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들 부회장직 폐지·상생금융부 신설 등 큰 변화…"지나친 금융 당국 눈치보기" 지적도
-4대 금융지주, 조직개편 마무리…조직체계 간소화해 업무효율 제고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4대 금융지주들이 군살 덜어내기에 나섰다.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조직구조를 간소화해 업무효율화를 제고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다만 너도나도 부회장직제를 없애고 줄줄이 상생금융부는 신설했다는 점에선 지나치게 금융당국의 입맛을 맞춘 처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사들이 최근 연말 조직개편을 마무리했다.
KB금융지주는 지난 28일 10부문 16총괄 1준법감시인 체계에서 3부문 6담당 1준법감시인으로 조직구조를 대폭 슬림화 시켰다.
KB금융의 주요 계열사인 KB국민은행도 전문화·세분화된 본부조직을 유사업무 수행부서 중심으로 통합하고 부서 수를 약 10% 감축하는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기존 그룹-총괄-본부-부서의 4단계로 운영해온 지휘체계를 그룹-본부-부서의 3단계로 간소화했다.
신한금융지주는 기존 11개의 부문을 전략, 재무, 운영, 소비자보호 4개 부문으로 통합해 부피를 줄였다. 10명에 달했던 지주회사 경영진도 6명으로 축소했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도 각각 조직 슬림화에 나섰다. 하나금융은 부회장직을 폐지하고 부문 임원체제를 적용했다. 우리금융은 부사장, 전무, 상무로 이뤄져 있던 직위 체계를 부사장으로 통일 시켰다. 우리은행의 경우 기업그룹과 IB그룹을 CIB그룹으로 합쳤다.
◆사라진 부회장직제…상생금융부는 새롭게 등장
특히 금융지주사들의 이번 조직개편에서 부회장직제 존폐여부도 관심사였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이 이번 조직개편으로 부회장직제를 폐지하면서 금융지주사들의 부회장직제는 사실상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KB금융의 경우 윤종규 전 회장 체제에서 양종희·허인·이동철 3인 체제로 부회장직이 이뤄졌으나, 양종희 회장이 취임한 이후 허인, 이동철 전 부회장이 사임하면서 한동안 부회장직이 공석으로 남아있었다.
이런 가운데 금융지주사들이 줄줄이 상생금융부를 신설했다는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KB금융은 기존 ESG본부를 상생금융을 총괄하는 ESG상생본부로 확대 개편했다.KB국민은행은 ESG본부와 ESG기획부를 각각 ESG상생본부, ESG상생금융부로 재편했다.
하나금융과 하나은행도 각각 상생금융지원 전담팀과 상생금융센터를 신설했다. 신한금융의 주요 계열사인 신한은행은 상생금융기획실과 사회공헌부를 합쳐 상생금융부로 확대했다.
금융지주사들이 조직 슬림화에 나선 것은 업무효율화를 제고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의사결정의 체계를 간소화하고 업무 전문성을 강화해 성과를 끌어 올리려는 포석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부회장직제를 폐지하고 상생금융부를 신설한 것에 대해선 지나치게 당국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앞서 금융당국은 부회장직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왔다. CEO 지배구조 측면에서 부회장직이 외부 후보군을 차단하고 폐쇄적인 경영문화를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당초 금융지주사들은 부회장직을 업무의 전문성을 살리고 후계자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으로 활용해 왔다.
반면 상생금융의 경우 금융당국이 금융사들에게 적극적으로 주문하고 있는 건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권의 이자장사를 비판하며, 금융사들이 취약계층에게 이익을 나눠주는 것을 골자로 한 상생금융에 나설 것을 재차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무래도 시기가 시기인 만큼, 은행권에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는 당국의 기조를 금융지주사들이 이번 조직개편에 어느정도 반영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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