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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 ‘R&D 예산 삭감’ 이종호 장관 “군살 빼고 근육 붙이자”

권하영 기자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도 과기정통부 예산 및 정부 R&D 예산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도 과기정통부 예산 및 정부 R&D 예산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2024년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 잡음 끝에 확정됐다. R&D 예산은 26조5000억원 규모로, 올해 예산(31조1000억원)과 비교하면 4조6000억원(14.7%)이 삭감됐다.

당초 정부안은 R&D 예산으로 올해보다 16.6% 삭감한 25조9000억원을 책정했는데, 이를 둘러싸고 연구 현장의 반발과 우려가 쏟아지면서 야당 또한 졸속 삭감이라는 비판을 보탰다. 이에 연구계와의 현장 소통 및 국회 논의를 거듭한 끝에 기존 정부안보다 6000억원 증액한 예산으로 확정이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가진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세계 최고 R&D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군살을 빼고 근육을 붙여가자는 취지”라며 “좀 더 효율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해서 과학기술 경쟁력을 가져가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 장관은 “그럼에도 연구자들의 마음이 불편할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우리가 하나의 기존 체계에서 다른 체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작은 고통으로 봐주시면 정말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그 어려움이 잘 지나간다면 우리나라의 연구력이 상당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봐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이종호 장관과의 일문일답.

Q. 내년 R&D 예산은 당초 정부안보다 6000억원 회복했지만 결과적으로 올해보다는 4조6000억원이 삭감됐는데, 어떻게 평가하는지.

A. 기존 정부안이 5조2000억원 삭감이라고 하는데 그 정도는 아니고, 1조8000억원은 비(非)R&D로 빠져나가 있다. 그 부분을 고려하면 2조4000억원이 감액된 규모고 퍼센트로 따지면 7.8% 수준이다. 구조조정에 대해선 세계 최고의 R&D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군살을 빼고 근육을 붙여가자 취지로, 좀 더 효율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해서 과학기술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쉬운 예를 들면, 돋보기로 종이에 구멍을 낼 때 구멍을 냄으로써 과학기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했을 때, 정말 집중을 해야 작은 구멍을 낼 수 있지 않나. 그렇지 않고 돋보기를 크게 확대해서 대면 뜨뜻해질 뿐 원래와 똑같은 것이다. 언론·학계·연구계뿐만 아니라 국회에서도 선택과 집중을 엄청 강조했고, 진정으로 우리가 군살을 빼고 과학기술 경쟁력을 세계적으로 높여가는 그런 구조가 되는 기회가 됐다 평가한다.

Q. 연구개발 예산 관련 논란이 일어난 게 ‘카르텔’이란 표현 때문이었다. 조성경 과기정통부 제1차관이 최근 한 포럼에서 8가지 예시를 들며 (연구현장에) 카르텔이 있다고 발언했다. 장관은 어떻게 판단하나.

A. 우리나라 연구자분들께 한번도 그런 표현을 쓴 적이 없다. 그분들이 진정 현장에서 연구에 열과 성을 다해준 덕에 우리나라 연구력이 세계적 수준이 됐다고 보고, 그분들께 늘 감사하고 있다. 아마 지난 포럼에서 차관이 그런 발언을 한 것은 개인적 의견이 아닌가 싶다. 그에 대해선 정부 의견이 아니라고 본다.

Q. 차관이 8가지 사례를 구체적으로 들었다는 것은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니라 해도 부처에 그런 인식이 깔려 있었다는 건데.

A. 차관이 말한 부분은 우리가 내부에서조차 논의한 바도 없고, 저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며, 순전히 개인적 의견이다. 저도 혹시 그걸 과기정통부 직원들이 만들었나 했더니 그것도 아니더라. (예산 삭감은) 카르텔 그런 것과 아무 관계가 없다. 낭비적인 요소를 걷어내 미래세대가 앞으로 연구하는 데 있어 제대로 경쟁력 갖춰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거다.

Q. 서울대가 지난 기자회견에서 학생 연구원 지원 규모가 288억원 줄었다며 예산에 대해 난색을 보였는데, 서울대마저 이런데 다른 대학들은 엄청나게 부작용이 있지 않을까.

A. 현장에서 그런 우려가 많이 있었고. 학생 인건비에 대해 말씀드렸다. 그때는 주로 연구비 중 학생 인건비를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그 다음에 풀링제(학생인건비통합관리제도)를 활용하는 방안을 말씀드렸다. 이번에 국회에서도 같이 협의했지만 그 과정을 거치며 큰 변화가 있었다. 학생 인건비 대부분은 기초과제에서 나오는데, 기초과제 예산은 6.2% 감소됐다가 오히려 전년대비 1.7% 증액됐다. 그러니 계속과제 금액을 확보할 기회가 이전보다 높아졌다. 그 우려는 틀림없이 회복될 것이다. 그럼에도 부족한 부분은 장학금이나 장려금 형태로 교육부와 과기정통부에서 지원할 것이고, 그게 좀 더 안정적이다. 또 대학의 인건비 풀링제를 교수 개인별이 아닌 기관별로 해서 기관 내에서 소외되는 학생이 없도록 사각지대도 보호를 잘 해서 학생들이 정말 걱정 없이 연구에 몰두하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겠다.

Q. ‘카르텔’이란 단어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기업들의 나눠먹기식 관행이 우려된다’는 언급은 분명 있었다. 그런데 기업 R&D 예산도 1800억원 증액됐는데 기존 기조와 다른 것 아닌지.

A. 나눠먹기식이라는 건 언론에서 많이 썼던 용어고 그런 부작용이 있다고 나와서 저희도 그런 표현을 썼던 것 같다. 어쨌든 소위 낭비적인 것, 기업 유지를 위해 R&D 비용을 쓰는 건 목적에 맞지 않다. 그런 부분들을 정리하고 제대로 R&D 할 수 있는 부분을 집중 지원해야 한다. 그렇게 마중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게 정부가 지원해줘야 기업도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 보조금성 예산은 좀 빠져야 하고, 그럼에도 기업 쪽에 일부 증액이 된 것은 매몰비용이나 인건비 보전을 위한 부분이 있다. 그에 더해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대출이자 비율을 낮추는 조치도 해서 기업이 연착륙할 수 있게 할 것이다.

Q. 야당에서 글로벌 R&D 예산에 대한 비판이 많았는데 어떻게 설득했는지.

A. 우리나라 글로벌 연구의 폐쇄성은 잘 알텐데, 소위 R&D 선도국들을 보면 글로벌 R&D에 지출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고 우리나라는 낮다. 4대 과기원 기준에서 세계대학평가 발표를 보면 평가항목이 100점 만점인데 국제공동연구 항목이 20~30점으로 너무 낮게 나오더라. 제가 장관 일을 하면서도 국내외에서 선도국들의 ICT 부처 장관이나 기관장들 만나보면, 한국과 적극 협력하려고 한다. 근데 이런 환경에서도 국제공동연구 부분이 낮은 것은 우리 국익에 손해다. 이번 글로벌 R&D 예산은 우리나라 연구력을 한단계 끌어올릴 좋은 기회라고 본다.

Q. 전체적으로 결국은 R&D 예산이 삭감된 것 아닌가. 삭감분을 가지고 연구실을 운영해야 하는 곳들이 있는데. 그런 곳들에 대해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A. 24% 삭감에서 10% 삭감으로 비율이 대폭 낮아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연구자들은 마음이 불편하지 않을까 저도 생각한다. 근데 그런 것들을 어떻게 보면 우리가 하나의 기존 체계에서 다른 체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작은 고통으로 봐주시면 정말 감사하겠다. 지금 그 어려움이 잘 지나간다면 우리나라의 연구비도 그렇고 연구제도도 그렇고 상당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봐주시면 너무 감사하겠다.

권하영 기자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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