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삼성그룹도 IT비용절감 본격화?…삼성물산, ERP 3자 유지보수 선정

이안나 기자
삼성물산 깃발 [ⓒ 연합뉴스]
삼성물산 깃발 [ⓒ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삼성 그룹사 최초의 제3자 유지보수 서비스 도입 사례가 나왔다. 3자 유지보수 업계에선 이번 사례를 통해 국내 대기업의 3자 유지보수 도입에 대한 장벽이 한 꺼풀 벗겨진 것으로 보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사업부 중 한 곳은 최근 전사자원관리(ERP) 라이센스에 대한 유지보수 계약을 추진, 지난해 리미니스트리트와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미니스트리트는 2016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3자 유지보수업체다.

3자 유지보수는 SAP 및 오라클 등 소프트웨어(SW)업체에 직접 유지보수를 받지 않고, 제3자에게 받는 방식을 말한다. 삼성물산은 현재 글로벌 IT기업 SAP ERP 제품을 이용하고 있다. 즉 삼성물산이 ERP에 대한 유지보수가 필요할 경우 앞으로 SAP가 아닌 리미니스트리트가 그 사업을 맡는다는 의미다.

이번 계약이 주목받는 이유는 삼성그룹 처음으로 3자 유지보수 서비스가 도입된 사례이기 때문이다.

3자 유지보수 방식이 갖는 대표적 장점은 비용절감이다. 마치 노트북 수리를 공식 서비스센터보다 사설업체에 맡겼을 때 비용이 더 저렴한 것처럼, ERP 등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3자 유지보수 업체들에 맡기면 최대 50%가량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유지보수 비용 절감을 통해 기업은 다른 디지털 사업에 대한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간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3자 유지보수업체 장점에도 불구, 높은 비용을 지불하며 SAP, 오라클 등 소프트웨어 제공업체들에 유지보수를 맡겨왔다. 책임 소재와 안정성 문제 때문이다. 혹여 3자 유지보수 업체에 사업을 맡겼을 때 문제 발생 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인식도 강했다.

하지만 기업들이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앱)을 도입하면서 지속적으로 공급업체, 제품 및 서비스 수가 증가했고 유지보수 지원 모델도 늘어나며 부담이 커졌다. 여기에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비용도 문제다.

고금리 장기화로 올해 경기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기업들은 긴축에 들어갔고, 대표적 비용 부서인 정보기술(IT) 부문에서 비용절감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2~3년간은 기업의 고정비용 줄이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인 것이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유지보수요율에 대한 부담이다.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 평균 유지보수요율은 8% 수준이지만 해외 소프트웨어 기업 평균 유지보수요율은 20%에 달한다. 해외 기업들이 유지보수용으로 제품가격 20% 정도를 매년 기업들에 받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 대기업들의 경우 그럼에도 안정성을 이유로 SW 벤더에게 유지보수요율을 부담하면서 제품에 대한 사후서비스(A/S)를 맡겨왔다. 하지만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최근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

기업들은 예산을 절약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업들이 3자 유지보수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제공하는 ERP 복잡도가 높아졌지만 3자 유지보수 업체 서비스 역시 고도화되고 있다는 점도 기업 눈길을 돌리는 데 기여했다.

지난해 한국공항공사 등 공공시장에 이어 삼성물산 등 국내 대기업까지 3자 유지보수를 선택하면서, 전통적 유지보수 책임 등 거버넌스 측면에서 큰 변화가 나타날 전망이다. 특히 국내 1위 기업 삼성그룹 계열사 삼성물산이 이번에 처음 3자 유지보수를 위해 리미니스트리트와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은 해외 소프트웨어 업체들에 긴장감을, 국내 기업들에게는 3자 유지보수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검토 가능성을 불어넣고 있다.

소프트웨어 업계 관계자는 “유지보수 계약 단위는 ERP를 도입하는 주기보다 훨씬 짧다”며 “3자 유지보수를 하다가 다시 해외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돌아오는 등 다양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물산의 이번 계약에 대해 우선 대형 동종업계 기업의 관심이 뜨거운 상황이다. 비용최적화가 숙제인 기업들이 삼성물산의 이번 사례를 적극 참고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편 삼성물산은 이번 계약 사실에 대해 “아직까지 결정된 바 없다”고 답했다. 리미니스트리트 역시 고객과의 계약관계에 대해서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으로 전해진다.

이안나 기자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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