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바코드 같은 것 안 찍어도 되나요? 아, 벌써 결제됐구나.”

아이스크림·문구 제품을 파는 무인매장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상품을 골라 매장을 나설 때 자연스레 키오스크 기기를 찾게 된다. 직접 키오스크에 바코드와 신용카드를 인식하면 간편하게 결제가 완료된다. 무인매장에 인공지능(AI) 기술이 접목된다면 상품결제 과정은 이보다 훨씬 더 간소화되고 편리해진다.

GS리테일은 AI편의점 ‘GS25 DX LAB 가산스마트점’을 열고 완전 무인편의점 구현을 위해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6일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역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GS25 가산스마트점을 찾았다.

기존 스마트 편의점은 고객 추적·관리가 가능한 대형 쇼핑몰이나 오피스빌딩에 입점했지만, 이번 GS25 가산스마트점은 건물 내부가 아닌 도로변에 위치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매장은 출입부터 결제까지 편의점 소비 전 과정이 사람 개입 없이 AI 솔루션만으로 운영된다.

이곳에선 바코드를 찍지 않고 바로 상품을 집어 매장 밖을 나서도 된다. 아마존이 운영하는 ‘아마존 고’와 유사한 방식이다. 할인·적립은 물론 미처 챙기지 못한 1+1 제품도 모바일 앱에 자동 보관해준다. GS25는 이번 매장 구축을 위해 한국인터넷진흥원, AI 스타트업 파인더스에이아이와 협업했다.

먼저 매장 입구엔 지하철 개찰구와 같은 출입 시스템이 설치됐다. 매장에 입장하기 전, 우리동네GS 앱에 GS페이를 등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앱 설치부터 결제수단을 등록하기까지 5분가량 소요되는데, 바쁜 직장인들에겐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는 요소다.

범용성을 위해 GS25는 신용카드나 카카오QR(10월 말)로도 출입할 수 있도록 했다. 단 할인·적립, 나만의 냉장고, 모바일 영수증 등 부가 서비스까지 편리하게 활용하기 위해선 우리동네GS 앱 QR코드로 입장을 권장한다.

매장 전경은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편의점과 동일한 모습이다. 음료·과자·라면·간편식 등 1000여종 상품들이 진열대에 빼곡히 채워져 있다. 겉모습은 일반 편의점과 다를 바 없지만 곳곳을 살펴보면 차이점이 있다.

먼저 매장 위 천장엔 CCTV처럼 보이는 딥러닝 카메라가 60여대 설치됐다. 이 카메라는 소비자가 매장에 들어서는 것부터 상품을 집는 과정, 그리고 매장을 나설 때까지 행동을 인식한다. 상품 매대별 장착된 총 190여개 무게 감지 센서는 상품 이동 정보를 실시간 수집한다. 고객이 상품을 선택하면 AI 카메라와 진열대 무게센서가 교차 검증해 재고를 관리한다.

황준석 GS리테일 뉴컨셉전개팀 매니저는 “고객이 어떤 상품을 몇 개 샀는지 구분하는 기술은 파인더스에이아이가 구현했고, 소비자가 상품을 고르면 해당 상품과 수량을 보고 할인 등 적용하는 클라우드 포스 기술은 GS리테일 자체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파인더스에이아이가 제공한 참조 영상에 따르면 AI카메라는 사람 관절을 실시간 인식하는 동시에 물건을 인식한다. 소비자가 상품을 집을 때마다 온라인쇼핑몰에서 장바구니에 담는 것처럼 영수증 내역이 실시간 생성된다. 소비자가 매장 밖으로 나가는 모습에 맞춰 ‘결제 완료’ 여부를 보여준다.

GS25가 이번 스마트 편의점에서 강조하는 건 대폭 낮아진 구축 투자비다. 현재 무인 편의점은 인건비가 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초기 투자 비용이 높아 가맹점주들이 도입하기에 장벽이 높다. GS25와 파인더스에이아이는 첨단 리테일 테크를 도입하면서 ‘가성비’에 집중했다.

먼저 상품을 진열하는 매대가 일반 매장에서 쓰는 매대를 사용한다. 보통 무인 편의점에서 사용하는 매대엔 상품 수(SKU) 별로 로드셀(무게 감지 센서)를 달아야 한다. 가령 GS25 가산스마트점 상품 수가 1000개라면 기존 방식으론 로드셀 1000개를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매장에선 한 매대 안에 통합 셀 하나를 장착하면 된다. 통합셀 최대 장점은 여러개 상품을 한 번에 진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비용이 대폭 절감될 뿐 아니라 상품을 일반 편의점처럼 진열할 수 있다. 개별 로드셀을 적용할 땐 정확한 무게 측정을 위해 진열된 상품마다 여유 공간이 필요했다.

보통 무인 편의점은 라이다(LiDAR) 센서를 활용한 값비싼 3차원(3D) 카메라와 2D 카메라를 혼용해 사용한다. 반면 이번 GS25 매장엔 일반 CCTV용으로 흔히 쓰는 2D 카메라만으로도 높은 정확도로 분석이 가능하다. QR코드로 회원정보를 파악하고 소비자 동선과 무게를 파악하고 있어 상품을 몰래 가방에 넣는 등 ‘훔쳐가는’ 사고는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신제품 출시가 빈번한 편의점 특성상 AI카메라가 새 상품을 빠르게 학습하는 시간 역시 중요하다. 신규 상품을 무인 편의점에서 판매하려면 사전에 미지 촬영과 상품 인식 서버에 등록을 해야한다. 외산 솔루션은 1~2주에 한번 씩 주기적으로 상품을 학습시키지만 해당 매장에선 거의 즉시 반영해 팔 수 있는 구조다.

함명원 파인더스에이아이 대표는 “신상품이 출시됐을 때 상품을 AI에 학습시키고 진열하기까지 24시간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된다”며 “사람 손이 많이 필요한 건 아니고 물건을 두고 버튼을 누르면 알아서 학습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게이트 입장 없이 유일하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건 담배다. GS25는 성인인증 기능이 탑재된 댐바 무인 판매기를 처음 도입했다. 그간 무인 편의점에선 직원이 상주하는 낮 시간대에만 성인인증 후 담배·주류를 판매하고, 심야 시간 무인으로 전환되면 주류·담배 판매가 불가능했다. 이번 무인 담배자판기로 심야시간대 담배 판매도 가능해진 것이다. 단 담배 자판기 크기 한계로 현재 KT&G 담배 40여종만 판매 중이며 주류 상품은 아예 판매하지 않고 있다.

무인편의점을 이용할 때 주의사항도 있다. 매장 입장 시 QR코드 스캔 한 번에 한 사람씩 입장해야하고, 매장 안에서 상품을 집은 후 다른 사람에게 상품을 건내면 안된다. 이는 AI카메라가 매대에 손을 뻗은 사람을 구매자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상품을 구매하려고 집었다가 다시 내려놓을 땐 원래 위치에 그대로 놓아줘야 한다.

이런 주의사항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경우 편하게 매장을 빠져나오더라도 결제에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 기자의 경우 짚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던 상품들이 결제가 돼, 결국 결제 취소 후 재결제를 해야 했다. 가벼운 견과류 제품을 짚었다가 제자리에 가지런히 놓지 않은 탓으로 파악된다.

완전 무인 편의점이 상용화되기까진 적어도 내후년 등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무인 편의점에서 편리한 이용은 소비자들이 주의사항을 잘 따라줘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