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비즈*솔루션

[현장] "일부러 아침 일찍 왔습니다" 민원마비 후 첫 평일, 주민센터로 향한 시민들

김보민 기자
20일 서울 서대문구 소재 주민센터에서 한 시민이 무인기를 통해 민원 서류를 발급받고 있다. [ⓒ 디지털데일리]
20일 서울 서대문구 소재 주민센터에서 한 시민이 무인기를 통해 민원 서류를 발급받고 있다. [ⓒ 디지털데일리]

[디지털데일리 김보민 기자] '민원 서비스 마비'를 초래했던 정부 행정전산망 대란이 일단락되고 있다.

전국 시군구·읍면동 주민센터에서 서류 발급 서비스가 재가동되면서 현장 민원 업무도 제모습을 되찾았다. 다만 민원서비스가 중단된 사실을 제때 알리지 않아 불편이 컸다는 비판은 여전한 분위기다.

20일 오전 9시, 서울 서대문구 소재 주민센터가 문을 열자마자 세 명의 시민이 민원 창구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들은 각 창구에 앉아 주민등록등본, 인감증명서 등의 서류를 발급해달라고 요청했다. 한 시민은 "자동차 매매에 필요한 서류가 또 무엇이 있냐"며 창구 직원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지방세 과세 증명서를 떼러 왔다는 다른 시민은 취재진에 "지난 금요일 전산 업무가 불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오늘 또 찾아오게 됐다"라고 말했다.

현장 민원을 대응하는 직원들도 손이 바빠 보였다. 한 직원은 수화기를 들고 민원을 요청한 시민들에게 전화를 걸며 "지난주 전산 오류가 있었는데 오늘 중 센터 방문하시면 민원 처리 도와드리겠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기자도 주민등록등본을 발급 받았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센터 직원은 "현재 전입 신고 등 모든 민원 업무가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먹통이었던 무인 민원 발급기도 정상 작동했다.

2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재 주민센터에서 시민들이 민원 업무를 보고 있다. [ⓒ 디지털데일리]
2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재 주민센터에서 시민들이 민원 업무를 보고 있다. [ⓒ 디지털데일리]

다만 일부 기관의 업무는 아직 완벽히 정상화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부천시청 측에 전화를 걸었다는 시민 이주민(29·가명)씨는 "부천 인근 재개발 관련 담당하는 부서가 어디냐고 물었지만 원하는 답을 얻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씨가 <디지털데일리>에 전한 통화 녹음 파일에는 담당 직원이 "콜센터 전산 오류로 인해 전화만 받아지고 있어, 내용 확인을 해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오후에 다시 민원 요청을 넣어 달라고 안내했다. 담당 공무원이 관련 시스템에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이 간간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온라인 민원 서비스 '정부24'도 시스템이 정상화됐지만 일부 접속이 지연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8일 정부24의 간편 인증 점검에 따라 카카오톡 인증은 일시 중단된 상태다.

[ⓒ 정부24 홈페이지 캡처]
[ⓒ 정부24 홈페이지 캡처]

정부는 모든 지방행정전산서비스가 정상화됐다고 밝힌 상태다. 전날 행정안전부는 행정전산망인 '새올 지방행정시스템'의 복구를 완료하고, 관련 서비스를 재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무원이 새올 시스템에 접속을 하기 위해서는 개인별 행정전자서명인증서(GPKI)를 통해 인증을 받아야 한다. 다만 이런 인증 시스템의 핵심축인 네트워크 장비 'L4 스위치'에서 이상이 생기면서 18일 모든 민원 업무가 마비됐다.

민원 마비 사태가 종료됐지만 정부 대응에 대한 비판은 이어지고 있다.

민원 마비가 발생하던 당일 시민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아 불편을 초래한 점, 그리고 전자정부를 내세우지만 복구 작업이 주말까지 더디게 이어졌던 점 등에 대판 질타가 커지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행안부는 "모든 정보시스템의 세밀한 점검과 확인을 통해 인증시스템의 일부인 네트워크 장비에 이상이 있는 것을 확인했고, 18일 새벽 (장비를) 교체해 안정화 작업을 한 상태"라며 정부 대응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보민 기자
kimbm@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