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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자료 요약하고 초안 작성 '뚝딱'…리걸테크 생성형 AI 열풍

김보민 기자
[ⓒ LexisNexis 홍보 영상 캡처]
[ⓒ LexisNexis 홍보 영상 캡처]

[디지털데일리 김보민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의 최적 분야는 법률이다."

강민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지난달 AI 법제도 포럼에서 이런 말을 했다. 매 순간 대량의 문서를 처리해야 하는 법조인에게 AI가 '든든한 조력자'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실제 법률 분야의 AI 바람은 거세지고 있다. 리걸테크 기업들은 문서 요약부터 분석까지 가능한 솔루션을 선보이며 법률 AI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법률 데이터베이스(DB)사 렉시스넥시스는 지난 5월 '렉시스플러스에이아이(Lexis+AI) 출시를 알린 뒤, 프리뷰 서비스를 기반으로 적용 국가를 확대하고 있다.

렉시스+AI는 법률 업무를 혁신하기 위한 생성 AI 플랫폼으로 ▲초안 작성 ▲핵심 요약 ▲대화형 검색 등 주요 기능이 있다.

해당 플랫폼은 사용자가 법률 자료를 입력하면 핵심 주제와 내용을 압축하고, 맞춤형 요약과 분석을 제공한다. 프롬프트를 활용하면 언어와 어조 또한 변경할 수 있다.

챗봇 방식의 대화도 가능하다. 특정 지역에서 일어난 민사 사건의 핵심 내용을 알려 달라고 요청하면, 압축 답변과 함께 관련 판례와 출처가 제공된다. 사용자는 이를 기반으로 법률 초안에 담길 내용을 보완할 수 있다.

고객이 문의한 계약서를 플랫폼에 업로드하면 법규상 위반되는 단어나 조항을 한번에 확인할 수도 있다.

DB사 웨스트로를 운영하는 톰슨로이터도 AI 활용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톰슨 로이터는 지난 4월 AI 분야에 연간 1억달러(약 133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뒤 로드맵 수립에 한창이다.

톰슨로이터는 렉시스넥시스와 유사한 방식으로 AI를 도입하고 있다.

톰슨로이터는 생성형 AI 기술을 기반으로 ▲법률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웨스트로 프레시젼(Westlaw Precision) ▲추가 연구 소스를 제공하는 '프랙티컬 로(Practical Law) ▲세금 및 회계 질문에 대한 전문 답변을 제공하는 '체크포인트 엣지'(Checkpoint Edge) 등을 통합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밖에도 문서 요약, 초안 작성과 같은 보조 기능도 강화 중이다.

그동안 법률 분야 종사자들은 문서를 검토하거나 연구를 진행할 때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했다. AI 업계 관계자는 "수천 페이지의 문서를 들여다볼 시간을 단축할 기술이 필요해진 이유"라고 말했다.

AI 기술은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법적 분쟁 결과를 예측하는 데에도 활용된다. 법률 전문가들이 의사 결정을 내릴 때 AI 기술이 내놓은 답변을 참고할 수 있게 된 셈이다.

DB 분야의 선두 주자들이 AI 리걸테크에 뛰어들면서 국내에서도 그 뒤를 따르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로앤굿은 이달 초 기술 기업 위커버와 합작회사를 설립해 기업 대상 AI 법률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앞선 사례와 비교했을 때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거대 DB사들의 AI 서비스가 한국에 본격 도입되면 국내 서비스가 빛을 발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아직 시장이 초기 단계에 있는 만큼 차별화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WestLaw 홈페이지 캡처]
[ⓒWestLaw 홈페이지 캡처]

다만 AI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AI 업계 관계자는 "로펌 등에서 처리하는 정보의 경우 민감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만큼, 관련 종사자들이 해당 기술을 '보조' 수단으로 여기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리걸테크 기업들의 경우 AI 도구가 규정을 준수하고 있는지, 적절한 보호 장치를 갖추고 있는지 지속 확인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보민 기자
kimbm@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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