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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근절’ 칼 빼든 정부, 포털도 겨냥…실효성은 물음표

이나연 기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가짜뉴스 근절 입법청원 긴급공청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국민의힘 대선 공작 게이트 진상조사단 유의동 단장, 조수진 의원, 이동관 위원장, 박성중 의원, 정우택 국회부의장, 박대출 정책위의장, 장제원 의원 [Ⓒ 연합뉴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가짜뉴스 근절 입법청원 긴급공청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국민의힘 대선 공작 게이트 진상조사단 유의동 단장, 조수진 의원, 이동관 위원장, 박성중 의원, 정우택 국회부의장, 박대출 정책위의장, 장제원 의원 [Ⓒ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최근 불거진 ‘뉴스타파 허위 인터뷰 의혹’과 ‘문재인 정부 통계 조작 의혹’이 정치권을 달군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가짜뉴스를 근절하겠다며 칼을 빼 들었다. 이들 정부부처가 정조준하는 대상은 뉴스 생산자인 매체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유통하는 네이버 등 포털 플랫폼도 포함한다.

가짜뉴스가 유통 및 확산하는 데 핵심 역할이 포털인 만큼 기업들이 자율적인 개선책을 마련하는 한편, 실질적인 규제 틀까지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내년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정부와 국회가 가짜뉴스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나 일각에선 연일 포털을 겨냥하는 방침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포털뉴스엔 문제시된 콘텐츠를 관리하는 운영책이 시행되고 있는 데다, 그 이상의 책임과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언론 자유 침해 여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최근엔 포털보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글로벌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잘못된 정보가 확산하는 경우가 많은데, 해외 사업자에도 이 책임을 강화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방통위·문체부, ‘가짜뉴스’ 관련 포털 노력 촉구…규제도 시사

이달 초 방통위는 ‘가짜뉴스 근절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다고 발표했다. 가짜뉴스 문제가 주요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등 심각한 폐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데 따라 가짜뉴스에 대한 긴급 대응체계를 시급히 마련하기 위해 입법 조치 등을 철저히 이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방통위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유관기관과 협조하고, ‘원스트라이크 아웃’이 가능한 통합 심의법제 등 보완 입법에 나서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매체에 대한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여기에 포털과 SNS 및 동영상 플랫폼 같은 사업자가 관리 책임을 강화할 수 있도록 관련 부처 및 국회와 긴밀히 협력할 예정이다. 포털에 관한 법제도적 규제 필요성도 시사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짜뉴스 근절 입법청원 긴급 공청회’에서 “국민의 69%가 포털로 뉴스를 보는 상황이지만 어떠한 규제 수단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가짜뉴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제외된 사각지대에서 움직이고 있어 응급책으로 ‘신속 구제·심의제도’를 만들었지만, 하나하나가 법제도로 입법되고 규제 틀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문체부도 포털에 가짜뉴스 문제를 개선할 대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문체부는 인터넷 매체 등에서 허위·왜곡 정보를 생산하면 뉴스포털이 이를 확산하고 일부 방송 등이 인용 형식을 빌려 증폭하는 악성 순환의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신문법 제10조에 따르면 뉴스포털은 기사 배열 등 기본방침이 독자 이익에 충실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문체부는 신문법상 인터넷 뉴스 서비스 사업자 의무 등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정밀하게 들여다보며 방통위,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강화할 방침이다. 문체부는 방통위보다 먼저 지난 4월 사회 갈등과 반목을 조장하는 가짜뉴스를 ‘악성 정보 전염병’으로 규정하고 기존 ‘가짜뉴스 퇴치 TF’ 기능을 전면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에도 문체부는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과 협력해 가짜뉴스에 대한 자정 기능을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네이버 뉴스 화면 갈무리 [Ⓒ 네이버]
네이버 뉴스 화면 갈무리 [Ⓒ 네이버]

◆네이버·다음, 이미 법 적용 대상인데…책임 강화 때 ‘부작용’ 우려

네이버와 다음뉴스는 “정부 논의에 협력할 예정이며, 세부 내용은 앞으로 논의해 갈 것”이라는 입장이다. 사실 이들 포털엔 이미 문제가 된 뉴스를 조치하는 방안들이 마련돼 운영되고 있다. 포털은 직접 취재해 보도하는 전통적 의미 언론은 아니나, 기존 언론사들 뉴스를 매개하는 인터넷 뉴스 서비스 사업자로서 관련 법을 준수하고 있어서다.

네이버와 다음은 지난 2009년부터 인터넷 뉴스 서비스 사업자라는 새로운 정의와 함께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중법)’을 적용받아 왔다. 아울러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신문법)’상 규정하는 법규들과 ‘공직선거법’상 인터넷 언론사에 대한 법규 등 관련 법에서 규정하는 책무 역시 모두 준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언론사 자체 고침기사 ▲언중법에 의해 피해 구제된 정정·반론·추후보도 기사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의 불공정 선거보도 경고·주의를 받은 기사 등을 별도로 모아 보여줘 왔다. 결국 이번 가짜뉴스 근절 TF도 총선 등 큰 정치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반복되는 ‘국내 포털 압박’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는 “포털은 일종의 인터넷 제공사업자(ISP)로, 언론사 권리가 세지면서 뉴스를 게시할 때 헤드라인이나 문구 등 내용을 절대 건드릴 수 없게 됐다”며 “단순히 뉴스를 유통하고 이를 어떻게 배열할 것인가에 대해서만 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떤 뉴스가 가짜뉴스인지 아닌지는 결국 언론사에서 검증할 수밖에 없기에 이를 유통 사업자에까지 책임을 묻는 것은 여러 논란을 촉발한다는 게 송경재 교수 생각이다.

송 교수는 “일반 재화나 서비스와 달리, 언론은 뉴스 생산과 유통에 대한 부분이 법에서 명확히 나눠져 있다”며 “최근 정부 행보대로라면 뉴스를 만드는 언론사와 유통 채널로서의 포털이란 기준을 지킨 현 법률 체계를 다 바꿔야 하는데, 이는 현행법상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포털은 문제가 생긴 뉴스에 대해 삭제 등 빠른 조치가 가능하지만, 일반 사용자를 중심으로 콘텐츠가 확산하는 SNS 경우엔 상대적으로 대처가 미흡하다는 측면도 논의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송 교수는 “언론사가 생산한 가짜뉴스 건수와 유튜브가 생산한 가짜뉴스 건수는 큰 차이를 보인다”며 “이러한 해외 SNS에 대한 언급은 없이 언론사와 유통사를 대상으로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이나연 기자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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