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라인] 승자의 저주...SM 인수부터 대표 교체까지 카카오 잔혹사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지난 3월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서 승기를 잡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하이브와 총칼 없는 ‘쩐의 전쟁’을 치른 후 우여곡절 끝에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최대주주가 되는 데 성공했다. 경쟁을 벌이던 하이브와는 협력을 약속하며 아름다운 결말로 마무리 짓는 듯했다.
문제는 인수 후 약 7개월이 지난 후,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가 검찰에 구속되면서 본격화했다. SM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시세조종을 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 카카오모빌리티까지 분식회계 의혹을 받게 되면서 카카오는 전례 없는 사법 리스크에 직면하게 됐다.
이미 골목상권 침탈이라는 평가로 생겨난 카카오 부정적 여론은 굵직한 위법행위 의혹들로 더욱 커졌다.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던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다시 일선으로 나와 현 상황을 ‘최고 비상경영’ 단계로 판단하고, 사명부터 조직문화까지 고강도 쇄신을 언급했다. 전면 쇄신 신호탄으로 카카오는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카카오 단독대표로 내정했다.
◆ 3월12일: SM 인수전 극적 타결…카카오 ‘경영권’ 하이브 ‘플랫폼 협력’=카카오와 하이브는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갖기 위해 경쟁하다 결국 하이브가 이날 인수전 포기를 선언했다.양사는 극적인 대타협을 이뤘다.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갖기로 했고, 하이브는 플랫폼 협력을 하기로 했다.
하이브는 “카카오·카카오엔터 추가 공개매수로 경쟁 구도가 심화되고, 주식시장마저 과열 양상을 보이는 현 상황에서는 SM 인수를 위해 제시해야 할 가격이 적정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다”며 중단 배경을 설명했다. 카카오·카카오엔터도 같은 날 “하이브의 SM 인수 중단 결정을 존중한다”며 “하이브, SM과 긍정적 영향을 주고받는 파트너로서 K컬처 글로벌 위상 제고를 위해 다양한 협력 관계를 이어가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 3월28일: SM 품은 카카오…지분 39.87% 확보로 최대주주 등극=카카오는 SM 공개매수 결과 보고서를 통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지난 7일부터 26일까지 주식 833만3641주를 주당 15만원에 예정대로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 전체 발행주식의 34.97%를 절반씩 매수하기로 하면서 양사 SM 지분은 각각 20.76%, 19.11%로 늘었다. 이로써 카카오는 SM 지분 총 39.87%를 확보하게 됐다.
◆ 4월26일: 공정거래위원회, 카카오-SM 기업결합 심사 착수=공정거래위원회가 카카오와 SM엔터테인먼트의 기업결합 건에 대한 심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은 플랫폼 및 종합 콘텐츠 기업과 K-POP 콘텐츠 기업 간 결합으로 여러 시장에서 수평·수직·혼합 결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기업결합 심사 기간은 신고일로부터 30일로, 필요한 경우 90일까지 연장(자료 보정기간은 불산입) 가능하다. 자료 보정기간은 심사 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 8월1일: 협업 시동 카카오엔터-SM, 북미 통합 법인 출범=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SM엔터테인먼트와 북미 통합 법인을 출범했다. 통합 법인 대표는 글로벌 음악 산업 내 주요 파트너사들과 네트워크가 활발한 장윤중 카카오엔터 아메리카 대표가 맡았다. 통합 법인은 양사 소속 아티스트들에 대한 글로벌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현지 활동에 대한 전방위적 지원을 약속했다. 동시에 북미 현지 아티스트와 IP를 발굴하기 위해 전략적 투자를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 10월13일: 금감원 특사경,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등 구속영장 신청=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강모씨,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 이모씨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배 대표는 올해 2월 SM엔터 기업지배권 경쟁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 주가를 하이브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설정, 고정할 목적으로 시세조종을 벌인 혐의를 받았다. 배 대표 등은 지난 2월16∼17일과 27∼28일 합계 약 2400억원을 동원해 SM엔터 주식을 장내 매집하면서 총 409회에 걸쳐 고가에 매수하고, 금융당국에 주식 대량 보유 보고를 하지 않은 혐의가 있다.
◆ 10월19일: 배재현 투자총괄대표 SM 시세조종 의혹 구속=배재현 투자총괄 대표 등 법률대리인은 “합법적인 장내 주식 매수였고 시세조종을 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법원은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다”며 이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다만 함께 구속영장이 신청된 카카오 투자전략실장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 10월23일: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금융감독원 소환조사=배재현 투자총괄대표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 센터장은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 오전 10시 피의자 신분으로 금융감독원 소환조사를 받았다. 김범수 센터장이 해당 사안에 대해 보고 받았거나 지시한 정황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김 센터장은 16시간 가까이 특사경 소환조사를 받았다.
◆ 10월26일: 금감원, 카카오·카카오엔터 검찰 송치=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투자총괄대표와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강모 씨, 카카오엔터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분장 이모 씨와 이들 소속 회사인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따른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김범수 센터장은 일단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계속 조사를 받는다.
◆ 10월30일: “최고 비상 경영 단계” 김범수 포함 카카오 CEO, 경영회의 진행=카카오 경영진은 공동체 경영회의를 열고 현 상황을 최고 비상경영 단계로 정의했다. 이날 카카오는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홍은택 대표를 비롯한 주요 공동체 최고경영자(CEO) 등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동체 경영회의를 진행했다.
최근 문제가 발생한 원인을 강도 높게 조사하고 준법 감시를 위해 향후 외부통제까지 받아들이는 방안을 함께 논의했다. 신사업이나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경우 사회적 영향에 대한 외부의 평가를 받는 방안도 포함했다. 카카오는 매주 월요일 공동체 경영회의를 열기로 했다.
◆ 10월31일: 카카오모빌리티 3000억원대 분식회계 의혹에 해명=카카오 계열사에 또다른 사법 리스크가 터졌다. 카카오모빌리티가 3000억원대 분식회계 혐의로 금융감독원의 감리를 받는다고 보도됐다. 이에 카카오모빌리티는 “회계 처리 방식에서 감독 당국과 회사 간 견해 차이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가맹 택시 ‘가맹 계약’과 ‘업무 제휴 계약’ 회계 처리 방식을 두고 가맹 계약과 업무 제휴 계약이 별개라는 회사 입장과 달리, 금융감독원은 이를 하나의 계약으로 간주해 견해차가 발생했다.
◆ 11월3일: 카카오, ‘준법과 신뢰 위원회’ 설립…초대 위원장 김소영 전 대법관=카카오는 카카오 관계사의 준법·윤리경영을 감시할 외부 기구 ‘준법과 신뢰 위원회(이하 위원회)’ 위원장으로 김소영 전 대법관을 위촉했다. 김소영 위원장은 카카오 관계사의 준법 경영 실태를 세밀하게 점검하고 사회적 눈높이에 부응하는 경영 시스템을 갖춰가는 역할을 하게 된다.
위원회는 카카오와 독립된 외부 조직으로 설립된다. 운영 규정에 따라 카카오 관계사 주요 위험 요인 선정 및 그에 대한 준법감시 시스템 구축 및 운영 단계에서부터 관여한다. 최근 문제가 되는 과도한 관계사 상장, 공정거래법 위반, 시장 독과점, 이용자 이익 저해, 최고경영진의 준법 의무 위반에 대한 감시 통제 등에 대해서도 관리 감독과 조사 권한을 위임했다.
◆ 11월6일: 카카오 선봉에 선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 지휘봉=카카오는 김범수 센터장 등 20여명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2차 공동체 경영회의를 열고 ‘경영쇄신위원회’를 출범하기로 했다. 위원장은 김 센터장이 직접 맡고,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참여한다. 글로벌 사업에 집중하려 작년 3월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서 사임한 지 1년8개월 만에 카카오 경영 일선에 사실상 복귀한 셈이다.
◆ 11월10일: 카카오모빌리티, 경쟁사 콜 차단 시정 의지=경쟁사 가맹택시에 대한 ‘콜(승객 호출) 차단’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 절차를 밟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문제 사항을 자진 시정하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업계 상생 차원에서 법적 다툼을 이어가기보단 사태 마무리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러한 결정이 법 위반 사실을 인정하는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 11월13일: 재판 넘겨진 카카오 배재현, 카카오T 수수료 전면개편 예고=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시세조종 의혹을 받는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투자총괄대표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양벌규정에 따라 카카오 법인도 함께 불구속 기소됐다. 양벌규정이란 법인 또는 개인 업무와 관련해 범죄를 저지르면 실제로 범죄 행위를 한 사람 외에 관련 법인 등에 대해서도 같이 형벌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 같은 날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택시 수수료 등 택시 수수료 체계 전면개편을 위해 긴급 간담회를 개최하겠다고 전했다.
◆ 11월15일: 금감원, ‘SM 시세조종 의혹’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검찰 송치=금융감독원이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 관련해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을 불구속 상태에서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10월23일 조사 후엔 송치 대상에서 빠졌으나, 특사경 추가 수사에 따른 후속 조치로 결국 이날 검찰에 넘겨졌다.
◆ 11월23일:카카오 김범수, 외부감시기구 ‘준신위’ 첫 회동…“독립적 운영 존중”=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을 맡은 김범수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외부통제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이하 준신위) 1기 위원들과 상견례를 가졌다. 카카오는 본격적인 준신위 활동에 앞서 독립성 보장 및 준법 경영체계 강화에 대한 카카오 의지를 전달하고, 준신위 차원에서 필요한 지원 사항을 적극 반영하기 위해 이번 회동을 준비했다.
◆ 11월28일: 직원 폭언 논란 휩싸인 카카오 김정호, 경영 실태 폭로로 맞불=카카오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과 외부감시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 위원을 맡은 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재단 이사장이 카카오 직원들에 욕설했다는 논란에 대해 경영 실태 폭로로 맞받아쳤다. 특히 20억원 골프장 법인회원권 소유 문제와 서울아레나·데이터센터 안산 수의계약에 있어 투명한 공개 입찰을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 11월30일: 사내 게시판 등장한 카카오 홍은택 “각종 논란 철저히 조사”=김정호 총괄 폭로로 카카오를 향한 비난 여론이 극도로 치닫자,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경영진 비위행위 등 의혹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사내게시판에 전했다. 홍 대표는 골프장 회원권과 관련해선 이미 매각절차에 들어가 직원 복지를 늘리는 데 사용할 계획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그러면서 김정호 총괄과 일부 임직원 갈등이 증폭되자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예단해 얘기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내부 진흙탕 싸움에 제동을 걸었다.
◆ 12월11일: 2년여만에 임직원 만난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로서 사과”=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2021년 2월 말 이후 2년 10개월만에 임직원들과 만났다. 검찰 수사 등 창업이래 최대 위기에 놓인 카카오를 두고 김범수 센터장은 “새로운 카카오로 재탄생해야 한다”며 “회사 이름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전했다. 김 센터장은 과거 10년 관성을 버리고 원점부터 새로 설계할 것을 예고했다. 카카오에 자리잡은 영어 이름 사용과 수평문화 등 조직문화 역시 원점에서 검토하기로 했다.
◆ 12월12일: 카카오 배재현 첫 공판서 혐의 부인…수사·증거 목록 놓고 신경전=이날 법원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배재현 대표와 양벌규정 위반으로 불구속기소 된 카카오 법인에 대한 첫 공판을 열어 심리를 진행했다. 배 대표는 구속상태로 법정에 출석해 모든 공소 사실을 부인했다. 변호인 측은 검찰이 수사기록 목록에 대한 열람 등을 불허한 점을 문제 삼았고, 검찰은 수사 기밀에 해당하는 기록은 제공이 어렵다고 맞섰다.
◆ 12월13일: 카카오 신임 단독대표,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 내정=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이 “원점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힌 지 이틀만에 카카오 새 대표가 임명됐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홍은택 대표는 자리에서 물러나고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가 이 자리를 잇는다. 정 내정자는 내년 3월로 예정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대표로 선임될 예정으로, 취임하면 카카오의 첫 여성 대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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