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2023] ‘기타 치며 노래하는’ 가짜 유인촌부터 주52시간제 우회 지적까지
-지난 10일 문체부 국감 진행, 고성 없이 문화산업계 현안 집중
-김광석 노래 부르는 유 장관?…문체위, 딥페이크 심각성 부각
-류 의원 “게임업계 공짜 야근 없애자”…펄어비스 허진영 “방법 찾겠다”
-류 의원 측 “답변 충분치 않아…조치 내역 회신 받고 검토 중”
-정부 시정명령 뒤에도 저작권 수익 분배 NO? 만화 ‘검정 고무신’ 원작자 유족 호소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지난 10일 진행된 21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마지막 국감이 진행된 가운데, 이날 유인촌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날 문체부 국감 전반 흐름에서 주요 현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문체부는 다만 국감 초반, 부실 자료 제출로 문체위원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럼에도 딥페이크 기술로 인한 피해를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제작된 ‘AI 유인촌’이 등장할 땐 여야를 막론하고 웃음꽃이 폈다.
이날 ▲후쿠시마 오염수 중심 가짜뉴스 논란 ▲검정고무신 사태, 생성형 인공지능(AI) 등 저작권 논란 ▲게임업계 주 52시간제 우회 논란 등이 이슈로 거론됐다. 게임업계 만연한 ‘공짜 야근’ 등 노동 문제 경우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관련 참고인을 불러 들여다볼 예정이고, 문체위에서도 지속적으로 감시할 계획이어서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개선이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문체부 국감도 ‘가짜뉴스’ 강타…“딥페이스·AI 목소리, 구분 어렵네”=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이상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0일 오전 국감 마지막 순서에서 유인촌 장관에게 “가수 김광석 씨 아시냐”며 “즐겨 듣는 김광석 씨 노래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유 장관은 “예전에는 많이 들었다”며 잘 안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장관의 목소리로 김광석씨 목소리를 흉내내겠다”라며 AI 유인촌 영상을 국감장에서 재생했다. 영상에서는 기타를 들고 앉아 노래하는 김광석 사진에 유 장관 얼굴을 합성한 모습이 등장했다. 이어 AI로 유 장관의 음성을 ‘서른 즈음에’ 노래에 입혔다. 유 장관은 노래를 들은 뒤 웃으면서 “감사하다”고 말했고, 장내에서도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 의원은 “이렇게 생성된 AI는 점차 고도화돼서 가짜뉴스, 보이스피싱 등의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본 위원장이 지난 5월 발의한 AI 콘텐츠 표기 의무화 법안에 대해 문체부가 긍정적으로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유 장관은 이에 대해 “제가 예전에도 뭘 좀 바꾸고 개혁하고 싶고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정치적으로 해석해 정말 힘들었다”면서 “AI 문제도 앞으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미래에 대한 과제이기 때문에, 의원들께서 협조를 해주시면 개정이 잘될 것 같다”고 답했다.
이날 여야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을 둘러싼 가짜뉴스 논란을 두고 공방을 펼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가짜뉴스 확산이 사회 불안을 초래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규정한 가짜뉴스 정의를 물었다.
이개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문체부가 가짜뉴스 척결에 대단히 적극적인데 무엇이 가짜뉴스인지 구체성 있는 기준과 절차가 없다”며 “지금까지 취한 태도는 현 정부의 입맛에 맞느냐 맞지 않느냐가 기준”이라고 지적했다. 임오경 의원(더불어민주당)도 “문체부가 근절한다는 가짜뉴스의 기준이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싫어하면 가짜뉴스가 되는 것 같다는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유 장관은 “대통령이 싫어하면 가짜뉴스라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것은 여론이 더 많이 형성되는 문제”라고 답했다. 또, 방통위가 가짜뉴스 규제를 내세워 언론을 심의하는 것을 문체부 소관업무에 대한 월권이라고 지적한 데 대해서는 “방통위와 협의할 시간이 거의 없었다. 국감 뒤 관련 부분을 다시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짜 야근? 공용 PC 초과근로 지적 나온 펄어비스=또한, 이날 문체부 국감에서는 게임업계 만연한 주 52시간제 우회 방법을 꼬집는 상황도 연출됐다. 류호정 의원(정의당)은 앞서 문체부 국감 증인으로 허진영 펄어비스 대표를 신청한 바 있다. 3년 전 류 의원은 정의당 IT산업노동특별위원장으로서 펄어비스 노동 환경을 점검했고, 펄어비스는 이를 개선하겠다며 여러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펄어비스는 ‘당일 권고사직 및 복지 혜택 중단 개선 요청’에 대해 개선 완료를, ‘임금체불’에는 전액 지급 완료를, ‘주52시간제 위반 문제’에 대해 주50시간으로 축소, 초과 야근 금지 등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허 대표에게 류 의원은 “펄어비스가 직원들의 초과 근무를 없애기 위해 PC-오프 제도를 운영하는데, 정작 근무시간이 52시간에 다다르면 서브 컴퓨터나 공용 컴퓨터를 사용해 일을 계속 하도록 한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운을 띄웠다. 류 의원에 따르면 공용 컴퓨터 등에선 근로 시간 측정이 되지 않는다.
허 대표는 “사내에서 보충으로 개발 과정 서버에 업데이트하기 위한 공용 PC들이 있는데, 이를 통해서 PC-오프 제도를 우회하는 방법이 있다는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후 곧바로 시정조치 했다”고 답했다.
이에 류 의원은 여전히 시정이 되지 않았다는 제보들이 이어진다며 공용 컴퓨터를 전부 없애야 한다고 재차 요구했다. 서브 컴퓨터가 서버를 올리기 위해 필요하겠지만, 공짜 야근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용 컴퓨터를 거의 다 없애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허 대표는 “방법을 찾겠다. 관심을 가져주는데 여전히 문제를 개선하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비롯해 일부 게임 개발자들과 업계 종사자들은 “일부 직원들이 공용 컴퓨터로 야근했다면 각각 야근 시간이 정확히 카운트되지 않았을텐데, 이를 어떻게 정산하고 수당을 지급했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다.
문체부 국감이 끝난 후 류 의원실 측은 “펄어비스가 국감 질의에서 말한 답변들이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있고, 특히 허 대표가 시정 조치했다고 답한 부분들은 어떻게 구체적으로 이뤄졌는지 전일 저녁 회신을 받아 이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저작권 논란에 칼 든 문체부…“창작자 보호가 가장 중요”=이날 유인촌 장관은 “문체부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창작자 보호”라며 “저작권은 환경 변화 때문에 빨리 손대지 않으면 우리가 시기적으로 많이 놓칠 수 있기 때문에 선결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3월 ‘검정고무신 사태’를 계기로 창작자의 불공정 계약 이슈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바 있다. 김승수 의원(국민의힘)이 신청해 참고인으로 출석한 만화 ‘검정고무신’ 원작자인 고(故) 이우영 작가 부인인 이지현씨는 정부 시정명령 뒤에도 저작권 수익이 제대로 분배되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씨는 “불공정 내용을 살펴보면 ▲불공정 계약 강요 ▲저작권 지분 양도 강요 ▲창작활동 방해 ▲수익배분 거부 등 ‘불공정 종합세트’”라며 “문체부가 시정명령을 했지만 과태료가 너무 적다보니 형설앤이 반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남편과 함께할 수 없는 일상이지만,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 제 마음도 치유하고 삼남매를 잘 키우고 싶다”며 “그게 남편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남편과 제가 겪은 고통을 다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유인촌 장관은 “시정명령 정도로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면 좀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한다”며 “민간당사자간 계약이긴 하지만, 전 분야에 걸쳐 비슷한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기에 문체부가 잘 관리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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