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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3사 “불확실성 있지만...하반기도 성장 기대하라” [소부장박대리]

이건한 기자
(왼쪽부터)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최윤호 삼성SDI 대표, 지동섭 SK온 대표. [ⓒ 각사]
(왼쪽부터)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최윤호 삼성SDI 대표, 지동섭 SK온 대표. [ⓒ 각사]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K-배터리 3사’가 2023년 상반기를 호실적으로 마친 가운데, 이들은 불확실성이 예상되는 3분기를 지나 하반기도 전반적인 분위기는 성장 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했다.

3사는 28일 SK온을 끝으로 2분기 실적발표를 모두 마쳤다. LG에너지솔루션은 매출 8조7740억원, 영업이익 461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 73%, 영업이익 135.2% 증가한 성적이다. 삼성SDI는 매출 5조8406억원에 영업이익 450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 23.2%, 영업이익은 4.9% 증가했다. SK온은 매출 3조6961억원, 영업손실 1315억원이다. 지난해 2분기보다 매출은 186.9% 늘고 영업손실은 2100억원 감소했지만 적자를 유지했다.

3사는 상반기에 모두 전년보다 두자릿수 이상의 매출 성장을 이뤄냈다. 급성장 중인 글로벌 2차전지 시장에서 각각 3위(LG에너지솔루션), 5위(SK온), 7위(삼성SDI)의 수위권을 유지하며 급증한 시장 수요를 흡수한 덕분이다. 해당 순위는 특수성이 존재하는 중국 시장을 제외하면 1위(LG에너지솔루션), 4위(SK온), 5위(삼성SDI)로 뛴다. 중국이 자국 시장 밖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K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점유율은 47.3%(5월 기준, SNE리서치)로 절반에 육박한다.

LG에너지솔루션 이번 실적발표에서 상반기 기준 최신 수주잔고도 공개했다. 지난해 말 기준 385GWh에서 현재 440GWh까지 뛰었다. 삼성SDI는 올해 미국 GM과 현지 합작법인(JV) 설립, 주력 제품인 P5의 프리미엄 전기차 수요 호조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일하게 세자릿수 매출 성장률을 달성한 SK온은 적자기업 딱지를 떼기 위한 압축성장 전략의 결과물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다만 3분기에는 성장세가 다소 주춤할 전망이다. 공통 원인으론 유럽 전기차 시장 침체와 핵심광물(메탈) 가격 하락이 꼽힌다. 유럽은 지역 전체를 볼 때 중국에 이은 2대 전기차 시장으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주요 고객사들이 포진한 지역이다. 3사는 주로 폴란드와 헝가리를 주요 거점 삼아 유럽 시장 내 배터리 공급을 확대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IRA(인플레이션방지법) 보조금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지속 중인 미국 시장과 달리 유럽은 고물가 지속, 유럽 내 주요 국가의 GDP(국내총생산) 역성장 등 경제 불안이 가중되면서 현지 기업들의 전기차 판매량이 당초 업계의 예상보다 저조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완성차 제조사들이 3분기에 구매할 예정이었던 배터리 물량이 4분기로 이연되거나 축소되는 등의 공급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또한 리튬, 니켈, 코발트로 대표되는 주요 핵심광물 가격이 올해 전년보다 크게 낮아지면서 전반적인 배터리 판가 인하가 확실시되고 있다. 주요 배터리 소재와 배터리 완제품은 대개 광물의 시장가격에 연동한 판가연동제로 계약이 이뤄진다. 광물 시세가 저렴해지면 제품 판가도 낮아져 동일 물량을 공급해도 공급사가 얻는 매출은 그만큼 감소하게 된다. 판가 조정은 보통 광물가격 조정 후 2~3개월 뒤 영향을 미치는 만큼 업계에선 3분기에 관련 효과가 나타났다가 4분기에 회복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에 3사는 미국 투자와 현지 신규 고객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미국은 현재 IRA를 통해 전기차에 대한 총 7500달러의 세액공제, 배터리 제조사에 1kWh당 최대 45달러에 달하는 AMPC(생산자세액공제) 지원 등 막대한 현금을 뿌리며 전세계 전기차 제조사와 배터리 제조업계를 미국으로 끌어오고 있다. 한국 배터리 3사와 글로벌 전기차 제조사 간 합작법인(JV) 설립도 미국과 캐나다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올해 상반기 AMPC 수혜로 각각 2112억원, 167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재무제표에 추가했다. 양사 전체 영업이익 및 손실 규모를 따지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또한 하반기로 갈수록 전기차, 배터리 판매량이 증가하며 AMPC 이익 규모도 상반기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양사는 전망한다. 현재 미국 시장은 IRA 견제 효과로 중국 기업들의 진입이 사실상 차단된 만큼, 현지 시장의 성장은 곧바로 한국 배터리 3사의 이익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다.

3사가 거시경제 불확실성에도 하반기 성장 유지를 기대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들이다. 유럽 시장의 침체는 연말로 갈수록 회복되고 미국은 현재진행형인 시장의 성장세, 아직 공개되지 않은 신규 고객사들과의 추가 협력 및 수주계약 체결을 기대하는 것이다.

또한 각사의 수주잔고 합계가 올해까지 최소 10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만큼, 중장기 성장동력 유지에 필요한 계약 물량은 이미 충분한 상황이다. 관련해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2030년까지 배터리 시장 규모가 현재의 5배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일희일비보다 긴 호흡으로 시장 변화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SK온도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성장 예상을 유지한다”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3사는 현재 북미, 유럽 생산설비 증설이 거의 마무리되는 2025년 이후 다가올 중장기 배터리 시장 경쟁 대비에도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이번 분기 3사는 모두 중국이 강세를 보이는 중저가 전기차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비롯해, 한국 제조사들의 기존 노하우를 살릴 수 있는 미드니켈, 망간리치 배터리를 비롯해 ESS(에너지저장시스템)용 배터리 시장 영향력 확대를 위한 연구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건한 기자
sugy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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