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몰아치는 AI 물결, 일상에도 스며들다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인공지능(AI) 기술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가전제품과 같은 실물 기기가 행사의 핵심인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박람회인 CES2024에서도 제품의 본질이 아니라 부가기능이라고 할 만한 AI가 핵심 테마로 떠올랐다.
어떤 이들은 이를 기술 발전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이 의견에는 반만 동의한다. ‘챗GPT’와 같은 자연스러운 챗봇은 놀라운 기술이긴 하지만 이번 CES2024에서 선보여진 AI 기술 상당수는 ‘최첨단 AI 기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가령 삼성전자가 선보인 AI TV에는 저화질의 영상을 AI가 선명하게 만들어주는 업스케일링 및 외국어를 한글 자막으로 번역해주는 실시간 번역 기술이 도입됐다. 이런 업스케일링이나 음성의 텍스트화(Speech to Text, STT), 텍스트의 번역은 한참 전에 등장했다. 유튜브가 생방송에 자막을 달기 시작한 것은 2018년경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CES2024에서 기술을 선보인 기업들이 폄하될 것은 아니다. 구글과 같은 기업들은 기술의 완성도가 떨어지더라도 서비스를 시작하고, 이후에 부족한 부분을 메꿔가는 형태다. 반면 한국 기업들은 성숙도가 높아지기 전까지는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경향성을 띤다. 해외 기업과 한국 기업의 기술 도입 시차를 단순히 기술력의 격차라고 할 수는 없는 이유다.
또 특정 기술을 독점하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의 기술 생태계는 활발한 공유가 기본 전제다. 주요 기술 상당수는 오픈소스로 공개돼 있다. SK텔레콤의 AI 개인비서 ‘에이닷(A.)’이 그 예다. AI 업계에 따르면 에이닷은 오픈AI의 대규모언어모델(LLM) GPT-3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설령 오픈소스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대가를 지불하면 오픈AI나 구글과 같은 기업들의 기술을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오픈AI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 중이다. 전 세계 IT 기업들이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를 구매해 자신의 비즈니스를 강화하듯, AI 기업의 기술을 구매해 더 나은 제품을 만들고 혁신하면 된다.
기술 도입에 조심스러운 한국 기업들이 CES2024에서 AI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이제는 충분히 준비가 됐다’는 계산이 깔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는 기술에 큰 관심이 없는 일반 대중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게 될 터다.
삼성전자나 LG전자, 현대자동차, SK텔레콤 등 기업들의 AI 도입은 어떤 의미로는 오픈AI가 챗GPT를 내놓은 것 이상의 파급력을 가져올 수 있다. 가전제품이나 스마트폰은 컴퓨터 이상으로 널리 보급돼 있는 기기다. 기술에 관심이 있는 얼리어답터들이 체감하던 AI의 혁신을 모두가 느낄 수도 있다. AI가 일상으로 스며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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