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도 역시… '디지털 덫'에 걸린 신한EZ손해보험 [DD 인사이트]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신한금융지주 손해보험 계열사인 신한EZ손해보험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디지털손해보험사 후발주자로 출범 1주년을 맞이했지만, 수익성 낮은 상품을 주로 취급하는 여느 디지털보험사들처럼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디지털 전문가로 꼽히는 강병관 대표 아래 장기 인보험 등 소위 '돈 되는 상품'에 최근 드라이브를 걸고 나선 분위기지만, 온라인보험이라는 비대면 업권 특성 상 대면채널에 밀려 이마저도 폭발적인 매출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한EZ손해보험은 올해 상반기 당기순손실 1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05억원 적자에 이어 매분기마다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같은 신한금융그룹내 보험 계열사인 신한라이프의 경우 전년 동기보다 32%나 급증한 3117억원의 순이익을 거둬들이며 신한EZ손해보험과 상반된 실적을 보였다.
신한EZ손해보험은 신한금융이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을 인수해 지난해 7월 야심차게 출범시킨 디지털손해보험사다.
디지털금융이 확대하고 있는 흐름 속 캐롯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 카카오페이손해보험 등에 이어 디지털손해보험사 후발주자로 관심을 받으며 탄생했다.
시장에 먼저 발을 들인 디지털보험사들이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디지털손해보험사로 변신한 신한EZ손해보험에 대한 업계의 기대감도 높았다.
하지만 업계의 기대와 달리 신한EZ손해보험도 '디지털의 덫'에 걸린 모양새다.
신한EZ손해보험이 만년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우선 한정된 상품 구조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통상 디지털보험사는 업 특성 상 주로 미니보험, 여행자보험, 자동차보험 등 소액 단기보험이나 가입이 비교적 쉬운 보험 상품들을 주력으로 판매한다.
이런 상품들은 보험사 입장에서 크게 돈이 되지 않기 때문에 박리다매 형식으로 판매가 이뤄져야 하는데, 아직 디지털보험 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국내에서는 수익성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전에선 '디지털'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실증되고 있는 것이다 .
한 보험사 관계자는 "디지털보험은 중국, 미국 등 해외 보험시장처럼 대수(大數)의 법칙이 크게 형성돼야 돈이 되는데, 한국처럼 디지털보험 시장이 성숙화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이를 통해 돈을 벌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모든 보험사들은 초기에 마케팅비가 많이 들어가고 이런 부분들이 결국 사업비로 포함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단기적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내 첫 디지털손해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도 5년째 적자를 보이고 있으며, 국내 1호 디지털생명보험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 역시 9년째 적자에서 허덕이고 있다.
하나금융이 더케이손해보험 지분을 인수해 디지털보험사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하나손해보험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지난 1분기도 83억원의 적자를 보였다.
디지털보험사 '메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관심을 모았던 플랫폼 기업 카카오페이손해보험도 85억원의 적자를 보이며 매각설에 시달려 왔으며, 2분기 실적 역시 손실을 탈출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보험사들이 디지털보험사 진출에 나서고 있는 것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목적이 큰 것으로 보인다.
저출산, 고령화 등 포화된 보험 시장 속 디지털 시대에 맞춰 새로운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겠다는 심산이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보통 디지털보험사는 단기적으로는 손해를 감수하고 설립에 나선다"면서 "먼저 소액 단기 보험 등 접근이 쉬운 상품을 통해 가망 고객 베이스를 쌓은 후 또 다른 상품군을 확장해 수익성을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디지털손해보험사들도 최근 장기인보험 판매에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운전자보험, 건강보험 등을 출시하거나 상품 보장을 확대하는 방식 등으로 포트폴리오의 변화를 꿰하고 있다.
장기인보험은 보험기간이 3년 이상인 건강보험, 암 보험 등 사람과 관련이 있는 상품을 일컫는다. 수익성이 좋고 보험사 계약서비스마진(CSM)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손보사들의 주력 상품군으로 꼽힌다.
하지만 디지털보험사의 장기 인보험 판매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일반적으로 장기 인보험은 상품구조가 어렵기 때문에 디지털보험으로 가입하기엔 적절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장기 인보험 판매로 성장을 도모하려는 디지털보험사들의 전략도 설계사들의 대면 채널에 밀려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디지털보험사들이 살 길은 찾으려면 결국 장기인보험에 손을 대야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건강보험 등 장기인보험은 담보가 많아 비대면으로 가입하기가 쉽지 않다. 보험업에 종사하는 사람조차도 직접 가입하기가 까다로울 때가 많은데, 보험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의 경우 취사선택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이슈들을 감안했을 때 디지털보험사에서 판매하는 장기인보험은 대면채널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좀 더 간결하게 수정하거나 인공지능을 활용해 담보를 추천해 줄 수 있는 방식으로 더욱 발전해야 소비자 입장에서도 수요가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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