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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달의민족이 ‘방학’ 때마다 아이들 ‘끼니’를 챙기는 방법

최민지 기자
왼쪽부터 우아한형제들 가치경영실 서비스와가치연결팀 김은혜 팀장‧변혜리 매니저[ⓒ 우아한형제들]
왼쪽부터 우아한형제들 가치경영실 서비스와가치연결팀 김은혜 팀장‧변혜리 매니저[ⓒ 우아한형제들]

[디지털데일리 최민지 기자] 지금 세대를 대표하는 플랫폼이 움직였을 때,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또 하나 나왔다.

방학 때 학교 급식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일부 아이들은 더 배고픈 상황에 놓인다. 현재 국내 결식 아동은 초‧중‧고등학교 포함 약 28만명에 달한다. 아이들 결식은 환경적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 학교에 가지 않는 방학 중 아이들의 결식률이 더 높고, 한부모‧조손가구 경우 아동 결식률이 더 높다.

국내 대표 배달앱 ‘배달의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그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아이들을 돕고 있다. 음식을 배달하는 플랫폼 사업을 운영한 그들이, 방학 때 결식아동을 위해 도시락을 배달하기로 나섰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6번의 방학 동안 학생 3537명에게 7만5674끼 도시락을 전달했다.

여기에는 배민 이용자 후원이 주효했다. 배민은 한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배달앱이다. 강력한 플랫폼 영향 덕에 홍보를 최소화했음에도 이용자 기부가 이어졌다. 이와 관련 <디지털데일리>는 우아한형제들 가치경영실 서비스와가치연결팀 김은혜 팀장‧변혜리 매니저와 만나, ‘배민방학도시락’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제일 잘 할 수 있는 배달로 취약계층 먹거리 안전망 구축하자”

배민방학도시락은 교육복지우선지역에 속하는 학교에 다니는 초등학생과 중학생 대상으로 지원하는 사회공헌사업이다. 아이들 끼니 걱정을 해소하고 먹거리 선택 경험을 높이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이를 위해 이용자와 월드비전, 도시락업체 사장들까지 한 마음으로 뭉쳤다.

이 기획은 코로나19로 인해 시작됐다. 2020년 3월 코로나19가 심각했을 당시 대구지역에선 학교도 문을 닫고 지역아동센터 지원이 중단되면서, 결식우려 아동들의 식사 공급 경로가 차단됐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 때 우아한형제들은 배민 쿠폰 1000장을 전달했고, 이후 비정부기구(NGO) 월드비전의 사랑의도시락 모금을 배민 앱 내에서 실시하면서 고객 3000명이 기부에 동참했다.

김은혜 팀장은 “쿠폰 1000장에 아이들이 너무 고마워하고 선물같다며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우아한형제들이 가장 잘하는 것이 음식을 배달하는 건데, 재난재해 때 취약계층 먹거리 안전망을 구축하는 사회공헌 가능성을 발견한 순간이었다”며 “배민 내에서 아이들에게 선물같은 한끼와 즐거운 경험을 주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에 2020년 겨울방학 29개교를 대상으로 배민방학도시락을 첫 지원했다. 대상 아이들은 방학 기간 주 2~3회씩 학교에서 복지 담당 선생님에게 도시락과 배민앱 지류쿠폰(1만원짜리 총 2장)을 받고 있다

김 팀장은 “아이들은 학기 중엔 학교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많지만, 방학 때 집에 혼자 있으니 결식 우려가 커진다. 제일 잘 할 수 있는 배달로 취약계층 먹거리 안전망 구축하기로 했다”며 “갑자기 가장이 실직한 가정이 생기거나, 조손가정 환경이 악화되는 등 이러한 아이들 사정을 잘 아는 분은 학교 선생님이기 때문에, 학교를 통해 안전하게 도시락을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 배민방학도시락 홈페이지]
[ⓒ 배민방학도시락 홈페이지]

◆가난의 낙인 없도록, 아이들 우선한 배민

특히, 우아한형제들이 가장 세심하게 살핀 부분은 아이들 ‘마음’이다. 배민방학도시락과 관련해 아이들이 상처받을 수 있는 환경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아이들은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평범한 용기에 담긴 도시락을 받는다. 외부에서 배민방학도시락을 인지할 수 있는 로고를 부착하지 않고 있다.

변혜리 매니저는 “(후원) 도시락을 먹는 아이라는 시선 자체를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협업에서도 고집하는 부분이, 아이들에게 낙인감을 주지 않는 것”이라며 “결식이라는 사회적문제를 겪는 아이들을 대상화시키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보호자 돌봄 부재라는 상황에 놓인 것이기에, 배민은 (대상화시키지 않고) 그 상황에 집중해 질 좋은 안전한 식사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민방학도시락은 2020년부터 진행되고 있지만, 이를 우아한형제들 브랜드 가치 향상의 매개로 삼지 않고 있다. 이를 마케팅 홍보에 이용할 경우, 자칫 대상 아동들에게 가난의 낙인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기업과 협업을 진행할 때도 이 점을 우선하기 때문에, 많은 문의에 비해 성사되는 건이 적다는 설명이다.

우아한형제들은 도시락뿐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배민 앱을 통해 배달을 시켜먹을 수 있도록 쿠폰을 동봉한다. 이는 수동적으로 받는 도시락을 넘어, 또래 아이들의 식문화를 함께 공유하고 선택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심리적 위축을 없앨 수 있는 선택권이기도 하다.

김 팀장은 “학교 급식과 도시락은 수동적으로 받기 때문에, 엄마에게 먹고 싶은 걸 요구해서 기다리는 한 끼가 아니다. 학교에서 도시락을 받아야 하는 수고로움도 있다”며 “또래 친구들과 동떨어지지 않은 식문화를 즐기고, 본인이 먹고 싶은 것을 선택하는 즐거움도 필요하기에 쿠폰을 제공하기로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변 매니저는 “형제 자매뿐 아니라, 간혹 부모님이 (아이들 도시락을) 뺏어 먹는 경우도 있다. 아이가 밥을 못 먹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양을 1.5~2인분으로 늘리고 형제 자매분까지 신청을 받는다”며 “의외로 혼자 밥을 먹는 아이들은 전체의 10%밖에 되지 않고, 대부분 주변 사람들과 함께 먹는다고 한다”고 전했다.

아이들 피드백도 받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아이들에게 엽서를 보내는데, 이를 통해 온라인에 접속하면 다양한 의견을 남길 수 있게 돼 있다. 처음엔 아이들 영양균형에 너무 집중해 곤드레나물밥 등을 넣었는데, 아이들이 “곤드레나물밥은 어른들만 좋아해요”라는 답을 줬다고 한다. 이에 취나물을 섞은 돈까스, 버섯으로 만든 떡갈비 등으로 다음 방학도시락 구성에 변화를 줄 수 있었다.

◆누적기부금 11억6000만원 이상, 배민 이용자의 힘

배민방학도시락은 고객과 함께하는 기부 캠페인이다. 그러나 이 배너는 배민 앱 하단을 향해 한참 스크롤을 내려야만 ‘이런 일도 한답니다’ 배너에서 겨우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와 관련 변 매니저는 “이용자는 식사 배달을 위해 배민 앱을 들어왔는데, 기부를 요구하는 배너를 본다면 이 또한 유쾌한 경험이 아닐 수 있다”며 “자연스러운 일상 속에서 불편하지 않게 기부를 시작해야 지속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첫 화면에는 띄우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지난 겨울 배민 앱 내 배민방학도시락 기부 배너 경우 일 20~30만회건이 노출되고, 3000여건 조회수가 나왔다. 월활성이용자수(MAU) 2000만명 이상인 국내 대표 배달앱인 배민 플랫폼 영향력 덕분이다.

현재는 상시 모금이 가능하도록 6월23일 별도 홈페이지를 구축했는데, 일평균 600여명이 배민방학도시락에 방문하고 있으며 누적 4만5000여명이 찾았다. 홈페이지에선 도시락 메뉴와 후원 내역 등을 확인 가능하다.

배민방학도시락은 가족 친화적인 우아한형제들 기업문화에 적합한 사회공헌 활동으로도 꼽힌다. 우아한형제들 조직문화 슬로건 중 하나가 “내 가족에게 부끄러운 일은 하지 않는다”일 정도로 가족을 중시한다. 실제로 임신기간 근무시간을 단축하고 검진휴가를 제공하는 한편, 산후조리지원비까지 제공한다.

김 팀장은 “일상의 행복을 문 앞에 배달하는 것, 배달의민족 지향점”이라며 “이에 맞게 취약계층 대상으로 먹거리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은 배민과 잘 맞는 사업이며, 이를 위해 사회적 책임을 다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우아한형제들은 배민방학도시락 대상 확대를 계획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시스템 고도화 중이다.

최민지 기자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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