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는 이재현…CJ 인사 방향성, '쇄신'에 맞추나
[디지털데일리 채성오 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통상 늦어도 전년도 12월까지는 그룹 인사를 단행했던 CJ가 해를 넘긴 현 시점까지 인사를 결정하지 못한 만큼, 업계에서는 CJ가 장고 끝에 묘수를 둘 수 있을 지 주목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CJ그룹이 '2024년 그룹 인사' 발표 시기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주사 CJ㈜의 경우, 지난해 12월 강호성 경영지원대표가 사임하면서 2인 대표 체제의 종지부를 찍는 등 '작은 변화'를 보었다. 다만, 김홍기 대표가 경영지원대표직까지 겸직하게 되면서 추후 있을 그룹인사에서 관련 인사가 결정되거나 해당 직책이 폐지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신사업 투자 및 인수·합병(M&A)을 담당하던 '전략기획실'과 CJ 계열사 사업을 관리하던 '사업관리실'이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PM)1·2실'로 각각 운영되는 등 CJ㈜ 일부 조직은 통·폐합됐다.
지주사조차 대대적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소규모 조직 개편이 진행되자, CJ 주요 계열사 인사도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는 손경식 CJ 회장의 신년사에서도 확인해볼 수 있다.
그는 신년사를 통해 "올해 경영목표로 수익성 극대화 및 재무구조 개선 추진과 2426 중기계획인 그룹의 퀀텀점프 플랜을 도전적으로 수립할 것"이라며 "최고인재의 양성과 적재적소 배치, 책임을 지는 문화의 확산,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손경식 회장이 'K-푸드'와 'K-컬쳐'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관련 계열사에 대한 조직개편이나 수장 교체 등의 인사 단행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먼저, 그룹 콘텐츠사업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는 CJ ENM의 경우, 구창근 대표의 거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CJ ENM은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 약 1조1109억원과 영업이익 약 74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5.7%와 71.0% 가량 줄어든 수치다. 특히 지난해 2분기와 달리 3분기 영업이익은 반짝 흑자전환했지만 연간 누적으로 계산하면 약 733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도인 2022년 3분기까지의 연간 누적 영업이익이 약 1308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1년 새 수익성이 큰 폭으로 악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CJ대한통운 ▲CJ CGV ▲CJ프레시웨이 ▲CJ푸드빌 등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 대표이사들의 재선임 여부와 이선호 CJ제일제당 실장의 승진 여부가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CJ대한통운을 이끌고 있는 강신호 대표의 지난해 성적표는 '흐림'이다. 지난해 3분기 CJ대한통운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9370억원과 1247억원을 기록했다. 해당 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7% 감소했고, 영업이익의 경우 15.9% 늘었다.
허민회 CJ CGV 대표는 모처럼 만에 극장가가 활기를 되찾으면서 지난해 3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CJ CGV는 매출 4076억원, 영업이익 30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해당 시기 영업이익의 경우 77억원(2022년 3분기)에서 305억원(지난해 3분기)로 1년 새 4배 넘는 성장을 기록했다.
CJ프레시웨이의 경우, 지난해 3분기 수익성이 악화되며 같은 해 4분기 성적표에 기대를 거는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 CJ프레시웨이는 매출 8090억원, 영업이익 301억원을 기록했는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7.6% 늘었지만 영업이익의 경우 14.2% 줄었다. 정성필 CJ프레시웨이 대표도 허민회 CJ CGV 대표, 김찬호 CJ푸드빌 대표와 함께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 만큼, 한 해 농사에 따라 교체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CJ제일제당도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 경영리더의 승진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이선호 경영리더는 이재현 CJ 회장의 장남으로, 현재 CJ제일제당에서 식품사업을 이끌고 있다. CJ제일제당(CJ대한통운 포함)의 경우 지난해 3분기 7조4434억원의 매출과 395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1%와 18.2% 감소했다.
앞서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대유행했던 2020년 말 새로운 수장으로 발탁돼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는 한편 식품·바이오 사업 성과를 내며 입지를 굳힌 바 있다. 그러나 임기 중 노동조합이 결성돼 1000여명에 육박한 직원들이 CJ제일제당 노조에 가입한 점과 수익성 악화 기로에 놓인 현 상황은 최은석 대표에게 부담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이재현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씨가 경영리더로 재직하고 있어, 신년 인사를 통해 대표 자리를 넘겨주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 실정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CJ그룹 인사 발표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주요 계열사를 대상으로 '새판 짜기'에 나섰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CJ그룹의 전체 매출은 30조68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늘었으나, 영업이익의 경우 24.6% 감소하며 수익성이 악화된 모습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CJ가 2020년에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CJ ENM 등 주력 계열사 CEO를 교체하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한 바 있는 만큼 신년 인사가 길어질 수록 리더십 교체에 초점이 맞춰지는 모습"이라며 "특히 오는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계열사 대표들이 상당 수 존재하기에 경영 성과에 기반한 수장 교체를 한 번에 진행할 가능성도 높아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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