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처럼 ‘준법위’ 만든 카카오…위기 속 구원투수 될까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카카오 관계사 준법·윤리경영을 감시할 외부 기구인 ‘준법과 신뢰 위원회(이하 위원회)’가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
이 위원회는 삼성이 계열사들의 준법 감시 및 통제 기능을 위해 지난 2020년 독립적으로 설치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서 착안한 것이다.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할 당시 주가조작 의혹 등으로 사법 리스크가 극에 달하자 이를 쇄신안으로 내놓았는데, 사상 초유 위기 속 위원회가 해결사가 될지 주목된다.
22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위원회는 오는 23일 오전 첫 상견례를 가진다. 이 자리에서 운영 방향성에 대한 거시적인 계획이 오갈 전망이다.
카카오와 독립된 외부 조직으로 설립된 위원회는 관계사 준법감시와 내부통제 체계를 일신할 집행기구 역할을 하게 된다. 가령 과도한 관계사 상장, 공정거래법 위반, 시장 독과점, 이용자 이익 저해, 최고경영진 준법 의무 위반에 대한 감시 통제 등 카카오가 그간 지적받았던 여러 문제에 대한 관리 감독과 능동적 조사 권한을 갖는다.
카카오 관계사들에 준법의무 위반 등이 확인될 경우, 위원회는 ▲관계사에 대한 내부조사 요구권 ▲직접 조사 실시권 ▲핵심 의사 결정 조직에 대한 긴급 중단 요구권 등 직접적인 제재 권한까지 행사한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 20일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주재로 열린 4차 공동체 경영회의에서 위원회 활동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관계사와 협약 관련 논의를 했다. 위원회가 이들 관계사와 협약을 체결하면 각사 이사회 결의를 거친 뒤 위원회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위원회는 대법관 출신 김소영 위원장을 비롯해 법률·시민사회·학계·언론·산업·인권·경영 등 각 영역을 대표할 전문가 7인으로 꾸려졌다. 카카오와 위원회 사이 가교 구실을 할 사내위원은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이 맡았다.
김범수 센터장은 이달 초 해당 소식을 전하면서 “나부터 위원회 결정을 존중할 것이며, 그렇지 않은 계열사들의 행동이나 사업에 대해선 대주주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카카오는 올해 들어 감독·수사당국 압박 수위가 고조된 데 따라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 놓였다.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투자총괄대표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데 이어, 김 센터장을 비롯한 홍은택 카카오 대표, 김성수·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대표 등까지 대거 검찰 송치됐다.
김 센터장이 “모든 서비스와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라는 강한 의지를 보인 가운데, 전문가들은 인적 쇄신이 없는 외부통제기구는 유명무실할 것이라 입을 모은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영진이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외부로부터 준법 시스템을 들인다 한들,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특히 카카오는 김 센터장 측근들이 포진된 만큼 물의를 일으킨 경영진을 물갈이하는 것이 쇄신 첫 단계다”라고 제언했다.
실제 내년 3~4월을 기점으로 카카오를 비롯한 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모빌리티, 게임즈 등 주요 계열사 대표들 임기가 끝난다. 업계는 김 센터장이 경영진 교체 카드를 꺼낼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지난 13일 4차 공동체 경영회의에 앞서 취재진이 경영진 인사 쇄신 계획을 묻자 “그 부분도 (쇄신에) 다 포함한 이야기”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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