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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임원 폭로전에 노조 가세 “경영진 비위행위 ‘준신위’가 조사해야”

이나연 기자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 [ⓒ 연합뉴스]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 [ⓒ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이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 고가 골프장 회원권 등 회사 내부 문제를 폭로한 가운데, 노조가 이같은 내홍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쇄신 과정에서 직원 참여를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30일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이하 카카오 노조)는 전날 회사 내부망에 ‘크루(직원)의 눈으로, 크루의 눈높이로 바라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현재 카카오 내부 상황에 대한 노조 입장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최근 김정호 경영지원총괄이 폭로한 일련의 경영진 비위행위에 대해 외부인으로 구성된 감시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하기 위해서다. 카카오 노조는 보다 실질적인 혁신과 변화를 위해 경영쇄신위원회에 직원들이 참여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경영쇄신위는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직접 위원장을 맡고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여하는 내부 조직이다.

◆카카오 내부 폭로전 본 노조가 내세운 두 가지 요구

카카오 노조 입장문에 따르면 노조 측은 크게 ▲김 총괄 SNS를 통해 폭로된 경영진 특혜와 비위행위는 독립기구인 준법신뢰위가 조사하고 ▲경영쇄신위에 직원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두 가지 요구사항을 내놨다.

준법신뢰위가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그 결과를 직원들에게 공개하는 동시에 직원이 직접 회사 경영 실태를 제보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어 관련 문제를 종합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카카오 노조는 “특히 올해 카카오 계열사(공동체) 직원들은 구조조정과 비용절감으로 인한 고통을 분담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무책임하게 특권과 특혜를 유지한 경영진이 있다면 무겁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영쇄신위에 직원이 참여해야 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카카오 노조는 “지금 위기를 초래한 공동체 경영진은 최근 카카오 재무그룹장 법인카드 남용사건에서 보듯 이미 자체적인 자정 능력을 잃었기에 외부 객관적인 시각과 다수에 의한 민주적인 통제가 필요하다”며 직원들 눈높이에서 문제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고 피력했다.

서승욱 카카오 노동조합 지회장은 “끝없이 터져 나오는 경영진 비위행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직원들이 문제제기했으나 회사는 아무런 답변 없이 비공개 비상경영회의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결국 경영진 내부에서도 문제가 해결되기보다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더 이상 내부 경영진으론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기에 경영진에 대한 인적 쇄신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서 지회장은 노조 측이 경영쇄신위원회에 경영진 외에 직원들 참여가 필요하다고 요구했으나 답변받지 못했다는 점을 꼬집었다. 최근 5주간 비상경영회의 관련 뉴스를 읽어봐도 구체적인 문제사례나 해결책이 공개되지 않고, 직원들에게 회의 내용이나 아젠다를 이야기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경영쇄신위원회를 폐쇄적으로 운영하지 말 것을 주장했다.

◆카카오 임직원에 “개XX” 욕설한 김정호 총괄 행동은 별도 조사해야

다만 카카오 노조는 지난 22일 임원 회의에서 큰 소리로 폭언한 사건에 대해선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았다. 경영진 특혜·비리 척결과 별개로 준법신뢰위에 조사를 요청해 책임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는 “폭언과 욕설은 지위와 우위를 활용한, 적정한 업무범위를 벗어나, 다수 직원에게 피해를 입혔으며, 장애인을 비하는 단어까지 포함돼 있었다”며 “‘욕먹을만했다’를 상황에 따라 허용하게 된다면 직원들은 앞으로 직장 내 괴롭힘 상황에서 보호받기 어려워진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김 총괄이 카카오 임원에 욕설을 가했다는 언론 보도가 쏟아진 당일 그는 자신의 SNS에 자신이 해당 발언을 하게 된 상황을 설명하며 해명에 나섰다.

카카오 인공지능(AI) 캠퍼스 건축팀의 제주도 프로젝트 투입 제안에 대해 이미 정해진 업체가 있다고 주장하는 한 임원과 갈등으로 10분 정도 언쟁이 계속됐지만, 아무 말도 안 하는 다른 임원들을 보다가 분노가 폭발했다는 것이 김 총괄 설명이다.

그는 “700억~800억이나 되는 공사업체를 담당 임원이 결재·합의도 없이 저렇게 주장하는 데 모두 가만히 있는가, 이런 ‘개XX’ 같은 문화가 어디 있나‘라고 했다”며 업무 관행 문제점을 지적하다가 나온 한 번의 실수였고, 즉시 사과했다고 전했다.

김 총괄은 “그에 따르는 책임은 온전히 제가 지겠다”며 “이걸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판정하면 그걸 따라야 한다. 그러면 부정 행위자에게 시정명령을 내릴 수도 없고 인사 조치를 할 수도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나연 기자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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