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현 칼럼

[취재수첩] AI, AI, AI… “바보야, 문제는 비즈니스야”

이종현 기자
어도비의 생성형 AI '파이어플라이'로 만든 이미지
어도비의 생성형 AI '파이어플라이'로 만든 이미지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인공지능(AI)이 주목받기 시작한 계기를 찾자면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은 AI가 어떤 가능성을 지녔는지 일반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다만 알파고는 어디까지나 바둑이라는 하나의 게임에 특화된 AI 알고리즘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이루 게임 ‘스타크래프트’에 특화된 ‘알파스타’나 ‘알파제로’ 등의 실험이 있었지만 범용성이라는 측면에서 한계가 명확했다. 딥마인드가 2021년 발표한 AI 모델 ‘가토(Gato)’는 600여개에 달하는 복수의 활동을 할 수 있다곤 하지만 지능적인 활동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알파고 등장 이후 수년간 횡보하던 AI 시장에 충격을 가져온 것은 2022년 11월 공개된 오픈AI의 ‘챗GPT’다. 대규모언어모델(LLM) GPT-3.5를 기반으로 한 챗GPT는 전 세계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알파고, 알파스타, 알파제로, 가토 등 기존의 AI 알고리즘이 다른 세계의 이야기였다면 챗GPT는 간단한 가입 절차를 거치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기에 충격이 컸다.

챗GPT의 등장 이후 정보기술(IT) 업계는 모두가 AI에 빠졌다. 자사를 소개하는 명칭에 AI라는 단어가 추가되는가 하면 너도나도 AI를 이용하고 있다는 마케팅 자료를 배포하는 중이다.

AI가 주목받는 것 자체는 이상한 일도, 나쁜 일도 아니다. 그러나 챗GPT로 높아진 눈높이를 전혀 충족 못하는 ‘화나는 챗봇’을 최신 기술을 적용한 사례로 내세우거나, 돈을 어떻게 벌지에 대한 비전 없이 막연한 기술력만 앞세우며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기업들의 난립은 AI에 대한 기대감을 죽이고 있다.

오픈AI는 챗GPT가 큰 반향을 불러온 것과 동시에 마이크로소프트(MS)에게 막대한 투자를 받으며 지속가능성을 보장받았다. 또 MS는 GPT-4를 이용해 자사의 운영체제(OS) ‘윈도’나 생산성 도구 ‘M365’에 생성형 AI 기능을 더함으로써 경쟁력을 키웠다. 생성형 AI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MS를 찾는 기업도 한둘이 아니다. 오픈AI도 자체적으로 상업화에 나서는 중이다.

반면 국내에서 AI를 앞세우는 기업 중 상당수는 지속가능성을 의심받고 있다. 이어지는 적자에 결손금도 쌓이는 중이다. 일부는 자본잠식이 우려되는 수준이다. 기술은 있지만 제품이 없어 수익화가 어려운 기업들도 있다. 투자금으로 연명했지만 작년부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줄어들며 ‘돈맥경화’를 겪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수익모델을 갖춘 기업들이 혁신을 위해 AI에 투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네이버다. 네이버는 지난 8월 LLM ‘하이퍼클로바X’를 선보이며 국산 AI의 저력을 뽐냈다. AI 기술로 자사의 검색 및 쇼핑 등 사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클라우드를 통해 기업(B2B) 대상 비즈니스도 할 수 있다.

AI 광풍은 장기화되면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급부상한 ‘메타버스 광풍’을 떠오르게 한다. 당시 많은 기업들이 스스로를 메타버스 기업이라고 자처하며 의미도 없는 조악한 결과물을 연거푸 내놓은 바 있다.

메타버스나 AI, 블록체인까지 모두가 나름의 쓰임새가 있는 좋은 수단이자 도구다. 다만 그 자체가 답이 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이를 활용해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지다. 최근 정치권에서 소환된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미국 빌 클린턴 대통령의 선거 구호가 떠오른다. “바보야, 문제는 비즈니스야”.

이종현 기자
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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