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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화이부실'의 우리금융… 왜 자꾸 말이 앞설까

권유승 기자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우리금융그룹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우리금융그룹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화이부실(華而不實)'

'꽃은 화려하지만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고사성어다.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실속이 없음을 비유한다.

최근 우리금융그룹의 행보가 딱 그렇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5일 투자정보 플랫폼 '원더링'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 서비스는 쉽게 말해 흔히 볼 수 있는 주식 종토방(종목 토론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다른 금융지주사도 아닌 우리금융이 이 같은 투자플랫폼을 출시했다는 점에서 업계에선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우리금융은 현재 주요 금융지주사 중 유일하게 계열사로 증권사를 지니고 있지 않기때문이다. 아직 증권사도 없는데, 투자정보 플랫폼만 먼저 출시한다고 공표한 것이다.

국내 금융권에서 차지하는 우리금융의 위상을 감안했을때 어딘지 초라하고 군색하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금융 관계자는 투자플랫폼 출시 배경에 대해 "증권사 인수를 미리 염두에 두고 투자정보 플랫폼을 먼저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은 그동안 줄곧 비은행 강화를 외치며 M&A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으면서 정작 실행력을 보이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겉치레에 치중한 명분만 만들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앞서 시장에 나왔던 여러 보험사 매물들을 모두 손사레 친 우리금융은 최근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하기로 공식 발표했다가 다시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실행에 따른 결과를 공개하기보다는 미리 계획부터 거창하게 공표하는 것을 즐기는 것 같다.

계획이라도 거창해야 실행력이 뒤따른다는 우리금융 스스로의 경험칙때문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굳이 허언증이 있는 것 같다는 핀잔을 자초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은행이 앞서 올해 진행했던 기자간담회에서도 "목표는 거창해 보이지만 딱히 와 닿는 내용은 없다"는 평가가 나온 것과 무관치 않다.

실제로 지난 9월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폭발적인 기업대출을 예고했던 강신국 우리은행 기업투자금융 담당 부행장이 최근 내부 중징계를 받았다. 이로인해 벌써부터 우리은행이 제시했던 '기업금융 명가 재건' 목표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잘못된 파생상품 평가방식으로 1000억원 가량의 평가손실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키웠는데, 이 평가손실의 책임이 강 부행장에게 있다고 판단해 우리은행이 견책 처분의 중징계를 내린 것이다.

내부통제 문제는 여전히 잊을만 하면 나온다.

지난해 우리은행이 700억대의 횡령사고로 논란을 일으켰는데, 이후 올해에도 우리금융에서 두 차례의 횡령사고가 발생해 부실한 내부통제 문제가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최근 우리금융저축은행에서 수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확인 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거화취실(去華就實)'.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을 멀리하고 내실을 지향한다는 의미다.

아직 4분기 결산이 남았지만 우리금융이 국내 4대 금융지주중 올해 가장 성적이 저조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 또 잊을만하면 터져나오는 내부통제 문제들을 극복하고, 신뢰받는 금융사로 환골탈태하기위해선 반드시 새겨야할 말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리금융이 '상생금융'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은 긍정적이지만 우선 순위가 바뀐것 같은 지적은 뼈아프다.

권유승 기자
ky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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