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롯데쇼핑, 실적 선방에도 혁신은 아직…인사 방향 ‘온도차’

이안나 기자
롯데백화점 본점 전경 [ⓒ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본점 전경 [ⓒ 롯데백화점]

- 롯데백화점 올해 3분기 영업이익 31.8% 감소

- 마트·슈퍼, 롯데온 수익성 개선에도 판도 바꿀 힘은 부족

- 롯데쇼핑 변신 시도…정기 인사 앞두고 보여주기 행보?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올해 3분기까지 실적발표를 마친 롯데쇼핑이 내년도 정기인사만을 남기고 있다. 롯데쇼핑 3분기 실적은 ‘선방’했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실상 백화점 영업이익률 하락 폭은 경쟁사 중 가장 컸고, 홈쇼핑은 적자전환 기조가 이어졌다. 롯데마트·슈퍼와 롯데온은 수익성을 개선했지만, 아직 업계 영향력은 크지 않다.

이에 업계에선 이번 롯데쇼핑 정기임원인사를 앞두고 상반된 관측이 나온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올해 대표를 대거 물갈이하면서 롯데쇼핑에도 인적 쇄신 바람이 불 것이라는 전망과 동시에 안정에 무게를 싣고 인사 폭을 최소화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이달 말 혹은 다음 달 초 내년도 정기임원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의 경우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겸 부회장과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나영호 롯데온 대표 등 연임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롯데쇼핑 최근 실적을 살펴보면 최악은 피했다. 올해 3분기 매출은 3조7391억원, 영업이익 142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6.8%, 5.3% 감소했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신세계·현대백화점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동기대비 13.9%, 19.8%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그나마 마트·슈퍼가 상품 통합 소싱 효과로 영업이익을 전년동기대비 크게 늘렸고, 이커머스 부문 롯데온은 영업손실을 줄이며 전체 실적 하락 폭을 줄였다. 마트 영업이익은 75.3% 늘어난 510억원, 슈퍼 영업이익은 146.6% 증가한 140억원이다. 롯데온 영업손실은 전년대비 150억원을 개선한 230억원을 기록했다.

(왼쪽부터)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겸 부회장과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나영호 롯데온 대표 [ⓒ 롯데쇼핑]
(왼쪽부터)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겸 부회장과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나영호 롯데온 대표 [ⓒ 롯데쇼핑]

다만 전체 실적만으로 올해 인사 기조를 ‘안정’에 무게를 싣기엔 판단이 이르다. 사업 부문별로 보면 롯데쇼핑 핵심 계열사인 백화점은 주요 업체들 사이 가장 부진했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 영업이익은 각각 928억원과 79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5.1%, 17.4% 줄었지만, 롯데백화점은 전년동기대비 31.8% 큰 폭으로 감소하며 740억원에 그쳤다.

백화점이 소비자를 유입하기 위해선 오프라인 점포만이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백화점들이 대형 매장을 조성하고 브랜드를 대량 유치하는 이유다. 다만 신세계·현대백화점 행보와 비교해선 롯데백화점은 투자에 보수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상징적이라고 할만한 곳은 동탄점 국내 최대규모 식품관 정도다.

롯데백화점은 “4분기 인천점, 수원점 등 점포 리뉴얼 효과 바탕으로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다만 비용이 수반되는 만큼 획기적인 실적 개선을 만들 수 있을지는 과제로 남았다.

마트·슈퍼와 롯데온도 수익성을 개선했지만 혁신적 행보로 평가받기엔 아직 부족하다. 마트·슈퍼가 영업이익을 크게 개선할 수 있었던 건 강도 높은 점포 구조조정 때문이다. 실제 GS프레시몰과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등 경쟁사들이 점포를 늘려가는 것과 달리 롯데마트는 정반대 행보를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점포를 줄일수록 비용 효율화는 할 수 있지만 그만큼 판로가 줄어들어 제조업체와 협상력이 약해지고 상품 가격을 낮추는 게 어려울 수 있다”며 “롯데마트가 슈퍼와 통합소싱을 진행하는 이유로는 이런 바잉파워(구매력)을 유지하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온 브랜드 판타지 [ⓒ 롯데쇼핑]
롯데온 브랜드 판타지 [ⓒ 롯데쇼핑]

롯데온은 지난 9월 출범 후 처음으로 광고 마케팅을 진행했다. 5개분기 연속 적자 규모를 줄이고 이제 본격적으로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롯데온은 광고·프로모션 직후 매출과 고객 수가 모두 두자릿수 이상 성장했다는 설명이다.

10년 만에 상업광고에 복귀한 이효리를 기용해 초반 주목도를 올리는 데 성공했지만, 성장이 정체되고 경쟁이 치열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롯데온이 독보적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물론 롯데온을 비롯한 롯데쇼핑이 이전에 없던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롯데쇼핑은 지난 9월 ‘쇼핑 1번지’를 목표로 내세우며 중장기 실적 목표와 6대 핵심 전략을 발표했다. 2026년까지 매출 17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쇼핑HQ 중장기 전략과 롯데온 브랜드 인지도 제고 시도가 공교롭게도 정기 임원인사를 앞둔 기간에 이뤄진지라, 일각에선 보여주기식 행보라는 평가도 있다. 롯데쇼핑 인사를 두고 상반된 시각이 나오는 이유는 변화를 시도하곤 있지만, 시장을 뒤흔들 만큼의 혁신은 부족한 애매한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변화를 시도하는 과정 중에 있는 만큼 인사 폭이 ‘안정’에 방점이 찍힐 수도 있고, 빠르게 변화하는 외부환경에 맞춰 분위기를 바꾸려 한다면 새로운 인물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안나 기자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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