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소재

공보현 에코프로비엠 "LFP 양극재 개발 필수지만...주의할 점 있다" [소부장박대리]

이건한 기자
공보현 에코프로비엠 이사가 전지기술심포지엄 2023에서 LFP 양극재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공보현 에코프로비엠 이사가 전지기술심포지엄 2023에서 LFP 양극재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개발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맞다. 대신 기술적 과제들과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 정책 변화 등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중요하다."

공보현 에코프로비엠 이사는 18일 세종대학교 광개토관에서 열린 전지기술심포지움 2일차 오전 발표자로 나서 이렇게 말했다. 공 이사는 이날 전세계 배터리 시장이 LFP에 주목하는 배경과 관련 양극활물질 개발에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를 주제로 강연했다.

현재 전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종류는 크게 한국 기업들이 주도하는 성능 경쟁력 중심의 ‘삼원계(니켈, 코발트, 망간 등 활용)’와 중국 기업들이 주도하는 가격 경쟁력 중심의 LFP 배터리로 나뉜다. 삼원계가 더 고가지만 LFP 대비 에너지 밀도가 높고 가벼워 1회 주행거리를 중시하는 전기차 시장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차량 가격대별 구분이 프리미엄(고가), 볼륨(일반), 엔트리(저가) 등으로 세분화되고 있으며 볼륨 세그먼트 비중이 가장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볼륨 시장에서도 가격 경쟁력을 중시하는 일부 완성차 제조사들이 LFP 배터리에 점점 관심을 드러내는 분위기다. 특히 프리미엄 전기차의 상징적 브랜드인 테슬라도 최근 모델3에 이어 중고가형 모델Y까지 몇몇 기종에 LFP 배터리를 탑재하면서 시장 세그먼트를 가리지 않고 LFP 배터리의 영향력이 커지는 추세다.

공 이사는 "중국 기업들은 삼원계 대비 용량과 낮은 에너지밀도란 삼원계 대비 중대한 단점에도 중국에서 구하기 쉬운 LFP 원재료를 통해 원가경쟁력 우위를 갖고 시장을 장악한 것"이라며 "최근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LFP 개발 사업을 구체화하는 이유는 LFP의 시장 세그먼트 확대, IRA 영향으로 (중국이 미국에 진출하지 못해) 한국산 LFP 배터리에도 기회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양극재 및 LFP 배터리 시장 동향 - 발표자료 中
글로벌 양극재 및 LFP 배터리 시장 동향 - 발표자료 中

하지만 LFP 배터리나 양극재를 개발하기에 앞서, 혹은 개발하며 염두에 둬야 할 문제들은 양극활물질 합성공법 선택부터 LFP에 망간을 추가한 LMFP 개발 여부, 미국이 IRA의 정책 기조를 바꿀 가능성 등 적지 않다는 입장이다.

우선 합성공법에는 크게 '고상법'과 '액상법'이 있다. 고상법은 현재 국내 기업들의 삼원계 양극재와 중국 기업들의 LFP 배터리에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방식이다. 이는 양극재 제조 전 '전구체'란 중간재를 만들고 다시 리튬을 섞은 뒤 고온 소성을 거쳐 활물질을 만드는 방식이다. 액상법과 달리 전구체가 반드시 필요하단 특징이 있다. 액상법은 전구체를 쓰지 않지만 환경오염 물질이 다수 배출될 수 있기 때문에 환경 규제가 까다로운 지역에선 활용이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한국 기업이 LFP 배터리용 양극재를 개발하려면 고상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지만 문제는 LFP 양극재용 전구체는 현재 전부 중국에서만 생산 중이란 점이다. 미국이 IRA로 중국산 배터리 소재 사용을 견제하고 있는 만큼 중국산 전구체 기업의 제품 사용이 전격 금지될 경우 한국 기업들의 타격이 클 수 있다.

더불어 LMFP는 LFP의 낮은 에너지밀도를 보완하는 제품으로 개발됐지만 아직 시장 전반에서 수요가 많지 않다. 상용화를 위해선 LFP에 망간을 추가할 때 망간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술 확보가 중요하며 LFP보다 수명이나 이온전도도 등이 낮다는 점도 아직 해결과제로 남아있다. 관련 전구체를 대량생산 하는 기업도 아직 없어 개발과 상용화 난이도는 높은 편이다.

무엇보다 LFP는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이후에도 한국산이 중국산을 앞서긴 어려울 전망이다. 공 이사는 "LFP의 원가 구조 대부분이 원재료비인데 사실상 중국보다 저렴하게 확보할 방법이 없고, 인건비나 유틸리티(생산 관련 에너지) 비용도 중국이 한국보다 훨씬 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한국산 LFP에 관심을 보이는 건 중국 외 기업의 제품을 사용해야 IRA의 세금 혜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현재 기조를 유지할 때 이야기다. 공 이사는 "IRA가 중장기적으로 중국을 시장에서 완전히 배제하지 못할 경우도 대비하면서 LFP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건한 기자
sugy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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