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마차 뛰어넘네…비행선 띄운 ‘원신’ 게임 이용자들, 왜?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이번엔 ‘비행선’이다. 중국 게임사 호요버스의 불통 행보에 불만을 품은 ‘원신’ 게임 이용자들이 서울 한복판에 비행선을 띄웠다. 이들이 트럭에 이어 비행선까지 띄우며 간곡하게 요구하는 것은 바로 ‘소통’이다.
22일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아카라이브’ 원신 채널에 따르면 원신 이용자들은 지난 21일부터 서울 신촌역 및 사당역, 홍대입구역 부근에 비행선을 띄우고 원신 배급사 호요버스와 이용자 간 소통을 촉구하는 시위를 펼치고 있다. 이는 오는 24일까지 진행된다.
이 채널을 중심으로 단 20분 만에 비행선을 띄우는 비용 1600만원 등이 모금됐다. 총 모금은 40분 만에 끝났다. 게임을 일방적으로 공급하고 이를 소비하는 관계가 아니라, 소통으로 게임 방향성을 함께 고민하고 만드는 관계를 원하는 이용자들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난 21일 서울 홍대입구역 경의선 책거리엔 길이 10m, 높이 3m 크기의 비행선이 비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비행선 옆면엔 ‘혐오 표현 방치 말고 개선 의지 내비쳐라’, ‘뉘우쳐라 고객과의 소통 없는 기업’ 등의 문구로 장식됐다.
국내 원신 이용자 시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 3일, 이용자들은 국내 최대 애니메이션·게임 페스티벌 ‘AGF2023’ 행사 당시에도 신촌 원신 테마카페 근처와 행사장에 각각 트럭을 세우기도 했다.
추운 날씨에도 비행선이 뜬 이유는 무엇일까. 그간 호요버스는 언론에 국내 이용자와의 밀착 소통을 강조하며 끈끈한 관계를 내세워 왔다. 그러나 실제로 일부 이용자들은 호요버스와의 직간접적인 소통이 그동안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호소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호요버스가 고객센터에 질문사항이나 버그, 오류를 제보해도 천편일률적인 답변을 보내온다는 점이다. 태생이 중국 게임사인 만큼 국내 게임사처럼 고객에게 세심한 답변이 처음부터 불가능한 구조다. 이러한 소통 미흡 면모는 조금씩 쌓이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 국내 원신 이용자 사이 호요버스에 대한 인식이 불통으로 악화된 지점은 스튜디오 뿌리 사태 이후다. 지난달 말 애니메이션 외주 업체인 스튜디오 뿌리 직원이 넥슨 등 국내 게임사들에게 외주를 받아 제작한 영상 및 일러스트 다수에, 남성 혐오 표현으로 일컬어지는 집게손가락 특정 손짓이 발견된 게 사태의 시초다.
과거 스튜디오 뿌리 직원이 개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은근슬쩍 스리슬쩍 페미 계속해줄게’라는 발언을 남겼었고, 일각에서는 이를 놓고 ‘스튜디오 뿌리 측이 남성 혐오 표현을 고의적으로 작업물에 끼워 납품해왔다’는 주장이 일었다.
논란이 빠르게 확산되자 넥슨 메이플스토리 측은 해당 애니메이션 홍보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넥슨이 아닌 다른 게임사들도 전수 조사를 실시해 혐오 표현을 찾아내는 데 분주했다. 국내 게임사는 물론 게임 개발진이 현재까지도 관련 이슈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원신에서도 남성 혐오 표현이 담긴 일부 작업물이 발견됐다. 일부 이용자들은 이에 대한 불편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호요버스는 고객인 이용자에게 어떠한 입장이나 해명도 내놓지 않은 채 묵묵부답을 유지했다.
여기에, 호요버스는 이달 초 진행한 업데이트 내용 소개 방송에서 실시간 채팅창을 비활성화했다. 이같은 호요버스의 무대응은 최근 국내 게임사들이 보였던 행보와 더욱 대비됐다.
원신은 국내 구글플레이 평점 1.6으로 내려앉았다. 이용자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호요버스의 불통 행보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며 비행선 시위를 공모했다.
그간 소통에 응하지 않는 게임에게 이용자들은 불만을 표출하는 방법으로 다양한 오브젝트를 선택, 총동원해왔다. 국내 트럭시위 최초 사례도 넷마블 ‘페이트/그랜드 오더’ 게임 이용자들로부터 출발했다. 이 역시 소통 부재를 지적하고 게임 이용자이자 소비자로서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방안이었다.
트럭시위가 계속되고 피로도가 높아지며 언론의 관심을 이끌지 못하는 상황에 도래하자, 지난해엔 ‘마차’까지 등장했다. 카카오게임즈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운영 미숙에 대한 불만이 고조됨에 따라 이용자들은 게임 속 주인공이자 캐릭터인 말에서 영감을 받아 마차 시위를 진행했다.
당시 하태경 의원(국민의힘)은 “게임사가 이용자의 요구를 긍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별도 기구 없이 직접 소통한다면 매번 시위와 소송으로 문제를 거칠게 다룰 수밖에 없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총대진은 이날 오전 호요버스 코리아 사무실이 위치한 사당역 인근에서, 23일과 24일에는 다시 홍대입구역 일대에서 비행선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게임사의 일방적인 콘텐츠 공급, 그리고 이를 소비하는 이용자가 아닌 게임을 좋은 방향으로 함께 만드는 관계로 나아가겠다는 게 이들의 목표 중 하나다.
아카라이브 원신 채널 이용자 대표 총대진은 “호요버스 한국 지사의 지속적인 소통 부재에 대해 규탄한다”며 “혐오 표현 반대에 대한 호요버스 입장과 뿌리 사태에 관한 한국 지사의 대응책, 유저의 불만에 귀를 기울일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호요버스는 어떠한 형태로든 이에 대해 응답하고 현 상황을 개선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호요버스 코리아 관계자는 “이용자들이 보다 버전 방송 자체에 집중하길 바라는 차원에서 실시간 채팅창을 닫게 됐다”며 “이로 인해 불편을 느끼셨을 이용자에게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로는 실시간 채팅창을 다시 정상적으로 오픈할 계획이며, 만일 특별한 사유로 인해 채팅창을 닫게 될 경우 미리 사전 공지를 통해 안내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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