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선 SK하이닉스 부사장 “HBM, 기존 메모리 사업과 다르다…파운드리 같아”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고대역폭 메모리(HBM)라는 새로운 기회가 메모리에 열렸는데 기존에 하던 비즈니스라기 보다는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쪽과 비슷하게 돌아가는 느낌이다.”
8일 이웅선 SK하이닉스 부사장은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KPCA쇼(국제PCB 및 반도체패키징산업전) 2023’ 국제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말했다.
HBM은 여러 개 D램을 수직 연결해 기존 D램 대비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향상시킨 고부가가치 메모리다.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 순으로 개발 중이다.
HBM은 3세대까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챗GPT 등 인공지능(AI) 시장 급부상하면서 위상이 달라졌다. AI 부문 특성상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동시 처리해야 할 작업이 많아진 것. 이 때문에 병렬 연산에 능한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부각됐고 HBM이 단짝으로 자리 잡았다.
SK하이닉스는 HBM3의 경우 경쟁사보다 먼저 개발과 양산에 성공했다. 엔비디아, AMD 등 글로벌 고객을 선점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통상 메모리는 제조사가 수요 조사를 통해 물량, 비중 등을 결정한 후 생산하기에, 주문이 들어온 제품을 만드는 사업구조를 가진 파운드리와는 달랐다. 하지만 HBM의 경우 엔비디아, AMD 등이 먼저 물량을 증대해달라고 요구하는 등 통상적인 메모리 공급 패턴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이 부 사장이 언급한 '다름'은 여기에 해당된다.
그는 “1980년 이후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는 각각 연간 60%, 9%의 성능 향상을 보였다. CPU는 1.5년마다 2배, 메모리는 10년마다 2배인 꼴”이라며 “데이터센터에서 병목 현상이 결국 D램에서 발생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나온 것이 HBM”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AI 서버는 기존 서버보다 더 높은 성능이 필요한 만큼 일반 D램 아닌 HBM 사용이 불가피했다.
SK하이닉스 vs 삼성전자 '선의의 경쟁'
현재 SK하이닉스가 HBM 분야에서 한발 앞선 것으로 평가받으나 삼성전자도 만만치 않다.
양사 제품의 가장 큰 차이는 칩을 쌓아올리는 공정이다. 실리콘관통전극(TSV) 기술로 미세한 구멍을 뚫고 연결하는 건 같으나 칩들을 부착하는 방식이 각각 SK하이닉스 ‘MR-MUF(Mass Reflow Molded Underfill)’, 삼성전자 ‘TC-NCF(Thermo Compression Non Conductive Film)’로 다르다.
MR-MUF는 내부 공간 전체에 열을 가해 납땜을 진행하고 칩 사이에 체 형태의 보호재를 넣어 공백을 채우는 기술이다. TC-NCF는 비전도성 접착 필름을 칩 사이에 넣고 위에서부터 열 압착을 가하는 본딩 공정으로 마무리하는 방법이다. MR-MUF가 TC-NCF 대비 선행 기술로 전해지나 삼성전자는 첨단 NCF 소재를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부사장은 “삼성전자는 아직도 NCF를 활용하느냐는 지적이 있는데 사실 어디가 더 우수하다는 조금 다른 이야기”라며 “각자 프로세스가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D램 공정 미세화에 따라 차세대 제품으로 낸드처럼 셀을 적층하는 ‘3차원(D) D램’이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3D D램 구현법을 다각도로 살피고 있다. 셀을 눕힌 채 적층하는 기술, 셀을 눕히지 않고 트랜지스터와 커패시터 모양을 변형하는 방식, 트랜지스터의 게이트(전류 대문)와 채널(전류 통로)이 닿는 면을 늘리는 방안 등이 고려 대상이다.
일각에서는 3D D램과 HBM 영역이 겹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부사장은 “2개 제품의 용도가 다르다”면서 “CPU에 직접 붙는 건 3D D램, GPU와 병렬 연산을 담당하는 건 HBM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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