1조8542억원으로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게다가 IPTV의 성장세도 점차 둔화되고 있는 추세다.

게다가 일부 PP는 유료방송사와의 협상에서 오히려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으로, 시청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말한다.

이처럼 사업자 간 첨예한 대립으로, 가이드라인 최종안은 이달 내에도 마련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두차례에 걸쳐 안을 내놨음에도 불구, 또 의견이 있는 상황”이라며 “사업자 간 의견이 서로 달라 어렵다. (최종안 마련까진)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모든 사업자들의 니즈를 충족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설령 그러한 가이드라인을 내놓더라도, 방송시장의 상황도 계속 바뀌기에 지속 업데이트 해나가야할 것이라고 봤다.

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정부의 관여 없이 사업자들이 협상하는 것이 제일 좋지만, 비대칭 협상력 때문에 피해받는 사업자들이 많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게 됐다”며 “그 취지를 생각했을 때 가이드라인에 대해 정부가 생각하는 주요 플레이어들의 합의가 이뤄졌다고 판단된다면 결단을 내리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조언했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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