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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 위기 혹은 기회]③ "지속가능하려면 글로벌 관점 도입해야"

채성오 기자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가 28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진행된 'K-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포럼'에서 '지속가능한 콘텐츠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개선 방안'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 디지털데일리]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가 28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진행된 'K-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포럼'에서 '지속가능한 콘텐츠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개선 방안'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 디지털데일리]


[디지털데일리 채성오 기자] "지속가능이라는 단어를 고민하는 것은 한국의 콘텐츠 산업 경쟁력이 높고 중요하다는 부분에 의문이 많이 생기는 한 해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28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진행된 'K-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포럼'에서 발제를 맡은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이같이 말했다.

올해 한국 미디어·콘텐츠 시장은 앞선 글로벌 흥행 기조의 영향으로 ▲방송 ▲영화 ▲OTT 콘텐츠별 위기의 신호들이 감지된 한 해였다. 방송 분야의 경우 드라마 제작비의 급격한 상승에 따른 제작 환경의 균열이 있었고, 영화 분야는 '엔데믹'으로 접어들며 최근 '서울의 봄'이나 '노량: 죽음의 바다' 등 흥행작이 배출됐지만 여전히 극장을 찾는 관객 수가 더디게 회복되고 있는 위기 상황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여기에 OTT 시장은 국내 기업들의 적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경쟁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교수는 이런 상황을 돌아보고 글로벌 경쟁의 관점에서 미디어·콘텐츠 정책의 틀을 다시 한 번 고민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련 사례로 '넷플릭스'의 콘텐츠 투자 행태를 꼽았다.

앞서 한국 영상 콘텐츠 산업의 성장을 이끌었던 글로벌 OTT도 최근에는 수익성 압박을 이기지 못한 채 가격 인상 등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인플레이션)' 현상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현상은 글로벌 OTT 기업들의 투자 형태와도 연결지을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디스타' 등에 따르면, 올해 오리지널 콘텐츠에 가장 많은 비용을 투입한 기업은 디즈니플러스(+)로 105억달러(약 13조5187억원)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제작 편수는 넷플릭스가 최고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인용한 자료들을 보면, 해당 시기 넷플릭스는 유럽과 아시아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며 가성비를 추구했고 멕시코, 브라질 등 라틴아메리카 지역을 테스트베드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교수는 "올해 넷플릭스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았던 반면 디즈니+의 경우 블록버스터급 작품들을 오리지널로 대거 편성했지만 성과가 아쉬웠다고 볼 수 있다"며 "콘텐츠 투자의 효율성에 올인할 수 밖에 없고 막연하게 대규모 작품으로 경쟁하는 시장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디즈니+가 '무빙'을 비롯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의 의존도를 높이는 것도 넷플릭스를 통해 입증된 콘텐츠 가성비 때문인데, 전문가들은 로컬 콘텐츠도 '독보적인 차별성'이 사라지면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례로 일본의 경우 OTT 산업이 진입하며 애니메이션 관련 매출이 급성장한 것을 볼 수 있다. 스태디스타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해외 매출은 2021년 처음으로 1조3100억엔(약 11조9870억원)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일본의 내수 애니메이션 시장과 해외 시장의 합산 가치는 2조7400억엔(약 25조720억원)으로 업계 신기록 수준이다. 한국 드라마가 OTT를 통한 글로벌 확장 수혜를 누렸다면 일본의 경우 애니메이션을 통한 수혜를 받은 셈이다.

그는 "넷플릭스가 한국에 4년 간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어떻게 보면 K-콘텐츠의 경쟁력이 지속된다는 전제가 될 때 성립되는 것"이라며 "일본의 애니메이션은 압도할 수 있는 국가가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지만 K-콘텐츠 같은 성공 모델은 태국이나 인도네시아에서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어 글로벌 OTT도 비용 효율화를 따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콘텐츠 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키워가기 위해서는 국내 미디어 시장과 영화 관련 산업의 토대가 굳건히 지켜져야 하는데 그 부분에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고민이 필요하다"며 "K-콘텐츠 시대에서 역설적으로 한국 사업자들의 비용이 늘어나고, 그에 따른 대응이 어려운 판이 됐다는 것은 미디어·콘텐츠 시장을 내수 시장 관점으로 들여다 볼 시기가 지났다는 것을 굉장히 강력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성오 기자
cs86@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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