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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P ERP 전환]⑤ 클라우드 전환 ‘특명’ MSP, 매출 성장 기회 될까?

권하영 기자

세계 최대 기업용 소프트웨어(SW) 기업 SAP가 전사적자원관리(ERP)의 클라우드화를 선언했다. 전통적인 구축형 SW 중심 생태계가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로 전환되는 추세에 따른 것이다. SAP는 구 ERP 버전인 R3의 유지보수 서비스를 오는 2025년 종료하며, ECC 버전도 최대 2030년까지만 지원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현재 또는 잠재적 SAP 고객인 기업들은 클라우드 기반 ‘S/4 HANA’ ERP로의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차세대 ERP 전환이 클라우드 및 정보기술(IT) 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관련기업들의 대응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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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기업들의 디지털전환(DX) 수요와 함께, 전사적자원관리(ERP) 또한 DX의 핵심요소인 클라우드에 기반한 차세대 버전으로의 전환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는 클라우드제공기업(CSP)뿐만 아니라, 클라우드와 관련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관리서비스기업(MSP)들에도 사업을 확대할 새로운 기회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1위 ERP 기업인 SAP가 기존 구축형(온프레미스) ERP 버전을 늦어도 2030년까지만 지원함에 따라, 클라우드 ERP 버전에 대한 기업들의 수요가 향후 5~6년 내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SAP는 비용과 확장성 측면에서 강점이 있는 클라우드 기반 차세대 ERP ‘S/4 HANA’로의 전환을 지난 몇 년간 추진해 왔다. SAP는 글로벌 선도 ERP 기업이자 한국 시장에서도 1위 점유율을 차지하는 기업이다. 즉, SAP의 구축형 ERP에 대한 EOS(End Of Service)가 도래할 때까지 클라우드 ERP 수요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ERP 클라우드 전환 수혜=이에 따라, 클라우드 MSP들도 덩달아 사업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MSP는 클라우드를 구축하려는 기업을 위해 클라우드 전환 관련 컨설팅·개발·운영 전반의 사업을 수행하는 기업이다. 특히 클라우드 종속성을 우려해 두 곳 이상의 벤더와 계약하는 멀티 클라우드가 대세가 되면서, MSP가 제공하는 관리서비스가 더욱 중요해졌다.

클라우드 ERP 전환에 있어서도 이러한 멀티 클라우드를 원하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MSP의 역할이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MSP에도 새로운 기회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SAP의 현재 ERP 버전이 종료되면 ERP의 클라우드 전환 수요에 따른 MSP 매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MSP 업계 한 관계자는 “클라우드로 전환이 되면 클라우드에 대한 전문성도 같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데, 기업들이 혼자서 그런 프로젝트를 하기가 어렵다”라면서 “MSP 입장에서는 SAP 파트너십을 취득해 단독으로 판매·구축을 하든, 기존 IT 기업들과 협업을 하든 다양한 기회가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국내 MSP들은 이미 수 년 전부터 SAP의 클라우드 ERP 전환 기조에 맞춰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국내 1위 MSP 메가존클라우드는 2018년부터 지누스·와이솔 등을 비롯한 10개 이상 기업들의 SAP 시스템을 클라우드에 구축했으며, SAP와 협업해 공공부문 클라우드 ERP 사업을 같이 전개하기도 했다. 2위 베스핀글로벌도 SAP 파트너 자격으로 클라우드 ERP 판매를 해 오며 시장을 넓히고 있다.

메타넷그룹 또한 SAP S/4HANA 컨버전(Conversion)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클라우드 구축 및 운영 역량을 보유한 클라우드 MSP 메타넷티플랫폼과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구축·통합·운영 경험이 풍부한 메타넷글로벌 간의 협력을 통해 SAP S/4HANA 컨버전 사업 수주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또 다른 업계 한 관계자는 “MSP 입장에서는 선택권이 없는 문제”라며 “앞으로 ERP는 전부 클라우드로 갈 수밖에 없고 따라서 이미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마이그레이션 역량 시험대=다만 MSP 입장에서 팔수 있는 CSP 서비스가 제한적인 것은 아쉬운점이다. SAP는 현재 AWS, MS애저, GCP 등에서 ‘S/4 HANA’를 지원하고 있지만 오라클의 OCI에서는 ‘S/4 HANA’를 사용할 수 없다. 이는 ERP 시장의 경쟁자인 오라클을 견제하는 차원에서의 SAP의 정책적인 선택으로 알려져있다.

이와 함께 일부 기업들이 SAP의 온프레미스 ERP 버전을 클라우드 위에 올리려 하는 경우도 있어 이에 대한 지원 역량도 MSP에게 중요한 화두로 제시되고 있다.

이른바 기업의 핵심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클라우드 마이그레이션 역량을 MSP가 적극적으로 쌓아야 한다는 의미다. 기술적으로 온프레미스에 설치된 ERP를 클라우드에 올리는 것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다만 기존 온프레미스 환경에 최적화된 구성을 클라우드로 전환할 경우 세부적인 커스터마이징과 조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MSP가 시스템 통합(SI)의 영역까지 들어올 수 밖에 없다. 그동안 국내 MSP가 IaaS를 기반으로 성장해오며 외적인 성장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PaaS, SaaS 역량까지 아우르는 종합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기로에 서있는 셈이다. MSP로선 투자가 선행되어야 하는 부분이며 특히 인력의 대거 채용이 불가피하다.

다만 현재 MSP의 사업 구조가 아직은 영업이익을 발생시킬 수 있는데 까지 성장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MSP에서 SI로의 사업 전환이 가능할 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권하영 기자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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