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P/SCM

[SAP ERP 전환]② S/4HANA 전환 고민…국산 ERP 수혜 가능할까?

이안나 기자

세계 최대 기업용 소프트웨어(SW) 기업 SAP가 전사적자원관리(ERP) 클라우드화를 선언했다. 전통적인 구축형 SW 중심 생태계가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로 전환되는 추세에 따른 것이다. SAP는 구 ERP 버전인 R3 유지보수 서비스를 오는 2025년 종료하며, ECC 버전도 최대 2030년까지만 지원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현재 또는 잠재적 SAP 고객인 기업들은 클라우드 기반 ‘S/4HANA’ ERP로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차세대 ERP 전환이 클라우드 및 정보기술(IT) 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관련기업들의 대응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더존비즈온 ERP10 [ⓒ 더존비즈온]
더존비즈온 ERP10 [ⓒ 더존비즈온]

[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전사적자원관리(ERP) 1위 기업 SAP가 클라우드 기반 차세대 ERP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국내 ERP 시장 판도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SAP가 구축형(온프레미스) ERP 유지보수 종료 기간을 예고하며, 대체재 마련을 위한 ‘앤드오브서비스(EOS, End of Service)’ 시장도 불붙을 전망이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ERP 시장 강자인 SAP가 온프레미스 ERP에 대한 지원 서비스 종료가 임박하면서 사용기업들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SAP 온프레미스 ERP은 ECC·R3 등 이전 버전을 사용하는 기업들은 SAP 가이드라인에 따라 클라우드 ERP ‘S/4HANA’로 전환할지, 다른 ERP 기업 제품을 구매·구독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국내 ERP 시장을 SAP가 주도하고 있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SAP는 국내 시장 장악력을 기반으로 고객 클라우드 ERP 전환을 이끌어가려는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SAP는 기존 ERP 시스템 ECC에 대한 유지보수 지원을 2027년 종료한다. 이전 버전은 내년인 2025년까지만 지원한다. 그때까지 전환할 수 없는 고객사는 2030년 종료 예정인 SAP ECC 6.0 확장팩8을 위한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다.

기존 ERP 유지보수 지원 기간이 끝나면 ERP에 문제가 생겨도 SAP 사후서비스(AS)를 받을 수 없다. 마치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7 기술 지원이 종료된 후에도 사용자가 이를 사용할 수 있긴 하지만, 보안 패치 등이 업데이트되지 않아 취약점이 커지는 것과 동일하다. 특히 ERP는 기업 핵심 데이터를 모두 관리하는 소프트웨어(SW)인 만큼, 유지보수 지원은 꼭 필요한 서비스다.

단 SAP가 제시한 가이드대로 기업들이 빠르게 클라우드 ERP로 전환하지 않고 시장 저항이 있는 이유는 대내외적 환경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경기 불황이 깊어지면서 기업들은 비용절감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SAP가 설정한 기간에 따라 타의적 ERP 고도화를 진행해야 한다는 점, 유지보수요율이 22%로 경쟁사들 대비해 높다는 점 등이 걸림돌이 된다.

여기에 국내 기업들이 기술 경쟁력을 갖춰 성장하면서 ERP를 도입하는 기업들 선택지도 다양해졌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 ERP 시장 점유율은 실상 SAP가 절반 이상을 독차지했지만, 현재는 국내 기업들이 부지런히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

한국IDC에 따르면 국내 ERP 시장 점유율은 SAP는 2020년 25%, 2021년 23%, 2022년 21%로 하락 추세다. 반면 국내 ERP기업 더존비즈온이 2020년 18.8%, 2021년 18.6%, 2022년 16.8%로 감소하긴 했지만 두자릿수 점유율을 유지 중이다. 영림원소프트랩은 같은 기간 5.3%, 5.5%, 6.1%로 상승 추세다. 글로벌 기업중에선 워크데이, 오라클 등이 국내에서 ERP를 제공하지만 점유율은 미미한 편이다.

SAP S/4HANA로 전환해야하는 시기가 다가올 수록, 국산 ERP 기업은 SAP 고객 대상으로 ‘윈백’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윈백은 경쟁사 제품에서 자사 제품으로 대체하는 것을 말한다.

[사진=각사]
[사진=각사]

더존비즈온은 ‘ERP10’ 중심으로 한 ERP 확장 솔루션과 라인업을 늘리고 있다. 최신 ICT 기술과 국제 표준 규격을 준수한 기술을 두루 채택해 개발 생산성 및 확장성을 높인 점이 특징이다. 특히 회계·인사 분야에서 강점을 보인다.

더존비즈온 측은 “더존비즈온 ERP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같은 첨단 ICT 역량과 융합을 통해 조직 비즈니스 민첩성을 높이고 효율성을 제고한다”며 “궁극적으로는 조직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영림원소프트랩은 3년 내 AI를 회사 모든 ERP 솔루션에 적용하기 위한 목표를 세웠다. AI에 기술 연구와 개발 역량을 집중해 전체 고도화를 이끈다. 특히 클라우드 ERP ‘시스템에버’에 담긴 AI 기반 경영분석 솔루션은 시각화 분석을 넘어 기업 3개월 후 변화까지 예측한다.

영림원 관계자는 “AI ERP를 3개년으로 계획하고 올해는 영업활동 관리에 집중할 것”이라며 “플렉스튜디오·에버런·에버레스크 등 기업문화 혁신 플랫폼에도 주력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최근 일부 공기업들이 국산ERP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유지보수요율이 20% 이상인 해외 ERP 시스템을 채택한 공기업들엔 ‘국부 유출’ 지적이 나온 대책으로 보다. 김성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한국전력공사와 계열사에서 제출받은 ‘ERP 시스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들이 최근 10년간 쓴 ERP 연간 유지보수비용은 1892억6400만원이다. 한전 포함 계열사들은 SAP ERP를 도입해 사용 중이다.

가스기술공사가 더존비즈온 ERP10 기반 차세대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공기업들이 국산 ERP 마중물 역할을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민간 기업들엔 국산ERP를 고려할 수 있는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ERP 업계 관계자는 “SAP를 사용하던 기업들이 회사 사정과 잘 맞지 않다고 느끼면서도 구축한 것을 바꾸기 쉽지 않으니 불가피하게 사용하던 기업들도 많았을 것”이라며 “SAP 클라우드 ERP로 전환해야 하는 일정이 정해진 상태에서 이왕이면 맞춤화가 더 잘되는 소프트웨어로 바꾸려는 수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안나 기자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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