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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T스토어로 한층 가속될 AI 확산, 국내 기업들에게는 위기?

이종현 기자
1월14일 GPT스토어 인기 급상승 서비스 목록 ⓒ오픈AI GPT스토어
1월14일 GPT스토어 인기 급상승 서비스 목록 ⓒ오픈AI GPT스토어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오픈AI가 자사의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만들어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 ‘GPT스토어’를 공개했다. AI 업계에서는 GPT스토어가 ‘AI판 앱스토어’가 될 것이라며 예의주시하고 있는데, 기대와 함께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 GPT스토어에 거는 기대 중 가장 큰 것은 AI 생태계 저변 확대다. ‘챗GPT’로 생성형 AI 시장을 개척한 오픈AI지만 출시된 지 1년이 지나면서 초기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졌다. AI가 가짜 정보를 전달하는 환각(Hallucination, 할루시네이션) 현상도 문제로 떠올랐다. ‘세종대왕이 맥북프로를 던진 사건에 대해 알려줘’라고 질문하자 이에 대해 천연덕스레 가짜 정보를 답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LLM은 매개변수(파라미터)가 방대하다. GPT-3.5의 매개변수는 1750억개에 달한다. GPT-4는 그 이상이다. 이처럼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를 개발한다면 데이터 수집‧정제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기 쉽고, 결과적으로 환각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sLLM이다. sLLM은 LLM에 비해 데이터 규모가 적은 데다가 특정 목적을 위해 개발되는 만큼 오류가 발생할 확률도 적기에 보다 높은 정확도를 가질 수 있다. 전문가, 기업용 AI는 sLLM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것이 산업계의 전망이다.

이런 트렌드는 최근 개최된 정보기술(IT)‧가전박람회 CES2024에서도 엿볼 수 있다. 올해 CES2024의 핵심은 ‘온디바이스 AI’였다. 자동차나 TV, 청소기, 스피커, 세탁기 등 기기에 AI가 탑재되는 것을 뜻한다. 신경망처리장치(NPU)와 같은 AI 연산을 위한 가속기가 있다곤 하나 큰 AI 모델이라면 기기에서 작동할 수 없다. TV에 맞게, 청소기에 맞게 튜닝된 sLLM이 쓰였다.

언어 데이터 및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AI 스타트업 플리토의 이정수 대표는 GPT스토어에 대해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어느 한 기업이 모든 걸 다 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다른 회사에서 뭘 개발해도 그걸 이용하기보다는 카피한 제품을 만들곤 하는데, GPT스토어가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할 수도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AI 산업계 모두가 GPT스토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GPT스토어는 국내 AI 기업들에게 시련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AI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기존 기업들이 가지고 있던 이점이 사라지고, 해외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도 높아짐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GPT스토어의 '슈퍼디스크라이브'로 간단한 명령어를 통해 이미지를 생성 및 편집한 사례 ⓒ슈퍼디스크라이브
GPT스토어의 '슈퍼디스크라이브'로 간단한 명령어를 통해 이미지를 생성 및 편집한 사례 ⓒ슈퍼디스크라이브

GPT스토어를 들여다 보면 AI 기반의 완성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4일 기준 GPT스토어에는 학술 논문을 검색해 답해주는 ‘컨센서스(Consensus)’, PDF에 대한 문서 요약을 제공하는 ‘AI PDF’, 코딩을 돕는 ‘그리모어(Grimoire)’, 프리젠테이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올릴 이미지를 디자인하는 ‘칸바(Canva)’ 등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챗GPT 팀이 직접 만든 이미지 및 비디오를 생성, 문서 창작 등 AI도 있다.

국내 기업들이 주력하는 챗봇 개발 기업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국어에 특화됐다, 특정 산업의 이해도가 높다 등의 이점을 내세웠지만 GPT-4를 기반으로 특화된 sLLM을 만들다면 그 이점이 유지되기 어렵다.

GPT스토어에 편승해 수익화를 노리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GPT스토어는 개별 서비스 판매에 따른 수익이 아니라 이용자에 따른 수수료 방식을 채택했다. 자세한 수익 배분률이나 규모 등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개인 개발자가 아닌 기업이 GPT스토어만으로 충분한 수익을 담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그렇다고 AI 생태계의 정점에 있는 오픈AI와 기술로 경쟁하는 것도 쉽지 않다. 서비스 가격 경쟁 역시도 마찬가지다. GPT스토어의 발표가 ‘AI 스타트업의 종말’이라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기업(B2B)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기업은 당장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의 GPT스토어는 구글이나 애플의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에 가까울 뿐, 아마존웹서비스(AWS)나 마이크로소프트 애저(MS Azure)와 같은 기업용 마켓플레이스랑은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LLM이나 검색증강생성(RAG), 데이터 수집‧가공과 같은 기반 기술을 제공하는 기업들이 예다.

한 AI 업계 대표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챗GPT도 보안을 이유로 사용을 막았다. 오픈AI도 경계한 거다. 그런데 누군지도 잘 모를 사람들이 개발한 AI를 기업들이 도입할 수 있을까. 지금의 형태로는 영향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다만 성숙도와 인지도가 높아진다면 언젠가 기업용 마켓플레이스 영역까지도 확장하거나 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종현 기자
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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