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소재

LFP는 '원오브뎀'...중저가 배터리 춘추전국시대 온다 [소부장박대리]

이건한 기자
ⓒ Pixabay
ⓒ Pixabay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국내 2차전지 업계가 LFP(리튬, 철, 인산) 배터리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보급형 제품 연구개발(R&D)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관련 계획도 매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점차 구체화되는 모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2분기 실적발표회에서 “회사가 우위를 확보한 프리미엄 제품 외에도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기반의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 ‘망간리치’ 제품 개발을 통한 세그먼트별 경쟁 우위를 확보해 보급형 전기차와 ESS(에너지저장시스템) 수요에 대응하겠다”고 발표했다.

LG화학도 “미드니켈, 망간리치, LMFP(리튬, 망간, 철, 인산염) 양극재를 개발 중”이라며 “LMFP는 2026년, 망간리치 제품은 2027년 양산 목표로 고객사와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SK온의 경우 “현재 전기차 시장은 ‘프리미엄(고급)’, ‘볼륨(양산)’ ‘엔트리(보급)’ 단계로 세분화되고 있다. 하이니켈뿐 아니라 미드니켈과 코발트 프리, LFP 배터리 등을 개발해 시장 수요에 대응하려 한다”고 밝혔다.

미드니켈 배터리는 니켈 함량 40~60% 수준의 양극재를 사용한 배터리다. 니켈 함량 80% 이상의 하이니켈 배터리와 구분된다. 니켈은 배터리의 1회 주행거리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에너지 밀도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광물이다. 함량이 높을수록 주행 거리 향상에 유리하지만 배터리의 화학적 성질이 불안해지고, 제조 공정이 복잡해 가격이 비싸다.

최근 전기차 시장은 프리미엄 모델보다 보급형 모델 개발, 배터리 원가 절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기차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각국 정부가 지원하는 친환경차 구매 보조금이 단계적으로 줄어들고 있는데 반면 전기차 가격은 여전히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또한 시장의 전체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최근 유럽처럼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는 지역에선 한층 높아진 구매장벽, 미성숙한 충전 인프라 등으로 전기차 보급 속도가 생각보다 더딘 상태다. 중국도 올해 초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이 전면 중단됐다. 이는 전기차 제조 및 생산에 힘을 싣던 업체들에겐 실적 측면에서 부담스러운 요소다. 실제로 포드는 이번 2분기 전기차 사업 부문에서 45억달러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기차 보급을 가속하려면 방법은 보급형 모델 양산 비중을 높이거나 전기차 원가의 절반을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을 낮춰 전기차 가격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다.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이 때문에 최종 주요 고객사들에서 LFP를 비롯한 중저가 배터리 개발에 힘을 실어달라는 요구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늘어난 보급형 전기차 수요는 곧장 LFP 배터리 수요 증가로 이어지는 중이다. LFP는 NCM과 같은 삼원계 대비 에너지 밀도가 낮고 무거워 1회 주행거리가 짧지만 가격은 훨씬 저렴해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중국 기업들이 전세계 LFP 배터리 공급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024년 LFP 배터리가 삼원계 배터리 점유율을 추월(60%)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 같은 전망은 조사 업체마다 상이하지만 LFP가 예상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에 대해선 일맥상통한 추세를 보인다.

그러나 늘어난 LFP 배터리 수요에 즉각 대응하기엔 국내 제조사들의 준비가 충분치 않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한국 배터리 3사는 현재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는 삼원계 배터리 경쟁력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LFP 배터리 개발은 비교적 최근 본격화돼 최적화 및 실제 양산까지의 시간, 중국 수준의 가격 경쟁력 확보까진 갈 길이 멀다. 중국에 시장 주도권을 내주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다.

미드니켈과 하이망간(혹은 망간리치) 배터리는 그 대안으로 꼽힌다. 하이망간은 미드니켈과 마찬가지로 배터리 내에서 고가의 원료 비중은 줄이고 망간 비중을 높인 제품을 말한다. 망간은 원소 중 지구 지각에 3번째로 많이 함유된 금속으로 흔하며 가격이 싸다. 배터리에서는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담당한다. 니켈 비중이 높은 삼원계 배터리보단 에너지 밀도가 낮아도 LFP 배터리보다 높고, 가격은 소폭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미드니켈과 하이망간 모두 기존 삼원계 배터리 제조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다.

이들 배터리는 중국이 강세를 보이는 LFP 배터리 점유율 확대를 견제하면서 중저가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 제조사들의 새롭게 독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는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의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본격화되는 2026년 이후로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은 NCM, NCA, NCMA 등 한국이 주도하는 하이니켈 삼원계, 실리콘음극재를 활용한 배터리, 양산형 볼륨 시장과 보급형 엔트리 시장은 미드니켈 및 하이망간, 중국도 새롭게 관심을 두는 NMFP 배터리와 기존 LFP 배터리 등이 경쟁하는 시대로 접어들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전기차 신규 인도량과 탑재된 배터리 규모는 매달 전년 대비 30~40% 이상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5월 기준 신규 전기차 등록 대수는 484만6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또한 237.6GWh로 52.3% 높아졌다.

이건한 기자
sugyo@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