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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대가산정 가이드라인 마련 '막바지'…지상파 대화 테이블 앉힐까

강소현 기자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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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방송재원의 합리적 배분을 위한 이른바 ‘콘텐츠 대가산정 가이드라인’ 마련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가이드라인과 관련 유료방송사업자들의 의견을 취합해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로 넘긴 가운데 부처 간 책임을 넘기는 ‘핑퐁게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이른바 ‘콘텐츠 대가산정 가이드라인’에 대한 유료방송사업자들의 의견을 취합해 지난달 초 지상파와 종편PP(방송채널사용사업자)의 소관 부처인 방통위에 전달했다. 지상파와 종편PP를 제외하고 가이드라인을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유료방송사업자들의 의견을 고려한 것이다.

‘콘텐츠 대가산정 가이드라인’은 공정한 콘텐츠 거래 환경 조성하기 위한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마련됐다. PP가 콘텐츠를 먼저 공급한 뒤 계약을 체결하는 ‘선공급-후계약’ 관행에선 유료방송사를 상대로 협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2021년 1월부터 유료방송 시장 내 ‘선계약-후공급’ 원칙을 도입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고, 계약의 기준이 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지상파 사업자들이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회의에 불참하면서 논의는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다. 인터넷TV(IPTV)·케이블TV(SO) 등 유료방송사가 일반PP에 지급하는 프로그램 사용료를 늘리면 해결될 문제로, 관련 논의에 지상파가 참여해야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2021년 기준 배분비율을 살펴보면 SO의 기본채널 수신료 매출액은 5105억원으로 이 중 66.04%에 해당하는 3371억원을, IPTV는 기본채널 수신료 매출액(2조994억원) 가운데 26.17%인 5493억원을 기본채널 프로그램 사용료로 종편을 포함한 PP에 지급하고 있다. 올해도 비율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PP의 경우 200여개의 사업자가 받는 프로그램 사용료의 총합이 8864억원인 것으로, 200여개의 PP 중에서도 종편PP·대형PP등이 가져가는 프로그램 사용료의 비중이 큰 점을 고려하면 중소 PP가 가져가는 콘텐츠 사용료는 매우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유료방송업계는 방송재원이 결국 한정됐다는 점에서, PP가 요구하는 만큼 주다보면 유료방송사의 곳간도 언제 비어질지 모른다고 토로한다. 게다가 일부 PP는 유료방송사와의 협상에서 오히려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으로, 시청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유료방송사업자들은 말한다.

특히 유료방송사는 방송시장 재원이 순환되는 구조로 지급 비중이 큰 지상파와 종편을 제외하고 콘텐츠 대가산정 가이드라인을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내 방송시장의 재원구조를 살펴보면, 유료방송사가 수신료와 홈쇼핑송출수수료를 받는 대신 지상파에 재송신료(CPS)를, PP에 프로그램 사용료를 지급하는 구조다.

다만 최근에서야 6기 방통위가 출범한 만큼, 지상파와 종편PP 사업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까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관 신임 방통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취임식을 열고 6기 방통위의 출범을 알린 바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방통위가 관련해 어디까지 개입해야할지 과기정통부와 먼저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방통위와 적극 협력해 가이드라인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선 가이드라인과 관련해 소관 부처가 두곳인만큼 부처 간 책임을 넘기는 '핑퐁게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전문가들은 사업자 의견을 모두 수용하려 하긴 보단 필요에 따라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한다. 모든 사업자들의 니즈를 충족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설령 그러한 가이드라인을 내놓더라도, 방송시장의 상황도 계속 바뀌기에 지속 업데이트 해나가야할 것이라고 봤다.

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정부의 관여 없이 사업자들이 협상하는 것이 제일 좋지만, 비대칭 협상력 때문에 피해받는 사업자들이 많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게 됐다”며 “그 취지를 생각했을 때 가이드라인에 대해 정부가 생각하는 주요 플레이어들의 합의가 이뤄졌다고 판단된다면 결단을 내리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조언했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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