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법률, 의료까지…전문직 돕는 똑똑한 AI 동료
[디지털데일리 김보민 기자] 2023년은 숨 가쁜 한 해였다. 챗GPT의 등장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급부상하면서, 주요 산업군에서는 AI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이전보다 빨라졌다.
주요 직업 중 약 4분의 1이 AI 기술로 대체될 위험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AI 혁명으로 인해 일자리 27%가 위험에 처해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AI 기술이 사람을 '100% 대체'하는 시대는 오지 않았다. AI 업계에서는 "반복적이거나 비효율적인 작업을 AI가 하고, 대신 사람은 다른 창의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AI를 위협 요인으로만 볼 것이 아닌, 사람의 업무를 돕는 조수로 바라보는 것이 현 시점에서 가장 타당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전문 분야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금융, 법률, 의료 등 사람의 손길이 더 중요했던 분야에서도 AI 조수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정보 검색이나 이미지를 인식하는 간단한 작업부터, 마케팅 카피나 개발 코드를 작성해주는 고도화된 작업에 이르기까지 AI 기술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들 산업군을 대상으로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AI 스타트업 사이에서는 전문직들의 업무를 지원하고 자동화하는 솔루션에 심혈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대표적으로 업스테이지는 금융 특화 AI 광학문자인식(OCR) 솔루션 '다큐먼트 AI'를 삼성생명에 공급했다. 다큐먼트 AI는 데이터 입력부터 심사, 보험금 지급 등의 과정을 자동화해 보험금 지급을 가능하게 돕는다.
우리은행, 국민은행 등 국내 주요 은행들도 AI 서비스를 활용해 은행원들의 업무 효율을 돕고 있다. 은행 차원에서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우리은행은 최근 자연어 처리 기반의 지식검색 및 상담 서비스를 구현했다. 상품설명서, 규정, 공문, 게시 등 다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연어 처리 기반의 통합 검색과 상담을 가능하게 했다. 국민은행 또한 재무정보, 대안정보 등 다양한 비재무정보를 기반으로 신용 위험이 낮은 여신에 대한 시스템 판정 결과를 담당자에게 제공하는 지원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법률 분야도 AI 도입에 한창이다. 리걸(Legal) 전문 BHSN은 계약, 법무, 기업의 위험 관리 등 업무를 지원하는 AI 디지털 솔루션을 자체 개발했다. BHSN의 계약관리 솔루션(CLM)은 계약 작성부터 이행 관리까지의 전체 과정을 통합 관리한다. 실시간 협업, 법무 검토, 결재 과정, 이행 추적 등 전 단계를 관리할 수 있어 투명항 경영을 가능하게 한다. 수백만 건의 법률 데이터와 계약서를 학습시켜 자체 개발한 법률 특화 언어모델이 적용된 AI 리뷰 서비스도 제공한다.
법률문서를 번역하거나 판결물을 검색하는 데 집중한 스타트업도 있다. 베링랩은 법률 특화 고품질 번역기 서비스, 변호사와의 협업을 통한 전문 감수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엘박스는 판결물 검색 서비스, 사건 및 인물 중심의 법률 통계 서비스 등 변호사의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법관의 이름을 검색하면 보유 판결물을 바탕으로 해당 법관의 판결을 전수 분석하고, 사건 유형 및 소속 법원 등 다양한 정보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의료 분야에도 AI 기술이 스며들고 있다. AI 의료 영상분석의 경우 한국이 선도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주요국 특허청에 출원된 의료영상 분석 AI 기술의 전 세계 현황을 분석한 결과, 세계 100위 내 한국 출원인은 16인에 달한다. 이 가운데 8개는 중소기업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의료 AI 솔루션 전문 휴런은 파킨슨병, 치매, 뇌졸중 등 신경퇴행성 질환의 뇌의료영상을 자동으로 분석해 의료 판단을 돕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있다. '휴런메타스위트'는 뇌전이암을 조기에 찾아내는 AI로, 가천대길병원에서 사용 중이다. 이 밖에도 의료 AI 전문 에이아이트릭스는 혈액 검사 결과와 체온·맥박 등 환자의 생체 신호 19종을 분석하고 위급 상황을 예측하는 소프트웨어 '바이탈케어'를 개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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