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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결산/방송] 변화하는 방송업계…'OTT 천하' 속 관계 재정립

채성오 기자
[ⓒ 티빙, 웨이브, 넷플릭스]
[ⓒ 티빙, 웨이브, 넷플릭스]


[디지털데일리 채성오 기자] 올해 방송·미디어업계를 관통한 공통 키워드는 '변화'다. 미디어 산업의 흐름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재편되면서 유료방송의 성장세가 멈추는가 하면, OTT 기업들은 일제히 월 구독료를 인상하며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 인플레이션)' 현상을 가속화한 상황이다. 올 하반기 들어 일부 OTT 플랫폼이 '계정공유 금지' 정책을 도입해 이용자 불만이 최고조에 이르는가 하면, 토종 OTT 플랫폼간 통합 작업이 구체화 되기에 이르렀다.

정부 차원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8월 취임 이후 95일 만에 스스로 물러났고, 검사 출신 김홍일 후보자가 내정됐다. 정책적으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유료방송 콘텐츠사용료 가이드라인'을 만들며 '콘텐츠 대가'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스트림플레이션 심화, 티빙·웨이브 통합 한 줄기 빛?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OTT 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미디어 소비 패턴도 OTT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직격타를 맞은 것이 유료방송업계다.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3634만7435명으로 전 분기 대비 9만9000명 증가했으나, 반기 대비 증가율은 0.27%에 머무르며 0%대 성장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체별로 분석한 가입자 수 수치를 보면 유료방송업계의 위기를 엿볼 수 있다. 올 상반기 인터넷(IP)TV는 총 2081만4402명의 가입자를 기록해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57.27%)을 차지했지만 직전 반기 대비로는 1.21%의 증가율에 그쳤다. 케이블TV(SO)와 위성방송의 경우 각각 직전 반기 대비 0.77%, 1.74% 감소한 1263만1281명과 290만1812명으로 집계됐다.

반기별 유료방송 가입자 수 및 시장점유율 추이.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반기별 유료방송 가입자 수 및 시장점유율 추이.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처럼 미디어 소비가 OTT에 집중되면서 '코드 커팅' 현상이 점차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유료방송 성장세가 주춤한 반면 OTT 플랫폼 기업들도 과열 경쟁에 따른 생존법 찾기에 몰두했다.

넷플릭스는 가격 인상, 광고 요금제 도입, 계정공유 금지, 월 9500원 요금제 폐지 등 순차적인 요금제 변경에 나섰고 디즈니플러스(+)도 지난달부터 신규 가입자에 한해 '스탠다드(월 9900원·연간 9만9000원)'와 '프리미엄(월 1만3900원·연간 13만9000원)' 요금제 중 하나를 고르도록 요금제를 개편했다. 티빙도 기존 요금제 가격을 20% 가량 올리며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고 대표적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유튜브 역시 '유튜브 프리미엄' 월 정액 가격을 1만4900원(기존 1만450원)으로 인상키로 결정했다.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 인플레이션)'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콘텐츠 이용자들의 피로도가 높아지자 일각에서는 '토종 OTT 업체만이라도 통합된 서비스를 선보여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런 기대감을 반영하듯 웨이브와 티빙의 통합설이 제기됐고, 이달 들어 각사 대주주인 SK스퀘어와 CJ ENM이 통합을 논의하기 위한 테이블에 앉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실제로 SK스퀘어와 CJ ENM은 웨이브와 티빙을 통합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내년 상반기 본 계약 체결을 목표로 논의에 나섰다. 실제 두 업체가 통합할 경우, CJ ENM이 최대주주가 되며 티빙이 웨이브를 흡수하는 방향이 유력하다. 다만, 두 업체간 통합 점유율이 32%에 달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대상이 되며 각 업체별 주주가 많아 지분 구성도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콘텐츠 이용 대가 분쟁, '해소 국면'으로 접어들까

이처럼 방송·미디어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콘텐츠 이용에 따른 저마다의 이해관계가 수면 위로 부상했다. 갈등의 이면에는 콘텐츠를 공급하는 기업과 플랫폼간의 비즈니스에서 비롯된 것으로, 올해는 지난 몇 년 새 꾸준히 논의해온 '이용료'에 대한 의견 차이가 심화된 한 해였다.

먼저 2019년 촉발된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간의 망이용료 분쟁은 올해도 제자리걸음을 보이다 끝내 마무리되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2019년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와의 망이용계약 갈등을 중재해 달라'며 방송통신위원회에 재정신청을 했고, 이듬해 넷플릭스 한국법인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하며 본격적인 법적 분쟁이 예고됐다.

[ⓒ 넷플릭스]
[ⓒ 넷플릭스]


2021년 6월 진행된 1심에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김형석 부장판사)는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패소로 판결했고, 이에 불복한 넷플릭스가 항소하며 망이용료 갈등이 평행선을 달리던 중 올해 9월 양측이 합의를 통해 소를 취하함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도 재정 절차를 공식 종료했다.

콘텐츠 이용 대가에 대한 갈등은 유료방송업계에서도 해소 국면을 보이는 모습이다. CJ ENM 계열사 등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이 케이블TV(SO)와 IPTV 등 유료방송에 송출하는 콘텐츠 사용료를 두고 양측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가이드라인의 핵심 골자는 '선계약 후공급'이다. 기존 유료방송업계에서는 PP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방영된 이후 계약을 맺는 '선공급 후계약'이 관행으로 자리잡았는데 '콘텐츠 제값 받기'에 대한 의견 차이가 커지기 시작했다. 계약을 하고 프로그램을 공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콘텐츠의 성패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만큼, PP사의 경우 협상력부터 '지는 게임'이 된다는 것이다. 한 때 CJ ENM과 딜라이브는 콘텐츠 사용료 갈등으로 인해 tvN 채널 블랙아웃(송출 중단) 사태를 촉발할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인 '(가칭) 유료방송 콘텐츠사용료 가이드라인(안)'에서는 '선계약 후공급'을 명문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을 맺은 이후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것으로 변경하는 만큼 PP와 케이블·IPTV간 충분한 논의와 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다만, 제12조에 명시한 선계약 후공급 방법을 시행하는 시기는 가이드라인 시행 시기와 별도로 정할 방침이어서 현재 진행중인 업계 의견 수렴 이후 내년 상반기 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동관 100일 천하…후임 인선→'식물 방통위' 피했다

지난 8월 취임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95일 만에 자진 사임하면서 한 때 식물 방통위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이동관 전 위원장의 후임으로 김홍일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을 내정하기에 이른다.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왼쪽)과 후임으로 내정된 김홍일 후보자. [ⓒ 연합뉴스]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왼쪽)과 후임으로 내정된 김홍일 후보자. [ⓒ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김홍일 후보자가 검사 출신인 만큼 방송·통신업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며, 국민권익위원장과 방송통신위원장 겸직에 대한 논란을 제기했다. 실제로 김홍일 후보자는 1956년 충청남도 예산 출생으로 충남 예산고와 충남대 법학과를 졸업했고 1982년 제24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985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다음해 대구지검 검사로 임관했다.

그는 서울지검 3차장검사 시절인 2007년 대선 정국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도곡동 땅 차명보유와 BBK 의혹 사건을 지휘한 이력이 있으며 윤석열 대통령과는 2009년부터 2010년까지 대검 중앙수사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호흡을 맞췄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는 지난 13일 정부과천청사 인근 청문준비단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려를 잘 듣고 있다"며 "그렇지만 제가 그동안 법조계와 공직을 거치면서 쌓아온 법률 지식이나 규제와 관련된 여러가지 경험들을 토대로 맡겨진 직분을 성실하게 수행해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성오 기자
cs86@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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