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삼성 준법위 본뜬 카카오 ‘준신위’…“단순히 잘못 지적해 위기 넘기지 않겠다”

이나연 기자
18일 오후 카카오 그룹의 준법·윤리 경영을 감시할 외부 기구인 ‘준법과 신뢰 위원회(준신위)’가 서울 강남구 대치동 EG빌딩에 마련된 준신위 사무실에서 1차 회의를 진행했다.
18일 오후 카카오 그룹의 준법·윤리 경영을 감시할 외부 기구인 ‘준법과 신뢰 위원회(준신위)’가 서울 강남구 대치동 EG빌딩에 마련된 준신위 사무실에서 1차 회의를 진행했다.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카카오 공동체(계열사) 준법·윤리 경영을 감시할 외부 기구인 ‘준법과 신뢰 위원회(준신위)’가 출범식에 이어 공식적인 활동에 돌입한다.

카카오 준신위는 앞서 삼성이 계열사들의 준법 감시 및 통제를 위해 지난 2020년 독립적으로 설치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에서 착안한 기구다. 삼성 준법위는 재판부가 권고했던 것과 달리, 카카오는 자발적으로 이러한 조직을 만들었다.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 조종 의혹’ 등 사법 리스크와 대내외 악재에 휘말린 카카오가 강도 높은 쇄신 의지를 드러낸 가운데, 준신위가 향후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그 행보가 주목된다.

18일 김소영 준신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EG빌딩에 마련된 준신위 사무실에서 첫 회의를 주재했다. 준신위 1기 위원들이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경영쇄신위원장)과 상견례를 가진 뒤 약 3주 만이다.

준신위가 둥지를 튼 EG빌딩은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입주해 있는 건물이지만, 준신위는 다른 공실에 위치해 독립적인 기구로 활동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엔 대법관 출신인 김 위원장을 비롯해 ▲김용진 착한경영연구소 소장(프리챌 공동창업자) ▲안수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한국은행법학회장) ▲유병준 서울대학교 경영대 교수(전 한국벤처창업학회장) ▲이영주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이사장(전 사법연수원 부원장) ▲이지운 서울신문 전략기획실장(전 편집국장)이 참석했다.

유일한 사내 위원인 김정호 카카오 경영지원총괄은 개인 사정으로 불참했다.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과 새 최고경영자(CEO) 내정자인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준신위 “카카오 변화 의지 有…어떤 상황서도 올바른 선택하게 도울 것”

김소영 위원장은 비공개로 진행되는 본회의에 앞서 모두발언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위원장직을 맡으면서 가장 고민한 지점은 바로 ‘카카오는 변화 의지가 있는가’였다”며 “여러 목소리를 들은 결과, 카카오엔 산적한 문제점들이 많이 있지만, 그만큼 구성원들이 변화 의지가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준법 경영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며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은 물론 경영진, 카카오 직원들 모두가 지금까지 관습을 끊어내고 준법과 신뢰 가치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진심을 다해 노력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준신위는 김범수 위원장과 임직원, 노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까지 직접 만나 목소리를 듣고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정립할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준신위) 목표는 단순히 카카오 잘못을 지적해 현재 위기를 넘기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카카오가 앞으로 어떠한 상황에 놓이더라도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준법과 내부통제의 틀을 잡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준신위는 카카오에 준법경영·신뢰경영 원칙이 뿌리내리도록 운영 과정에서 점검도 힘쓸 예정이다. 이어진 회의에서 준신위는 업무 범위 및 권한에 대한 규정과 협약사들 준법 관련 정책을 점검하고, 준신위가 살펴야 할 안건 우선순위에 대해 논의했다.

김소영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장 [ⓒ 카카오]
김소영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장 [ⓒ 카카오]

◆카카오 6개사 준법 활동 살핀다…준신위 행보에 쏠린 눈

준신위는 카카오를 포함한 주요 관계사들이 ‘카카오 공동체 동반성장 및 준법경영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이사회 의결 절차를 마무리하며 지난 11일 공식 출범했다.

해당 협약은 준신위 독립적인 활동에 대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카카오·카카오게임즈·카카오뱅크·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페이가 참여했으며,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연내 이사회 의결을 통해 참여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준신위는 카카오를 포함한 총 6개사에 대한 준법 활동을 지원하게 된다.

준신위는 앞으로 준법경영·신뢰경영 원칙이 협약사에 적용되도록 하기 위해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 정립 등 준법 통제 틀 마련 ▲주요 경영 활동에 대한 사전 검토 및 의견 제시 ▲준법 프로그램 감독 및 권고 ▲준법 의무 위반 리스크에 대한 직접 조사 ▲핵심 의사 결정 조직에 대한 감독 등을 진행한다.

사전 검토 및 의견 제시에 해당하는 주요 경영 활동엔 협약사들 ▲회계 처리 및 주식시장 대량 거래 ▲합병·분할·인수 등 조직변경 및 기업공개 ▲내부거래 및 기타 거래 등이 포함된다.

준신위는 이용자 이익 보호 및 업계 상생과 관련해 준법 의무 위반 리스크가 있을 경우, 해당 협약사에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으며, 최고경영진·준법지원인 등 준법 의무 위반에 대해 이사회에 의견을 제시한다.

협약사 준법 경영에 대한 감독과 직접 조사권도 행사한다. 준신위는 협약사들 준법 프로그램이 실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감독하며, 해당 이사회에 개선을 권고할 수 있다. 준법의무 위반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하면 보완 조사 및 재조치를 요구할 수 있으며, 이행 사항이 미흡할 경우 직접 조사도 가능하다.

카카오 주요 의사 결정을 관장하는 조직에 준법 의무 위반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해당 행위에 대한 긴급 중단과 함께 내부조사 및 개선방안 마련까지 요구할 수 있다.

한편, 준신위는 각종 현안에 대한 전문적이고 실효적인 준법 지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안건에 대해 조사와 연구, 의견 제시를 담당할 외부 전문 위원단을 선임했다. 정책 의지를 집행할 수 있는 실무기구인 사무국 구성 또한 완료하고 각 관계사 법무·준법·감사 조직과의 긴밀한 소통에 나설 예정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준신위 활동 사항을 공개하고, 외부 의견을 듣기 위한 제보 시스템을 갖춘 웹사이트도 빠른 시일 열어 소통 창구 확보 및 투명성 제고에 적극 나서겠다”고 전했다.

이나연 기자
lny@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