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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블록체인] 가상자산거래소 '수난기'

박세아 기자

[디지털데일리 박세아 기자]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고팍스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고팍스의 구주매매 계약이 체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인데요. 일단 고팍스는 침묵하고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사실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구주매매는 기존 주주가 가지고 있는 주식을 양도하는 것을 뜻하죠.

이와 같은 소식은 금융당국에서 고팍스의 가상자산사업자(VASP) 변경신고를 수리해주지 않고 있어 대주주인 바이낸스가 국내 영업에 큰 희망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과 연결됩니다.

자세한 이야기 이번 주 주간블록체인에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고팍스, 새로운 인수자 등장?…대주주 변경에 촉각

앞서 지난해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FTX 사태로 고팍스가 자체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고파이 지급에 어려움을 겪자 바이낸스가 고팍스에 자금을 지원한 바 있습니다. 이 때 고팍스 지분을 바이낸수가 매수하기로 하면서 대주주로 올라선 바 있죠. 구체적인 지분관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고팍스 창업자 이준행 대표가 물러나고 바이낸스 측 인사가 대표이사가 된 이후, 고팍스 VASP 변경신고서를 제출했지만 금융당국에서는 수리를 안해줬죠. 이후에도 금융당국 눈높이에 맞춰 대표이사를 두번 더 교체할 동안, VASP 승인이 났다는 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국내외에서 영업 환경이 불투명한 바이낸스 입장에서 고팍스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게 큰 이득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셈인데요.

이와 같은 상황에서 고팍스의 구주매매 계약 체결 소식은 대주주 변경 가능성으로까지 연결됩니다. 새로운 인수자가 많은 양의 구주를 매수한다면 대주주가 바뀌는 것인데, 국내 자산운용사, 벤처캐피탈 등이라면 해외 거래소가 대주주인 상황보다 금융당국에서 조금 더 안정적으로 여길 수 있기 때문이겠죠.

이 가운데 고팍스 인수를 원하는 새로운 대상이 등장한 것은 맞지만, 대주주 변경까지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의견이 눈에 띕니다. 구주매매 계약서상 독소 조항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인데요. 상당량의 자본을 투입해 구주를 매수해야 하는 인수자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있고, 바이낸스 입장에서는 큰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지분을 처분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이 가운데 고파이 투자자들은 미지급액을 받는 것이 가장 큰 이슈일텐데요. 애초 바이낸스가 고파이 사태 해결을 위한 자금을 지원해주기로 하면서, VASP 승인이 난 이후 고파이 미지급액을 완전하게 처리해주겠다고 한 상황인데요.

현재까지는 2차 지급까지 완료한 상태입니다. 1차 지급은 바이낸스로부터 나온 자금으로 해결이 된 상태고, 2차 지급에 쓰인 자금 출처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남은 고파이 미지급 금액은 1차 25%와 2차 37.31%를 제외한 약 47%가 남은 상황입니다.

향후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고팍스의 입을 주목해야 하겠네요.

◆바이낸스 위기 지속, 비자·마스터카드와도 제휴 중단

바이낸스 동향에도 주목하셔야 합니다. 미국과 유럽 각지에서 서비스가 중단된 데 이어 대형 결제 업체인 비자와 마스터카드와의 파트너십도 중단됐습니다.

마스터카드와 제휴 중단으로 오는 9월 22일부터 아르헨티나, 브라질, 콜롬비아, 바레인 등에서 바이낸스 카드를 이용할 수 없게 됐습니다. 앞서 바이낸스는 2020년 거래소 이용자들이 일상 생활에서 가상자산 결제를 할 수 있도록 비자와 제휴를 맺은 바이낸스 카드를 출시한 바 있는데요.

바이낸스를 둘러싼 위기는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점차 심화하는 분위기입니다. 바이낸스는 지난 2월 미국 은행에 이어 5월에는 호주의 일부 은행과 계좌 연동이 중단됐습니다. 유럽 내 은행 파트너사들과는 오는 9월부터 제휴를 중단할 예정입니다.

이 거래소는 지난 6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제소당했습니다. 사실 미국 시장에서 제소를 당한다는 것은 다른 국가의 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상당히 위험한데요. 이와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바이낸스 점유율은 점차 하락하는 추세이기도 하죠. 가상자산 데이터업체 CCData에 따르면 바이낸스 점유율은 지난해 70%에 육박했지만, SEC 제소 이후 40%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일본과 두바이 등 다른 국가에서 새롭게 서비스를 하거나, 시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조금 더 바이낸스의 비즈니스를 지켜봐야 할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바이낸스는 최근 자회사를 통해 일본에서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앞서 바이낸스는 지난해 11월 가상자산 플랫폼 '사쿠라 익스체인지 비트코인(SEBC)' 매입을 통해 일본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이어 올해 5월 일본 금융청으로부터 거래소 운영과 토큰 상장 관련해 허가받았는데요. 이 거래소 운영사는 지난달 20일 '바이낸스 재팬'으로 공식 사명을 변경했습니다.

바이낸스는 최근 두바이에서도 새로운 가상자산사업자 라이선스를 취득한 바 있는데요. 바이낸스 두바이 소재 자회사 바이낸스 FZE는 두바이 가상자산규제청으로부터 최소기능제품(MVP) 운영 라이선스를 획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통해 바이낸스는 두바이에서 공식적으로 가상자산거래소 및 가상자산 브로커·딜러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는 상황이죠.

바이낸스가 거래소 수수료 수익뿐만 아니라 자체 코인인 BNB유통, 수탁사업 등 다양한 수익모델이 있기 때문에 향후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또 글로벌 1위 가상자산거래소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가상자산거래소 실적 악화는 진행중

크립토 윈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거래 수수료가 거의 대부분 수익을 차지하는 거래소의 실적이 지속해서 악화하고 있습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세계 코인 거래량 700억달러 수준에서 올해 2분기 300억달러로 급감했는데요. 유동성 위기에서 비롯된 거래량 감소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거래소 실적과도 직결됩니다.

먼저 업계 1위인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부터 볼까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1866억3110만원, 영업이익 866억3906만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9%, 68.9% 감소한 수치인데요. 지난 1분기 3048억9403만원, 2119억1005만원에 비해서도 반토막 났네요.

업계 2위 빗썸도 마찬가지입니다. 빗썸 운영사 빗썸코리아 실적을 보시죠. 2분기 매출액은 319억9000만원으로 지난해 799억6000만원에 비해 60% 감소했습니다. 영업이익은 162억 515만원 가량에서 34억 가량 적자로 전환했습니다.

코인원, 코빗, 고팍스는 이미 앞선 두 거래소보다 더 큰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죠. 컴투스홀딩스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업계 3위인 코인원은 올해 2분기까지 약 9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겪고 있습니다. 컴투스홀딩스는 현재 38.42%의 지분을 가지고 있어 코인원 대주주죠. 상황이 이렇다보니 코인원 지분을 컴투스홀딩스가 해외에서 처분하려고 한다는 소리가 지속해서 나오는 상황입니다.

이와 같은 거래소 실적은 2년 전과 비교하면 굉장히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인데요. 두나무는 2021년 영업이익 3조2700억원, 빗썸은 2021년 영업이익 7821억원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높은 금리가 유지되고 있고,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규제는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2021년과 같은 영광을 거래소들이 되찾을 수 있을까요? 함께 지켜보시죠.

박세아 기자
seea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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