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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민주주의 수호' 외친 조태용 신임 국정원장, 한국판 사이버안보법 다시 불붙나

김보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과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대통령실]

[디지털데일리 김보민 기자] "북한이 핵·미사일 고도화와 실전화 야욕을 노골화하고 있고, 미국과 중국 간 전략 경쟁 등 외교·안보 현안도 산적해 있다. 대공수사권 폐지 이후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에 한 치의 공백도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가 놓여 있는 상황이다." (17일 조태용 신임 국가정보원장 취임사 中)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을 이끌 차기 수장 자리에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이 올랐다.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비례대표 의원 시절 한국판 사이버안보법 제정을 추진했던 주역인 만큼, 올해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조 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본격 업무에 돌입했다.

조 원장은 40년 이상 외교와 사이버 안보 분야에서 활동한 인물이다. 특히 대미, 북핵 분야에서 활동하며 우호국과 공조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성과를 올렸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초대 주미대사, 국가안보실장을 거치며 정부 외교·안보 핵심 참모로 활동하기도 했다.

최근 조 원장 행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사이버 안보'다. 조 원장은 정치권 활동 시절이던 2020년 사이버안보 기본법을 발의한 이력이 있다. 해당 법안에는 민·관이 협력해 사이버 공격에 실시간 대응할 체계를 구축하는 내용이 담겼다. 북한발 사이버 공격이 심화되는 만큼, 통합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 골자였다.

이후 국정원 또한 비슷한 취지의 법안을 추진했다. 국정원은 2022년 국가사이버안보 기본법을 입법예고하는 공고를 냈다. 국가사이버안보위원회를 설치하고 중앙행정기관을 통해 사이버 위협 대응 조치를 구체화하자는 취지였다.

다만 두 법안 모두 컨트롤타워를 누가 잡느냐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현재 사실상 계류된 상태다. 특히 국가사이버안보 기본법의 경우 사이버 안보 컨트롤타워를 국정원이 쥐도록 명시하고 있어 논란이 커진 바 있다. 국내 사이버 안보 대응은 민간(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공(국정원), 군사(국방부)으로 나눠 관리되고 있다. 통합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조 원장은 사이버안보법을 재추진해 국정원의 영향력과 입지를 키울 가능성이 있다. 주도권 싸움에 지지부진했던 판세를 뒤집을 주역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조 원장은 이번 취임사에서 자유민주주의 수호 등 거시적인 관점에서 안보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지난 11일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자신의 지난 이력을 소개하며 "사이버 위협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사이버안보 기본법을 대표 발의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현재 국가안보실과 국정원은 현 정부 등의 의중을 반영해 사이버안보법을 수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윤석열 정부는 사이버 안보와 보안 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상황이다. 인공지능(AI) 등 윤 정부가 강조했던 첨단 기술 분야에서 연구·개발(R&D) 예산이 줄어든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각 기관 간 신경전이 계속된다면 이번에도 법안이 좌초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북한 사이버 공격이 거세지고 있고, 정부와 민간을 가리지 않고 외부 위협이 고도화되고 있는 만큼 불필요한 신경전을 지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은 물론, 일본, 중국 등 주요국들은 국가 차원에서 사이버 안보를 통합 관리하고 있는데 한국의 경우 북한이라는 특수 위협 요인이 있는 만큼 조속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편, 일각에서는 조 원장이 사이버안보법 뿐만 아니라 대공수사권 이슈를 부각시킬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대공수사권은 간첩과 같이 국가보안법에 위반하는 범죄를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의미한다. 조 원장은 지난 청문회에서도 "특수한 상황 속 국정원이 대공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쪽이 간첩을 더 잘 잡을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보민 기자
kimbm@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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