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클로즈업] 文 온플법과 다르다는 공정위, 업계 체감은 ‘판박이’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 기업 사전 규제 내용을 담은 ‘플랫폼 경쟁촉진법(가칭)’ 제정에 나섰다. 아직 관계부처들과 제대로 협의하지 않았을뿐더러 윤석열 정부 ‘자율규제’ 기조와도 정면배치 된다는 우려에도 불구, 공정위는 국무회의에 법안을 상정하려는 움직임으로 파악된다.
정보기술(IT) 업계는 문재인 정부 시절 온라인 플랫폼 규제가 논의될 때보다 더욱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공정위는 플랫폼 경쟁촉진법 추진이 윤석열 정부 당초 공약과 반대된다는 데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지만, 실상 법안 내용은 전 정부 및 야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과 내용이 흡사하고 오히려 더 강화된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18일 IT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오는 19일 국무회의에서 플랫폼 경쟁촉진법을 상정하기 위해 관계부처들과 논의 중이다. 공정위는 “플랫폼 경쟁촉진법 추진과 관련해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나, 19일 국무회의 상정 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확정된 사항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선 “일부 관계부처가 반대하고 있지만, 공정위는 네이버나 카카오 등 독과점 폐해가 있다고 지적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해당 법안을 밀어붙일 생각인 것 같다”는 주장도 있다.
공정위가 추진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 구체적 내용이 공개된 것은 아니다. 단 내용을 공유한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해당 법안은 박주민 의원(더불어민주당) 등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달 발의한 ‘온라인플랫폼 독점규제에 관한 법률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해당 법안은 매출액·이용자 수·시장점유율 등을 고려해 일부 플랫폼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사전 지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전 지정 사업자들은 ▲자사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최혜 대우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시정명령 혹은 과징금을 상향하는 내용을 담았다.
구체적으로 박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선 ▲시가총액 30조원 이상 ▲직전 3개 연도 매출액 3조원 이상 ▲직전 3개연도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월평균 1000만명 이상 또는 국내 이용사업자 수 월평균 5만개 이상 사업자 조건을 모두 충족하면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한다.
즉 공정위가 추진하는 플랫폼경쟁촉진법에서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를 정의하고 규제한다는 점에서 업계 반발을 사고 있다. 박 의원이 언급한 법안에선 3개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지배적 사업자가 되는 (앤드, and) 조건이 담겼는데, 공정위 법안에서 하나라도 충족하면 지배적 사업자로 정의하는 (오어, or) 조건이 담길 경우 관련 법안은 더 강화된다고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어 조건이 들어가면 주요 플랫폼 기업들은 거의 다 속하게 되고, 이 경우 글로벌 기업과 통상마찰을 피할 수 없어 더 위험하다”며 “앤드 조건이라고 해도 시가총액 30조원 이상이 적용되면 삼성 같은 기업들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에 절대 진출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특히 업계에선 공정위가 상정하려는 플랫폼 경쟁촉진법이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자율규제 국정과제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현행법으로도 규율할 수 있는 공정거래법법안이 존재하고,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라는 이유만으로 특별책임을 지우는 법안은 실상 ‘자국 산업 죽이기’ 정책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공정위는 “플랫폼 경쟁촉진법은 대규모 플랫폼 독점력 남용행위를 규율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된 플랫폼 갑을관계 내용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 법안’과는 다르다”고 반박했지만, 업계는 “오히려 더 강화됐다”며 크게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공정위는 문재인정부 시절인 2020년 9월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이하 온플법)을 입법 예고했으나, 여야 이견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시 중점 내용은 중개거래계약서 작·작성 교부 의무 부과였으나 점차 내용을 고도화해 지난해 1월엔 ▲검색·배열 순위를 결정하는 기본 원칙 공개 ▲입점업체에 대한 우월적 지위남용 금지 등의 내용까지 논의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국회 발의된 ‘온플법’은 갑을관계를 규율하는 법안과 유럽에서와 같이 독과점을 규제하는 법안이 혼재됐다.
상당수 플랫폼 사업자는 대규모유통업법상 대규모유통업자 혹은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의 지위를 겸하고 있다. 이미 대규모유통업법,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각종 서면실태조사 대상으로도 포함된 상태에서 추가 의무가 더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 하에 자율규제로 사업자들이 수개월에 걸쳐 다양한 상생방안을 도출하고 있는데, 여기서 독과점을 규제하겠다고 하는 건 자율규제를 파괴하자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며 “자율규제와 독과점규제를 같은 선상에서 하는 건 ‘유체이탈 화법’이나 다름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금융권 책무구조도, 내부통제 위반 제재수단으로 인식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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