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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텔 저항 예상해” 김범수 30년지기 측근 폭로전에 쏠린 눈…카카오에 득일까 실일까

이나연 기자
김정호 베어베터 공동대표 겸 브라이언임팩트재단 이사장.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과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 위원도 겸직하고 있다 [ⓒ브라이언임팩트]
김정호 베어베터 공동대표 겸 브라이언임팩트재단 이사장.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과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 위원도 겸직하고 있다 [ⓒ브라이언임팩트]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경영진 구속과 창업자·대표 검찰 송치로 사상 초유 위기 상황에 놓인 카카오가 쇄신 방아쇠를 당기고 있는 가운데, ‘혁신 키맨(key man·핵심인물)’으로 꼽히는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이 이틀 연속 회사 경영 실태를 고발해 업계 이목이 집중됐다.

여기에 카카오 임직원이 정면 반박하면서 진실 공방전이 펼쳐지자 상반된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강도 높은 쇄신에 도움이 될 것’이란 지지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기업 기밀을 유출하는 내부총질’이자 ‘부정적 프레임을 씌우는 꼴’이라는 우려가 공존하는 모습이다.

30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김정호 경영지원총괄은 지난 28일과 지난 2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 ▲고가 골프장 회원권과 법인카드·대외협력비 문제 ▲인터넷 데이터센터(IDC) 안산·서울아레나 건설 비리 의혹 ▲제주 본사 유휴 부지 개발 논란 등 카카오 내부 상황을 공개 저격했다.

김 총괄이 지난 22일 임원 회의 도중 큰 소리로 폭언했다는 언론 보도가 쏟아진 데 따른 대응 차원에서다. 주목할 부분은 김 총괄은 30년 지기인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카카오의 잘못된 부분을 과감하게 고쳐달라”며 삼고초려한 끝에 영입한 인사라는 것이다.

지난 9월부터 카카오 계열사(공동체) 인사와 감사, 경영지원 등을 담당하는 CA협의체에서 활동 중인 김 총괄은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김범수 창업자와 함께 국내 IT업계 1세대 주역이다. 김 창업자의 삼성SDS 입사 선배이자, 네이버 공동 창업자로 네이버와 한게임 합병을 이끌었다.

김 총괄은 김 창업자가 카카오를 창업할 당시에도 5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창업자가 지난해 5월부터 자기 재산 절반을 들여 설립한 재단법인 브라이언임팩트 이사장도 맡고 있다. 김 창업자가 쇄신안 중 하나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외부 조직 준법과신뢰위원회에서 유일한 사내 위원이기도 하다.

◆논란의 ‘700~800억대 공사업체 결재 여부’ 의견 갈려…진실공방전 치닫나

김 총괄은 앞서 자신의 SNS에 문제의 욕설 상황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카카오 내부 회의 중 내년 1월에 시작하는 제주도 ESG센터 프로젝트에 올 12월에 완공되는 카카오 인공지능(AI) 캠퍼스 건축팀을 투입하자고 제안했지만, 한 임원이 이를 거절하고 결재나 합의 없이 외주업체를 선정하겠다 말해 분노했다고 전한 바 있다.

이에 맞서 지난 29일 카카오 부동산 개발을 총괄하는 자산개발실 소속 오지훈 부사장과 직원 11명은 카카오 내부 전산망에 장문의 공동 입장문을 올리며 반박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내 카카오 본사 유휴 부지 개발 과정에 대해 “배재현 투자총괄대표 등 경영진 결재를 모두 거쳐 진행한 사안이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최근 카카오에 제기된 특정업체와의 수의계약 의혹에 대해서도 “안산 데이터센터 시공사 선정은 내부 절차에 따라 입찰과 공정한 심사를 통해 진행됐다. 2021년 윤리위원회 조사를 통해 문제가 없음을 확인받았다”며 “서울아레나도 카카오가 시공사를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카카오가 참여한 건설·금융·운영 컨소시엄이 함께 진행하는 형태”라고 일축했다.

현재 카카오는 지난 9월 말 경기도 안산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에 준공한 첫 자체 데이터센터인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과 오는 2027년 서울 도봉구에 준공 예정인 대규모 복합문화공간 ‘서울아레나’ 공사업체 선정에 대한 비리 제보를 접수, 내부 감사 절차에 들어갔다.

김 총괄도 “IDC와 공연장 대형 건설 프로젝트의 끝없는 비리 제보 문제”라고 언급하며 이 의혹을 암시한 바 있다.

◆김정호가 쏘아 올린 ‘카카오 내홍’잘했다 vs 자중해야

김 총괄이 카카오 폭로전에 나서면서 내부 분위기는 어수선해졌다. 전면적인 경영 변화가 필요하다는 그의 강한 수위 발언을 긍정하는 시각이 있는 한편, 일방적인 문제 제기로 조직 갈등만 부추긴다는 따가운 시선도 있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카카오 직원을 대상으로 김 총괄 대처가 적절했는지 묻는 공개 투표엔 400여명이 참여해 ‘김 총괄이 잘했다. 썩은 것 다 개혁하라’는 항목에 90%가 넘는 지지율을 보였다. 나머지 약 8%는 김 총괄 폭로 내용이 ‘회사 기밀 유출’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서승욱 카카오 노동조합 지회장은 회사가 내부 경영진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이것이 내부 쇄신 조직인 경영쇄신위원회에 직원들이 참여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서승욱 지회장은 “끝없이 터져 나오는 경영진 비위행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직원들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회사는 아무런 답변 없이 비공개 비상경영회의를 운영하고 있다”며 “결국 경영진 내부에서도 문제가 해결되기보다 폭로가 이어졌다”고 밝혔다.

이나연 기자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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