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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실패’ 민관 위험분담 필요…“주파수 할당기준 명확해져야”

권하영 기자

24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서울대 공익산업법센터 주최로 ‘주파수 재할당 정책의 쟁점 및 과제’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최근 28㎓ 할당 취소 사건처럼 주파수 할당과 그 대가에 있어 모든 위험을 사업자에 귀속시키는 지금의 제도는 개선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와 사업자간의 합리적 위험분담을 실현하는 일이다.”

송시강 홍익대 교수는 24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서울대 공익산업법센터 주최로 열린 ‘주파수 재할당 정책의 쟁점 및 과제’ 세미나에서 발제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오는 2026년이면 3G와 LTE 용도 주파수 이용기간이 만료돼 주파수 재할당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앞서 2020년 재할당 당시에는 이를 둘러싼 정부와 사업자간 갈등이 적지 않았던 만큼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18년 할당됐던 5G 28㎓ 대역 주파수에 대해서는 정부와 사업자간 입장차로 해당 주파수 할당이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던 만큼, 주파수 할당 제도의 합리적 개선과 정부-사업자간 심도 있는 협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시강 교수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주파수 할당의 ‘합리적 위험분담’ 필요성을 강조했다. 송 교수는 “지난 28㎓ 주파수 할당 취소 사건은 정부의 주파수 정책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기술 발전과 수요 창출 예측에 실패했고 또 이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행정 관행으로 탄력적 대응 기회를 놓쳤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동통신 산업의 핵심인 주파수 할당은 민관합동의 가장 중요한 모멘텀으로 인식돼야 한다”면서 “우리나라에서 통신산업은 전적으로 사적인 임무의 영역은 아닌 만큼, 주파수 할당 실패 또한 어떤 서비스나 특정 기업의 실패를 넘어 국가 임무의 실패라는 인식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주파수 할당 제도는 사업자에 전적으로 위험을 귀속시키는 문제가 없지 않았고, 따라서 중요한 것은 정부와 사업자간 합리적 위험분담을 실현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투명하고 공개적인 절차를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김득원 박사도 발제를 통해 “리스크가 높은 주파수 이용 촉진을 위해 리스크 쉐어링(Risk Sharing)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28㎓ 대역의 경우 불확실성으로 인해 대가 수준을 크게 낮췄지만 이는 (사업자들의) 포기로 이어진 결과를 초래했다. 보다 적극적인 방식으로 유인계약 방식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주파수 할당대가를 산정하는 기준에 고객편익 측면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현행 주파수 할당은 경매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사업자들은 주파수 자원의 수익성을 따질 수밖에 없고, 정부는 국가 재정 수입 측면에서 최대한 할당대가를 많이 거둬들이고자 하는 경향이 크다. 그런데 정작 이 과정에서 주파수 할당이 국민편익에 실질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논의는 배제돼 있다는 것이다.

이어진 토론에서 오병철 연세대 교수는 “주파수 할당 관련 시행령을 보면 요금 인하에 대한 실적을 반영하라고 돼 있는데 사실 이게 명확히 드러나 있지는 않다”며 “주파수 할당대가 산정기준에 이용자 요금을 얼마나 깎을 수 있는지를 감안해서 반영해야 한다. 만약 사업자가 요금을 5% 깎는다고 하면 할당대가 산정에서도 5%를 깎아주는 거다”라고 제안했다.

오 교수는 또 “국가가 재정 확장을 통해 수익을 사유화하겠다는 생각보다 어떻게 이용자에게 직접 편익이 돌아갈 수 있는지, 이것을 할당대가 산정기준에 직접 반영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드는 게 장래에 우리가 계속 5G로, 6G로, 쭉쭉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역설했다.

통신업계는 할당대가 산정기준과 판단근거가 더욱 명확해지고 주파수 할당의 예측가능성이 확보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전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상헌 SK텔레콤 부사장은 “지난 2020년 LTE 주파수를 할당할 때, 업계는 1조6000억원 정도가 적정할 거 같다고 봤는데 정부는 최대 4조4000억원을 얘기했고 실제 결과도 3조원대였다. 사업자 입장에서 왜 그렇게 산정됐는지 알아야 하는데 정확히 잘 모르는 부분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특히 재할당 대가는 정부 재량이 많이 작용하니 얼마로 산정될지 사업자들도 몰라 투자 계획을 세울 수가 없다”며 “법제를 개편해서 객관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오는 2026년 주파수 이용기간 만료 시점이 도래하기에 앞서 충분한 숙의와 검토를 거쳐 할당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준홍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파수정책과장은 “2026년까지 만으로 2년 반 정도의 시간이 있는데 앞으로 이런 기회를 통해 시장 의견과 전문가 의견을 종합적으로 듣고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했다.

권하영 기자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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